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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넷마블게임즈에서 3명의 젊은 노동자가 연이어 사망했습니다. 그해 11월에 일어난 한 노동자의 죽음은 이듬해 6월 과로사로 확인됐습니다. 3명의 노동자가 연달아 사망하면서, 넷마블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이번 국정감사 때도 넷마블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가 다뤄집니다. 12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맞춰, 서울남부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의 미래'는 넷마블 잔혹사를 재조명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5월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넷마블게임즈(주)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에서 권영식 대표 등 임직원들이 축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넷마블게임즈(주)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에서 권영식 대표 등 임직원들이 축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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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가 국내 주식시장의 실질적 황제주가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반 주가로는 삼성전자가 주당 256만4000원으로 최고가지만, 서로 각각인 액면가를 5000원으로 맞춰 비교하면 757만5000원의 넷마블이 최고의 황제주라는 내용이다.

이처럼 넷마블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방준혁 이사회 의장은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신흥 부자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넷마블은 게임 산업의 성공신화를 이끄는 선도 기업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런 넷마블에서 지난해 7월 한 게임개발 노동자가 돌연사했다. 38세였던 이 청년은 급성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같은 해 10월 또다른 한 노동자가 본사 사옥에서 투신해 자살했다. 그리고 2016년 11월 또 한 명의 게임개발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이 청년의 나이는 28살이었다.

어마어마한 부를 끌어 모은 기업이자 수조 원 대의 주식상장을 앞둔 게임회사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유지·보수하던 청년노동자가 돌연사하고 자살한 것이다. 2016년 11월 23일부터 익명 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에서 죽음의 원인과 책임을 두고 들끓기 시작했고, 5일 만에 545명의 노동자들이 노동건강연대의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넷마블을 꺼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왜 2013~2015년을 악몽으로 기억하는가?

이 설문조사에는 언론에 알려진 것 말고도 특이점이 있었다. 넷마블을 퇴사한 전직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현직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현격하게 달랐다.

퇴직자들은 하루 13시간 이상 일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41.0%나 됐다. 당시 재직자들에게서도 이 비율은 14.8%나 되었지만 퇴직자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기억의 차이인지 경험의 차이인지 당시로서는 확인할 도리가 없었다.

"넷마블 개발사들 2012~2015년 근로기록을 조사하면 어마어마할 겁니다. 꼭 시정되도록 부탁드립니다."

느닷없이 들어온 이 상담 문자메시지의 의미를 헤아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게임 출시와 업데이트를 앞두고 초장시간 밤샘 근무를 하는 '크런치 모드'가 오늘의 넷마블을 있게 한 성공 비밀 중 하나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한 넷마블 노동자들의 기억은 달랐다.

"3000억 원의 매출을 1조 원 매출로 신장시킨 것은 내가 재직했던 2014~2015년의 일이다. 모두 중국에서 고생했다. 하지만 우리 팀에 돌아온 건 권고사직이었다. <다함께 던전왕> 중국 진출이 실패했다는 게 이유다. 그때 그만둔 동료들이 40명이다."

배신감과 원망에 가득한 눈빛으로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중국에서 그땐 한두 시간 쪽잠자면서 3~4일씩 일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100시간 동안 쪽잠 자며 일해본 적도 있다. 숙소에서 잤다고 충분히 쉬고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오전 5시에 들어가면 다시 10시에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4시간 정도 머리만 대다 다시 나오곤 했다."

넷마블 노동자들은 당시 회사가 요구했던 일정에 따라 데드라인을 맞추고, 크런치 모드를 묵묵히 견뎌냈다. 야근 수당도 없이 성공보수도 없이 말이다. 그러다 자신이 속한 팀의 프로젝트가 중단되기라도 하면, 권고사직을 종용받는다고 한다. 물론 권고사직을 제안 받기도 전에 야근이 힘들어 먼저 그만 둔 경우도 많다. 주 5일 밤샘 야근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넷마블을 떠난 퇴직자들이 부지기수다. 그들에게 2013~2015년 넷마블에서의 근무 기억은 악몽일 수밖에 없다.

넷마블 게임개발 잔혹사

이들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만든 <길드오브아너>는 성공했다. 하지만 모든 게 좋을 수만은 없었다. 동료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만든 <길드오브아너>는 성공했다. 하지만 모든 게 좋을 수만은 없었다. 동료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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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은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가 아니라, 게임을 유통·공급하는 회사다. '넷마블 게임' 개발사들은 대부분 넷마블게임즈의 자회사이거나 관계사들이다. 데드라인을 앞두고는 본사(넷마블게임즈) 직원들도 야근을 하지만, 게임 개발 중간 점검 기간을 뜻하는 '빌드 주간'에 밤샘하고, 크런치 모드 속에서 주말과 저녁을 반납한 채 집중적으로 야근을 하는 건 자회사나 관계사의 게임개발 노동자다. 넷마블 네오, 마이어스 같은 개발사들 말이다.

마이어스는 넷마블이 개발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하던 2011년 인수된 개발사다. <길드오브아너> 게임을 개발했다. 2014년 마이어스의 <골든에이지>가 성공하지 못하자 이듬해 바로 글로벌화를 목표로 새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길드오브아너>다.

<길드오브아너> 게임개발자 A씨의 2015년 4~12월 주당 평균 노동시간.
 <길드오브아너> 게임개발자 A씨의 2015년 4~12월 주당 평균 노동시간.
ⓒ 노동자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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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어스 게임개발자 A씨가 <길드오브아너>를 출시하기 위해 일한 근무시간을 그래프로 옮긴 것에 따르면, 그는 2015년 7월에만 주당 평균 71.1시간을 일했다. 게임 출시를 앞둔 8·9·10월은 물론 11월에도 주당 평균 60시간을 넘기며 근무했다. 산재보험법에서는 보통 12주 동안 60시간 이상 일하다 사망한 경우 과로사로 인정하는데, A씨는 무려 21.5주를 60시간 넘게 일했다.

게임 개발은 출시로 끝나지 않는다. 매월 업데이트 서비스를 하면서 수익모델을 갱신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유지·보수 업무를 할 때에도 노동자들은 밤샘 야근을 한다. 본사의 빌드 점검은 다음날 오전에 이뤄지고, 게임 업데이트는 게임 유저의 편의를 위해 새벽에 이뤄질 때가 빈번하다.

2016년 업데이트 업무를 수행했던 <길드오브아너> 개발자들도 예외 없이 밤을 샜다. 2016년 1월부터 3월까지 <길드오브아너> 게임개발자 B씨는 매월 있었던 업데이트를 위해, 1월에는 주 61.0시간, 2월에는 62.8시간, 3월에는 주 75.3시간을 일했다.

2016년 3월 이 게임개발자의 출퇴근기록은 정말 혹독했다. 3월 9~10일, 17~18일 밤샘 야근을 했고, 3월 21~22일, 23~24일에는 연이어 밤을 샜다. 전날 밤을 샜건 안 샜건, 거의 매일 밤 12시에 퇴근을 했고, 토요일에도 6~8시간씩을 일을 했다.

이들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만든 <길드오브아너>는 성공했다. 그래서 2016년부터 마이어스의 노동자들은 넷마블 본사가 제공하는 200만 원 상당의 복지 포인트를 받았고, 20층 카페테리아 이용권도 얻었다.

하지만 모든 게 좋을 수만은 없었다. 동료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2016년 7월, 급성심정지로 돌연사한 노동자가 바로 <길드오브아너>를 개발하던 아트 디자이너였다. 그 역시 다른 동료들처럼 열심히 일했다. 동료들은 과로사일 거라 의심했지만, 유독 넷마블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 달여 뒤 넷마블이 언론에 밝힌 입장은 다음과 같다.

"돌연사한 직원의 경우, 유족들이 과로사는 아니라고 확인해줬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온라인에 퍼지고 있다. 과로사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

28살 청년의 과로사는 막을 수 있었다

넷마블이 "과로사는 절대 아니"라고 한 사이, 넷마블 게임개발사들의 노동자들은 예전처럼 똑같이 일했다.

넷마블의 게임개발 관계사 중 하나였던 인피니티 게임즈는 <나우>라는 게임을 개발했다. <나우>는 2016년 하반기 출시가 목표였다. 이 게임을 개발하던 노동자도 <길드오브아너> 게임 개발자처럼 런칭을 앞두고 21.5주 동안 매주 60시간을 넘기며 일했다.

<나우> 게임개발자 B씨의 2016년 1~12월 주당 평균 노동시간.
 <나우> 게임개발자 B씨의 2016년 1~12월 주당 평균 노동시간.
ⓒ 노동자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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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길드오브아너> 게임 개발자가 돌연사하자, 8월 주 근무시간이 54.5시간으로 줄었다. 하지만 9월부터 개발자들은 다시 60시간을 넘겨 일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게임은 출시되지 못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중단됐고, 인피니티 게임즈는 넷마블 네오에 인수합병됐다.

출시와 업데이트를 앞둔 게임개발자들이 2016년 하반기에도 밤샘 야근을 계속한 사이, 넷마블 네오에서 <킹오브파이터즈>를 개발하던 28살 청년이 과로로 사망했다. 11월 21일의 일이다.

이 노동자가 왜 사망하였는지는 이듬해에야 밝혀졌다. 9월과 10월 사이 이 청년에게도 야근이 집중됐다. 10월 첫 주에만 95시간 55분, 넷째 주에는 83시간 4분 동안 일한 것이다. <킹오브파이터즈>는 2017년 2월에 출시될 예정이었고, 그도 다른 게임개발자들처럼, 출시를 앞두고 크런치 모드로 밤샘야근을 했다. 그렇게 일하다, 주말 집에서 하루를 쉬고, 다음날 회사로 출근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것이다. 지난 8월 이정미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인의 죽음을 과로 등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했다.

넷마블의 게임개발 환경에서는 누가 어떻게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4개월 동안 넷마블이 고용노동부 서울관악지청이, 우리 사회가 넷마블 게임개발 환경을 방치하지 않았다면, 28살의 청년의 죽음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넷마블의 자정능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장시간 노동, 과로로 노동자가 고통 받거나 사망하면, 그의 소속 (원청) 법인과 사업주는 최소한 세 가지 책임을 져야 한다.

① 진상규명과 함께 법적·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
② 원상복구 및 각종 보상의 책임을 지는 것
③ 재발방지 및 예방 대책 마련을 위한 책임을 지는 것

과로사나 과로자살에는 피해당사자의 과실이라는 게 없다. 누군가에 의해 강요되고, 무엇인가에 의해 조장되었으며, 구조적인 원인들로 인해 발생한다.

그런데 넷마블은 이 모든 책임의 첫 관문인 진상규명부터 어렵게 했다. '유족들이 과로사가 아니'라고 말했다며, 업무연관성에 대한 모든 합리적 의심을 배격하려 했다. <킹오브파이터즈> 개발자 과로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넷마블은 과로사 직후 노동건강연대가 시도한 설문조사 자체를 불온시 했고, 조사중단과 함께 발표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 증명부터 보냈다.

진상규명에 소극적이었던 만큼 넷마블은 원상복구나 보상의 책임을 지는 것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밤샘야근을 줄이려는 노력도 지난 2월 <경향신문>이 대서특필하고 시민사회가 들끓고 난 뒤에야 "야근 최소화" 계획을 발표했다.

"보상은 업계 최고"라며 적어도 임금만큼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듯 일관하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이후 44억 원의 임금체불액을 지적당하고 난 뒤에야 야근수당을 지급했다.

3년치 체불임금 지급도 마찬가지였다. 무료노동신고센터가 진정인들을 모아 증언대회를 준비하고, 의원실이 산재 인정사실을 알리고 난 뒤에야 움직였다. 유가족에 대한 사과도 그제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여전히 넷마블은 연장근로 제한 한도를 훌쩍 넘기는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가 과로사한 것에 대해 법적·사회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민주노총과 시민사회의 경고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 기업이 과로사는 물론 공짜야근이 재발되지 않도록 스스로 대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렇게 내놓은 대책이 실제로 하고 있는 게 맞기나 한 건지, 효과가 있기는 할 것인지, 지역시민사회의 감시 없이도 스스로 지속할 의사는 있는 건지, 우리는 모두 의문을 가지고 있다.

10월 12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넷마블 서장원 부사장이 출석한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뒤늦게라도 넷마블이 책임 있게 사과하고, 21세기를 새로운 부를 선도하는 기업답게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가진 기업이라 소명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청년들의 꿈을 온전히 이어갈 수 있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박준도 기자는 '노동자의 미래' 정책기획팀장으로, 민주노총 서울남부지구협의회 정책부장도 맡고 있습니다.



태그:#넷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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