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강국' 아르헨티나는 요즘 좀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3월 '약체' 볼리비아에게 2-0으로 패한 것을 비롯해 9월 베네수엘라(1-1), 10월 페루(0-0)와 연속으로 비기며 답답한 모습을 이어갔다.

아르헨티나는 러시아 월드컵 남미예선 17경기에서 6승 7무 4패(승점 25)의 성적을 기록하며 남미예선 6위로 추락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외신들은 "이러다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 바빴다.

그랬기에 11일(한국시간) 에콰도르와의 남미예선 최종전은 아르헨티나에게 너무나도 중요했다. 만일 이 날 승리하지 못한다면 47년 만에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

더군다나 해발 2850m(에콰도르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점도 아르헨티나에겐 큰 악재였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0년 이후 17년 동안 이곳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었다.

아르헨티나를 구한 건 결국 메시였다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본선 진출 소식을 전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일간지 <클라린>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본선 진출 소식을 전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일간지 <클라린> ⓒ 클라린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난세에 영웅은 등장하는 법이다. 이는 치열한 승부를 펼치는 그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

절망에 빠진 아르헨티나를 구한 '영웅'은 리오넬 메시(30,FC바르셀로나)였다. 역시 그는 모든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선수였다.

아르헨티나는 이 날 경기시작 37초 만에 로마리오 이바라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탈락이 마치 현실로 다가오는 듯 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캡틴' 메시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줄 아는 승부사였다.  전반 11분 미드필더 진영에서 직접 공을 드리블한 메시는 앙헬 디 마리아와의 2대 1패스를 주고 받은 뒤 감각적인 왼발 아웃프런트 슈팅으로 상대의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를 원점으로 만든 메시, 그가 이번엔 경기를 뒤집었다. 전반 18분 상대 수비수가 소유하던 볼을 단박에 가로 챈 메시는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상대의 골망을 힘차게 갈랐다.

후반 17분엔 메시의 진가를 제대로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페널티 아크 정면으로 공을 드리블 한 메시는 수비수 세 명이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서 환상적인 왼발 슈팅을 때려 넣으며 '해트트릭 원맨쇼'를 연출했다.

그라운드와 벤치에서 메시의 세번째 골을 지켜본 동료들은 마치 월드컵 우승이라도 한 듯 메시에게 다가가 얼싸 안으며 기쁨을 만끽했고, 호르헤 삼파울리 아르헨티나 감독도 그간의 고통을 날리기라도 하는 듯 두 팔을 뻗고 하늘을 향해 소리치며 환호했다.

아르헨티나는 이 날 승리로 콜롬비아(4위), 페루(5위, 플레이오프), 칠레(6위, 예선 탈락)를 밀어내고 남미예선 3위에 오르며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아르헨티나 유력 일간지 <클라린>은 "메시가 세계최고(mejor del mundo)의 클래스를 선보이며 아르헨티나를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다"고 전했고, <라 나시온>은 "아르헨티나 전 국민이 메시의 해트트릭 쇼에 힘입어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이 날 개인통산 44번째 해트트릭을 올리며 조국 아르헨티나를 구해낸 메시는 "우리는 월드컵에 진출할 자격을 증명했다. 잊을 수 없는 날"이라고 운을 뗀 뒤 "열심히 응원해준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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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아르헨티나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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