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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늦겨울, 남편과 함께 회사에 사표를 내고 10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싱가포르에 왔다. 1년간 어학 공부를 하겠다는 목적이었다. 이 연재는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며 싱가포르에서 생활하는 젊은 유학생 부부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담는다. - 기자

우리의 보금자리가 있는 싱가포르 셍캉에 위치한 단독주택 골목.
 우리의 보금자리가 있는 싱가포르 셍캉에 위치한 단독주택 골목.
ⓒ 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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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아저씨 집에 또 왔어. 왔다 간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왔네."

주인집 아저씨가 돌아왔다. 우리가 싱가포르에서 사는 집에 대해 말하자면 중국인 아줌마가 방 4칸짜리 단독주택을 빌려 우리 한국인 부부와 또 다른 한국인 대학생 1명에게 월세를 내줘 함께 살고 있다. 주인집 아줌마 아들은 아시아 대학 서열 2위인 NUS 대학에 다닌다. 그만큼 아줌마의 콧대는 하늘을 찌른다.

중국에서 일하는 아줌마 남편은 긴 휴가를 받을 때면 싱가포르 집에 찾아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중국의 국경절과 중추절이 겹친 이번 긴 연휴를 맞아 아저씨가 또 싱가포르 집에 찾아왔다. 평소 적적했던 아줌마 가족에게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래, 가족은 함께 있어야 가족이지.

이 아줌마는 중국의 전형적인 '페이두마마(陪读妈妈)'다. 페이두마마란 아이 교육을 위해 아이와 단둘이 외국에서 사는 중국 엄마를 뜻한다. 과거 중국의 이민 1~3세대가 굶주림을 이기지 못하거나 중국 공산당의 탄압을 이기지 못해 국경을 넘었다면 현재 중국 이민 4세대로 불리는 이민족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으로 이주하고 있다.

중국어와 영어가 공통 모국어인 싱가포르에서 중국인 엄마는 영어를 몰라도 일상생활을 수월하게 할 수 있고, 그들의 자녀는 학교에서 영어로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싱가포르에 교육을 위해 넘어오는 중국인들은 돈이 좀 부족한 사람들이야. 돈 있는 사람들은 바로 미국으로 넘어간다고. 싱가포르를 교두보로 고등학교 교육까지 이곳에서 받고 미국으로 넘어가는 게 일반적인 순서야." 핑 선생님은 설명한다. 자녀 교육에 있어 돈의 논리는 전 세계 어디서나 통용된다.

싱가포르 어학원 중 학원비 면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내가 다니는 학원에도 중국 방학 시즌만 되면 중국인 아이들로 북적인다. 10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이 단체로 와서 영어 수업을 듣는데 이 시기가 되면 학원 복도에는 뛰는 아이, 우는 아이, 싸우는 아이 등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중국과 싱가포르를 오가는 왕복 비행깃삯, 생활비, 방값, 교육비를 치면 2주만 온다고 해도 한화로 몇백만 원이 든다. 그런데도 중국 부모들은 아이들 영어 교육을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교육 열기를 불태우는 것은 비단 중국인뿐만이 아니다. "잘 알고 있지, 한국인들 교육열." 수년간 한국인 학생 중국어를 가르쳐온 그레이스는 한국인의 교육열을 한국인인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여기 한국 엄마들은 아이가 어렸을 때 싱가포르에 데려와서 대학 교육까지 하는 사람이 많아. 주로 노비나 쪽에 모여 살고 있는데 엄마들이 아이들한테 주는 공부에 대한 압박이 장난 아니라고."

싱가포르에 위치한 아시아 2위 대학 NUS의 대운동장.
 싱가포르에 위치한 아시아 2위 대학 NUS의 대운동장.
ⓒ 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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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입장에서 싱가포르 교육 환경의 강점은 중국어와 영어를 함께 익힐 수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아시아에서 순위권에 드는 대학들이 싱가포르에 몰려있어 교육의 질도 나쁘지 않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6시간 거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도 아이가 크면 싱가포르에 몇 개월 와서 교육하면 좋겠다."
"그럼 좋지. 그런데 한두 푼이 아닐걸. 왕복 비행기 푯값에 방값, 학원비만 해도 한 달에 적어도 500만 원은 우습게 깨진다고."

그렇지. 우리는 아이 교육에 투자할 돈을 우리 자신에게 투자하고 있었구나.

"흠... 그냥 지금 더 열심히 공부해서 영어랑 중국어는 우리가 직접 아이에게 가르쳐주자. 그럼 돈도 안 들고 아이에게 동기 부여도 더 될 거야."

그렇게 아이 교육에 대한 고민은 주머니는 비우고 머리는 채우는 지금의 삶에 더욱 더 큰 동기 부여를 가져다준다.


태그:#싱가포르, #중국, #교육,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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