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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세종로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이 혁신위 논의현황 및 1차 권고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1일 서울 세종로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이 혁신위 논의현황 및 1차 권고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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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에) 은행업을 허가하는 과정과 이후 (은행법) 시행령 개정 등도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11일 서울 세종로 금융위원회 기자실.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의 말이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아래 혁신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간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금융당국과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금융행정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찾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출범한 이후 여러차레에 걸친 회의를 거치고, 이날 금융위원장에 첫 번째 권고안을 내놨다.

혁신위가 이날 공개한 내용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은행업 허가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이다. 윤 위원장은 "금융위의 (케이뱅크 은행업 허가 과정에서) 유권해석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고, 법제처 등의 의견을 추가로 확인했다면 객관성을 더욱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케이뱅크의 인가 과정이 적정했는지 여부는 현재도 점검 중이며 앞으로도 논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그는 밝혔다.

케이뱅크 봐주기 의혹 나오는데...혁신위 "시기 부적절했다"

그의 발언은 케이뱅크 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재무상태가 기준에 못 미치자 금융위가 유권해석으로 이 기준을 완화해줬다는 의혹에 대한 지적이다. 재무가 비교적 튼튼하지 못한 기업(우리은행)이 은행(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는 것은 위험하므로 이에 신중하고 공정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이런 금융위의 판단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윤 위원장은 전했다.

이에 혁신위는 금융위원장에게 몇 가지 권고안을 내놨다. 법령, 감독규정 등을 만들거나 고칠 때 관련 내용을 금융위 안건에 포함하고, 이를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또 혁신위는 금융회사의 영업을 허가할 때 그 기준을 은행, 보험 등 각 금융업권별로 일관되게 하고, '인허가 매뉴얼'을 마련해 공개하라고 권고했다.

더불어 혁신위는 금융위가 금융회사에 인·허가를 내줄 때 법령해석이 필요하면 법제처 등 중립 외부기관으로부터 의견을 구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기존 사례와 다르거나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면 외부에 도움을 요청해서라도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라는 것이다.

은행법 시행령 왜 그때 바뀌었나...혁신위도 의문제기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도 케이뱅크 관련 내용이 주로 다뤄졌다. 은행법 시행령 개정시기가 적절하지 않은 근거를 묻는 질문에 윤 위원장은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왜 그때 (케이뱅크에 불리할 수 있는 조항을) 없앴느냐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앞서 참여연대는 재무상태가 비교적 좋지 않은 기업인 우리은행은 은행업을 하는 케이뱅크의 한도초과보유주주가 될 수 없는데, 시행령 일부 조항이 삭제되면서 가능해졌다고 지적했었다. 한도초과보유주주는 금융위의 승인을 얻어 한도 이상으로 주식을 가진 주주를 말한다. 이전 시행령에서는 이 주주의 재무건전성이 금융위가 정하는 기준과, 업종 평균 이상을 모두 충족해야 추가로 주식을 가질 수 있다고 정해두고 있었다.

이 조항은 그동안 십수년 동안 유지돼 오다가, 지난해 6월 돌연 바뀌었다. 당시 금융위는 '업종 평균 이상'이라는 조건을 삭제한 것이다. 케이뱅크의 한도초과보유주주가 될 수 있는 우리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업종 평균에 미치지 못할 것을 우려해 금융위가 시행령을 손 본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 참여연대 쪽 생각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 우리은행이 단순히 케이뱅크의 대주주를 넘어서 한도초과보유주주까지 된 것으로 드러났다. 케이뱅크가 지난달 27일 주식을 늘리면서 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도 올라갔는데 한도인 1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남동우 금융위 정책홍보팀장은 "금융위에서 지난달 말 우리은행이 케이뱅크의 한도초과보유주주가 될 수 있다는 승인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 경영간섭 유리한 한도초과보유주주된 우리은행... 과거였다면 불가능

이와 더불어 참여연대는 금융위가 과거 유권해석을 내려 우리은행을 위해 '업종 평균'의 기준을 느슨하게 해줬는데, 우리은행이 현재에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만약 금융위가 시행령을 바꾸지 않았다면 현재 재무건전성 기준에 못 미치는 우리은행이 케이뱅크의 한도초과보유주주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한도초과보유주주는 6개월에 한 번씩, 정말로 은행의 주식을 법정 한도를 넘어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심사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주 심사를 받는 것은 한도초과보유주주가 그만큼 은행 내부의 경영 결정에 간섭하기 쉽다는 이유에서인데,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안에서 그런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재무상태가 업종 평균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케이뱅크 경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일부에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케이뱅크는 일반 기업이 아닌 시민들의 예금을 굴려 운영하는 은행업이라는 특수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서다.

혁신위는 케이벵크의 특혜 논란에 대해 계속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어 오는 12월 중에 금융위원장에게 최종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윤 위원장은 이날 "금융위원장이 권고안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케이뱅크 인허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 혁신위의 최종 판단이 사뭇 궁금해진다.


태그:#금융혁신위원회, #케이뱅크, #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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