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후보 두 사령탑'... 이정철 IBK기업은행과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오른쪽)

'우승 후보 두 사령탑'... 이정철 IBK기업은행과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오른쪽) ⓒ 박진철


모든 구상과 준비는 끝났다.

도드람 2017~2018 V리그가 오는 14일 개막한다. 남자부 현대캐피탈-대한항공, 여자부 IBK기업은행-흥국생명 경기를 시작으로 6개월여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개막을 앞둔 여자 프로배구 감독들도 대부분 시즌 초반 팀 운영 구상을 끝마쳤다.

올 시즌 V리그 여자부는 다른 시즌과 큰 차별점이 있다. V리그 출범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 이동이 펼쳐졌다. 또한, 주축 선수의 국가대표 차출 기간이 매우 길었다.

​때문에 각 팀마다 '선발 주전 라인업'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큰 고민거리였다. 배구 관계자와 팬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여자배구 감독들에게 올 시즌 선발 주전 멤버 구상을 들어봤다.

고예림 레프트-김미연 센터... IBK '깜짝 카드' 선보인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깜짝 카드'를 내놨다. 바로 고예림 레프트-김미연 센터 구상이다.

그에 따라 IBK기업은행은 레프트에 메디(지난 시즌 리쉘)와 고예림, 라이트 김희진, 센터 김수지와 김미연, 리베로는 김혜선이 선발로 나선다. 세터는 염혜선과 이고은이 '동등 선발'이다.

이런 구상을 하게 된 이유에는 센터 유미라의 부상도 작용했다. 유미라는 최근 무릎 연골에 손상을 입었다. 1~2주 안정을 취한 뒤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당분간 출전이 어렵다.

​이 감독은 10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고예림이 서브 리시브와 수비력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선발 주전 레프트는 메디와 고예림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어 "김희진은 라이트 포지션"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센터는 김수지와 김미연이 들어간다"며 뜻밖의 구상을 밝혔다. 다만, 국가대표팀에서도 공격수로 활약했던 김미연이 센터 경험이 없기 때문에 라이트 김희진이 센터 역할도 할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OK저축은행의 외국인 선수였던 시몬처럼 플레이를 한다는 뜻이다.

이 감독은 "김희진이 후위로 갈 때는 당연히 라이트 공격을 한다"며 "그러나 전위에 있을 때는 상대 팀과 상황에 따라 경기 도중에 김희진이 센터로 가고, 김미연이 라이트 공격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염혜선과 이고은은 동등한 주전 세터다. 완전히 50 대 50"이라며 "그 날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무조건 선발로 들어간다. 언제든지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에 대해서도 "컨디션을 계속 끌어올리는 중"이라며 "요새 마인드도 좋고 해서 조금 더 치켜세우고 격려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는 올해 세계랭킹 2위인 미국 국가대표팀 1군에 발탁돼 주요 국제대회에서 맹활약했다. 이제는 세계적인 선수급으로 올라선 것이다. IBK기업은행은 자유계약 시절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업 멤버도 막강' 도로공사... 신인 이원정 '초반부터 투입'

한국도로공사는 선발 주전 레프트로 박정아와 문정원이 낙점됐다. 라이트는 이바나가 책임진다. 센터는 정대영과 배유나, 세터는 이효희, 리베로는 임명옥이 선발로 나선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하혜진의 활용 여부를 묻자 큰 웃음과 함께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국제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하혜진을 선발 주전으로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고민과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

김 감독은 "하혜진 때문에 정말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백업 라이트로 출발은 하되, 이바나가 안 풀리거나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면 언제든지 하혜진을 투입할 것이다. 기회를 많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도로공사가 6개 구단 중 주전 멤버뿐만 아니라, 백업 멤버들까지 탄탄하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V리그가 6개월의 장기 레이스인 점을 감안하면, 큰 강점이다.

​실제 도로공사는 전 포지션에 걸쳐 기량이 뛰어난 백업 멤버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 레프트는 지난 시즌 많은 활약을 한 전새얀, 최은지, 유서연이 대기하고 있다. 센터는 지난 9월 KOVO컵에서 깜짝 활약을 하며 기량이 급성장한 정선아가 버티고 있다. 세터는 다른 팀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대풍년이다. 국가대표에서 활약한 이소라와 하효림도 모자라,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차세대 국가대표 유망주인 이원정(18세·177cm·선명여고)까지 선발했다.

김 감독은 "이효희가 흔들리거나 체력 안배가 필요할 때, 신인 이원정을 시즌 초반부터 백업 세터로 투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 전지훈련 때 이원정을 투입해 보니까 상당히 잘하더라"며 "키가 커서 블로킹도 되는 세터"라고 덧붙였다. 이원정을 조기에 이효희 후계자로 키워보겠다는 의중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대건설, '황민경·이다영' 키포인트... 흥국생명, 수비 대폭 강화

 '여성 사령탑 맞대결' 주목... 박미희 흥국생명과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

'여성 사령탑 맞대결' 주목... 박미희 흥국생명과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 ⓒ 박진철


현대건설은 선발 주전 레프트로 엘리자베스와 황민경, 라이트는 황연주, 센터는 양효진과 김세영, 세터는 이다영, 리베로는 김연견이 나선다.

​우승 후보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전력이다. 다만, 세터 부문에서 이다영에게 부담이 많은 게 위험 요소이다. 백업 세터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김다인(172cm·포항여고) 한 명뿐이기 때문이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김다인이 토스 구질이 좋고 빠른 편이다. 다만, 세터 훈련을 체계적으로 많이 받지 못한 상황이라 보완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엘리자베스는 처음 올 때부터 서브 리시브와 수비 훈련을 중점적으로 시켰다"며 "갈수록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흥국생명은 레프트에 심슨과 이재영, 라이트는 신연경과 공윤희, 센터는 김나희와 정시영, 세터는 조송화와 김다솔, 리베로는 김해란과 남지연이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센터 블로킹은 약화됐지만, 리베로가 대폭 보강되면서 수비력에서 강점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강한 레프트진에 비해 라이트가 다소 약한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은 박미희-이도희 두 여성 사령탑의 맞대결로 V리그에서 새로운 흥행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GS칼텍스, 스피드 배구 돌풍... 인삼공사 "올해 목표는 우승"

GS칼텍스는 ​공격은 듀크, 강소휘, 표승주 삼각편대가 이끈다. 듀크는 라이트 포지션으로 출발한다. 리시브에 가담하는 레프트는 강소휘와 표승주가 책임진다.

세터는 이나연이 선발 주전이다. 안혜진과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인 한수진(19세·165cm·수원전산여고)은 백업 세터로 출발한다. 센터진은 김유리와 문명화가 선발로 나선다. 리베로는 국가대표에서 활약한 나현정이 이끈다.

KOVO컵에서 '깜짝 우승'을 일궈낸 GS칼텍스는 V리그에서도 차상현 감독표 '스피드 배구'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일부 감독들은 GS칼텍스를 강력한 다크호스 또는 돌풍의 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GC인삼공사는 개막을 앞두고 부상 선수가 다수 발생해 감독의 애를 태우고 있다. 센터 장영은이 최근 오른쪽 무릎의 연골이 떨어나가는 부상을 입었다. 수술과 재활까지 6개월여가 소요될 예상이다. 사실상 '시즌 아웃'인 상황이다. 이연주도 허리에서부터 올라오는 머리 두통이 생겨, 현재 휴식 중이다. 복귀까지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지도 지난 6일 몸의 일부에 작은 종양이 발견돼 제거 수술을 했다. 다행히 암은 아니다. 완치까지 한 달 정도 소요될 예상이다. 호전 속도가 빠를 경우 15일 인삼공사의 시즌 첫 경기인 현대건설전에 출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초반 1~2경기 정도 결장할 가능성도 높다.

​한수지가 결장할 경우 센터는 유희옥과 이선정이 맡게 된다. 선발 주전 레프트는 한송이와 최수빈이 나선다. 지민경과 신인 우수민(20세·178cm·대전용산고)도 언제든지 투입될 수 있다. 라이트는 알레나, 세터는 이재은이 그대로 맡는다. 리베로는 오지영이 책임진다. 한송이의 가세로 지난 시즌보다 레프트의 공격력이 한층 강화됐다.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은 "올해는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인삼공사만 놓고 봤을 때 작년보다 전력이 좋아진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6개 구단 전체로 봤을 때는 다른 팀들이 전력 보강을 다 잘했다"며 경계했다.

"2강-4중, 백지 한 장 차이" 이구동성

​​감독들에게 올 시즌 전반적인 전력 평가와 전망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대체로 '2강 4중'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2강의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팀은 IBK기업은행과 한국도로공사다. 그러나 4중인 현대건설, 흥국생명, GS칼텍스, KGC인삼공사도 '만만치 않다'는 단서를 붙였다. 언제든지 2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전력이라는 뜻이다.

이정철 감독은 "멤버 구성만으로 보면, 도로공사가 우승 후보인 건 맞다. 현대건설도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솔직히 6개 팀 모두가 정말 백지 한 장 차이"라며 "방심하면 언제든지 뒤집힌다"고 덧붙였다.

김종민 감독은 "IBK기업은행이 가장 나은 것 같다"면서도 "사실 만만하게 볼 수 있는 팀이 없다. 모든 팀이 서로 물고 물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가 가장 전력 평준화가 잘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구단 지원과 감독 역할, 어느 시즌보다 중요

​​​이도희 ​감독은 "아무래도 도로공사와 IBK가 전력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감독도 "만만한 팀이 한 팀도 없다"며 "감독들은 피가 마르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남원 감독도 이 감독과 비슷한 의견을 냈다.

사실 올 시즌처럼 역대급 선수 이동이 발생한 경우, 주전 선수 개개인의 실력만으로 팀의 전력을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울러 구단과 감독의 역량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영입 선수와 국가대표 선수들이 빠르게 팀에 녹아들고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선수단 지원과 관리를 잘 하는 게 주요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균형을 무너뜨리고 순위가 갈리는 요인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시즌 개막 전에 우승 후보로 꼽혔던 팀들이 리그가 진행되면서 우승을 하지 못하거나, 하위권으로 내려앉은 경우도 많다.

​​과연 올 시즌 여자부는 막판까지 '꿈의 전력 평준화'로 팬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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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V리그 김연경 이재영 고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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