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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소를 하나씩 없애면, 어떻게 될까요? 전기가 부족해지고 큰 혼란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미 아무런 문제없이 원전 하나 줄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많은 에너지자립마을들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였고, 결국 서울에서는 원전 1.83기가 1년 동안 생산하는 발전량 만큼의 에너지를 절약했습니다. 녹색당의 도움을 받아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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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후문 부근에 위치한 패시브 하우스와 추소연 RE도시건축연구소 소장.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후문 부근에 위치한 패시브 하우스와 추소연 RE도시건축연구소 소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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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특보 33일, 열대야 19일. 올 여름 서울에서 발효된 폭염주의보와 열대야 일수다. 그야말로 펄펄 끓었다.

정부와 환경단체들은 에어컨보다는 선풍기를 켜고 찬물로 샤워할 것을 추천한다. 그래도 참을 수 없다면 실내 적정온도인 26도를 유지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너무 더워서 가만히 있기도 힘들다. 사람들은 고민 끝에 에어컨 냉방 버튼을 누른다. 하지만 전기요금 더 나아가 기후 변화 등을 떠올리면서, 잠시 후 에어컨을 끈다.

"언제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 수 있을까요?"

추소연 RE도시건축연구소 소장은 반문했다. 그도 전기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무작정 전기 소비를 줄이거나 아무리 덥고 추워도 참는 것은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2000년대 초 환경 관련 시민단체에서 일을 했어요. 당시 내복 입기 캠페인을 한창 했는데, 한계를 느꼈죠. 사실 내복을 입어야 하는 건 맞지만 어떻게 보면 무조건 참으라는 거니까요. 너무 더운데 여름철 적정온도 26도, 추운데 겨울철 적정온도 18도에 맞춰놓고 일을 하라고 하면 사람들은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어요. 그런 환경을 만들어놓고 무조건 참으라고만 하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일을 잘 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에너지 절약을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추 소장이 찾은 지속가능한 방법은 패시브 하우스다. 패시브 하우스는 태양광을 설치해 전력을 얻고, 단열 공법을 이용해 건물의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는 건물을 말한다. 환기는 하면서도 창문, 문, 벽 등으로 온기와 냉기가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줄이는 것이다.

건축 공부를 한 적이 없는 추 소장은 이를 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독일에서 10년을 살면서 저에너지 건물 공법을 배웠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는 패시브 하우스를 짓기 시작했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을 패시브 하우스로 개조했다. 1층은 건축사무소로, 2층은 집으로 쓰기 위함이었다.

원래 있던 단열재보다 2~3배 두꺼운 단열재와 창호를 사용했다. 단열제 두께만 240~280mm에 달한다. 창문틀에 스펀지를 넣어, 바람을 막고 에너지가 새어 나가지 않게 했다. 조명도 LED로 다 바꿨다.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그 결과 전형적인 빨간 벽돌집은 에너지 사용 제로에 가까운 새하얀 집으로 재탄생했다.

두꺼운 유리창을 설치해 열 손실을 줄이고, 소음 차단까지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패시브 하우스.
 두꺼운 유리창을 설치해 열 손실을 줄이고, 소음 차단까지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패시브 하우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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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창문 틀에 두꺼운 스펀지로 테이핑을 한다.
▲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한 창호 기밀 시공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창문 틀에 두꺼운 스펀지로 테이핑을 한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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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틀어도 기본요금만 낸다... "오히려 전기 남아돈다"

시간당 3kW의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한 달 평균 300kW가 생산된다. 우리나라 4인 가족의 한 달 평균 전기사용량이 350kW(킬로와트)라는 것을 감안하면, 전기 요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추 소장의 2층 건물은 태양광에서 얻은 전기로도 충분하다. 오히려 전기가 남는다. 추 소장 가족이 보통 사람들보다 전기 절약을 하는 편이 아닌데도 말이다. 

추 소장 가족 집에 들어서면, 겉보기엔 보통 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세탁기, 건조기 등의 가전제품을 모두 사용한다. 갓난아이가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라, 여름철에는 에어컨을 많이 사용했다. 무더위에는 하루 종일 틀어놓기도 한다. 그럼에도 한 달 전기 사용량은 200kW 정도다. 추 소장은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4인 가족이다. 전기 사용량이 우리나라 4인 가족 평균 사용량을 크게 밑돈다. 패시브 하우스 덕분이다.

추 소장은 "에어컨을 틀어서 온도를 낮추면, 패시브 하우스가 일반 주택보다는 그 온도로 오래 유지하게 된다"라며 "30도를 26도로 만드는 것과 36도를 26도로 떨어뜨리는 게 다른 것처럼 후자가 전기를 더 많이 쓰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한 달 평균 350kW를 쓰면 전기요금으로 5만5000원 정도를 내야 한다. 하지만 추 소장이 내는 전기 요금은 2000~4000원가량이다.

비싸도 쾌적하니, 패시브 하우스 짓는다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후문 부근에 위치한 패시브 하우스 2층 거실에 앉은 추소연 RE도시건축연구소 소장.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후문 부근에 위치한 패시브 하우스 2층 거실에 앉은 추소연 RE도시건축연구소 소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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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 하우스를 짓거나 주택에 저에너지 요소를 도입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추 소장은 사무실과 집을 패시브 하우스로 개조하는 데 5000만 원이 들었다. 에너지 비용을 절약해 이 금액을 회수한다고 해도, 수십 년이 걸린다.

그럼에도 패시브 하우스로 개조하는 이유는 뭘까? 추 소장은 쾌적함 때문이라고 했다.

"온도를 20도, 24도로 유지하는 건 사실 쉽죠. 에너지를 많이 쓰면 돼요. 냉난방비로 한 달에 30만 원씩 나가도 괜찮으면 그렇게 하면 되죠. 그런데 그렇게 온도를 유지해도 완벽한 쾌적함을 느낄 수는 없어요. 외풍이 심하고 한기가 있는 집은 30만 원씩 냉난방을 해도 바람이 어디선가 새는 느낌이 나죠. 패시브 하우스는 달라요. 냉난방을 잘 하지 않아도 적정온도가 유지되고 바람이 통하는 느낌이 안 들죠. 열만 잘 관리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요."

그 뿐만이 아니다. 소음에도 자유롭다. 추 소장의 건물은 어린이대공원 담과 몇 발자국 안 떨어져있는 주택이다. 그럼에도 소음이 벽과 창문을 뚫고 들어오지 않았다. 방음이 돼있는 스튜디오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고요한 느낌이 들었다. 창문들와 외벽의 틈새를 테이프와 스펀지로 막아, 바람과 외부소리가 통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이대공원이 바로 앞에 있어서 주말이면 자동차 경적소리, 안내 방송, 사람들 소리가 시끌벅적하게 들리는데, 이 집은 문을 닫으면 바깥 소리가 잘 안 들려요. 창문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 차이가 크죠."

"건물 에너지 효율 높이는 게 관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에너지를 안 쓰는 것과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추 소장은 "후자가 더 지속가능하다"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건축물이 쓰는 에너지양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약 15%다. 건축물이 쓰는 에너지는 우리가 카페에서 에어컨을 틀고 카페 벽에 설치된 콘센트에 휴대전화 배터리 충전기를 꼽는 등 건물을 통해 전기를 말한다. 서울의 경우 주택을 제외한 영업·상업·문화 시설, 공공기관 등의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가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그는 "원자력 발전소(원전)를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에너지 사용이 몰리는) 피크 시간에 전력 사용을 줄여야 한다"며 "한여름에 저희 집과 옆집에서 에어컨을 똑같이 돌려도 에너지 사용량이 다르다. 패시브 하우스가 늘어나면 피크 시간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패시브 하우스가 원전을 줄이는 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추 소장은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건축법을 강화시켜 신축 건물에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효율을 높이고 단열을 강화하는 패시브 요소를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축 건물이 저에너지 건물로 지어져도, 다수의 기존 건물을 저에너지 건축으로 개조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내가 사는 집을 (패시브 하우스로) 개조해, 잘 살 수 있다라는 개념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태그:#핵노답 , #패시브 하우스, #추소연 소장,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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