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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간의 황금연휴가 시작되었지만 24시간 밤낮없이 교대근무를 하는 직원들의 손길은 바쁘다.
 10일간의 황금연휴가 시작되었지만 24시간 밤낮없이 교대근무를 하는 직원들의 손길은 바쁘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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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근무는 10년에 한 번 꼴로 명절날 내가 쉬는 오프날(비번)과 맞아요. 지금껏 세 번 정도 제대로된 명절을 쇴습니다."

29년째 교대근무를 해온 직장동료 A씨의 말이다.

졸고 또 졸다 광주까지 간 사연

교대근무의 애환에 대해 그는 "뭐니 뭐니 해도 명절 때마다 고향도 못 가고, 친구들을 못 보는 것"이라며 "모임이 있어도 근무한다고 가버리니 대인관계가 허물어진다"라고 허탈해했다.

자도 자도 피곤한게 교대근무다. 순천에서 출퇴근하는 동료 B씨. 그는 교대근무로 인한 사연도 많다. 깜빡 졸다 보니 퇴근 통근버스를 놓쳐 시내까지 나와서 가까스로 순천·광주행 버스를 탔다. 그런데 또다시 잠에서 깨어보니 광주였다. 아뿔싸! 이후 그의 얘기는 두고두고 회자됐다.

B씨의 또 다른 사연은 더 배꼽을 잡는다.

25년 전 처음으로 새 차를 구입한 그. 통근버스를 타기 위해 승용차를 몰고와 순천역 골목에 주차 후 야간근무를 갔다. 다음날 아침 사건이 터졌다. 밤근무를 마치고 무거운 눈꺼풀로 통근버스에서 내렸고 자신의 자가용에 올랐다.

이후 시동을 걸고 주행을 하려는데 아무리 엑셀을 밟아도 차가 움직이질 않았다. 차에서 내린 그는 화들짝 놀랐다. 바퀴 4개가 사라졌다. 자세히 살펴보니 차체가 벽돌에 올려진 채 쟁반으로 가려진 것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 바퀴를 통째로 도둑맞은 것. B씨의 교대근무 흑역사는 계속 진화 중이다.

10일 간의 황금 연휴... "교대 근무는 우울하다"

10일간의 황금연휴가 시작된 공장이 적막하기만 하다. 공장에 안전,환경 초일류사업장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10일간의 황금연휴가 시작된 공장이 적막하기만 하다. 공장에 안전,환경 초일류사업장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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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 열흘이라는 긴 '황금연휴'가 시작됐다. 오지고 푸진 휴가덕에 연휴를 맞은 직장인(샐러리맨)은 요즘 몸과 맘이 한껏 달아있다. 샐러리맨으로 산다는 게 이보다 더 행복할 때가 있었을까?

황금연휴를 맞아 해외로 나가는 인파로 인산인해라는 언론 보도가 실감난다. 내가 사는 여수도 평소답지 않게 관광객들로 차가 꽉꽉 막힌다. 때 아닌 성수기를 맞은 건 숙박업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교대근무는 긴 연휴일수록 사람을 더 우울하게 만든다. 이 기간 명절은커녕 가족 휴가조차 꿈도 못 꾼다. 물론 연휴 동안 일하면 공휴일 수당으로 보상을 받지만, 24시간 밤낮없이 일하는 명절 교대근무는 달갑지 않다. 그냥 남들처럼 명절때 쉬고 놀 때 노는 평범한 행복은 없을까. 

필자는 올해로 교대근무 24년차다. 365일 연속으로 공장이 돌아가는 일터라 명절을 잊은지 이미 오래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다. 밤근무를 마치고 퇴근버스를 타고 한참 꿀잠을 자는데, 기사 아저씨가 깨웠다. 일어나 보니 도로 회사였다.

신입사원 시절 명절을 쇠러 고향인 섬을 찾았다가 태풍으로 배가 끊긴 적도 있었다. 지금이야 '휴가 내면 되지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느냐' 할지 모르지만 교대근무라는 게 카운터 파트너가 출근하지 않으면 퇴근을 못 한다. 야간근무는 들어가야 되는데, 배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응급환자가 발생해 여수에서 해경함정이 파도를 헤치고 섬으로 온 것이다. 다행히도 그 함정을 타고 섬에서 나와 야간근무를 할 수 있었다. 24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세상은 좋아지는데 교대근무는 계속 늘어난다. 현재 전 세계 노동 인구의 약 20%는 야간근로를 포함한 교대근무 형태로 일하고 있다. 국내 역시 전체 노동자의 약 30%가 교대근무 형태로 일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인천은 전국에서 야간근무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단지 밀집지역 탓이다. 특히 석유화학단지가 즐비한 울산과 여수산단, 충남 당진은 교대근무자가 많다. 이곳 노동자들 역시 황금 연휴도 잊은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이 진정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역군 아닐까.

야근이나 철야로 밤에 일하는 대표적인 직종은 자동차, 정유, 석유화학 등 제조업 종사자들을 비롯 의사나 간호사, 편의점, 경비, 신문, 방송 등 언론매체 종사자들도 교대근무 직종에 속한다. 또 경찰서, 소방서, 병원응급실, 요양병원, 발전소 등 공공부문도 남이 잠든 시간에 연속적으로 일해야 하는 특수 직종에 속한다.

등골 오싹한 교대근무, "피할 수 없다면..."

텅빈 공장안 저멀리 타워너머로 구름이 걸렸다.
 텅빈 공장안 저멀리 타워너머로 구름이 걸렸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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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근무가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교대근무의 유래를 알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영어로 야간근무를 검색하면 'graveyard shift'가 나온다. 그레이브야드(graveyard)는 묘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혹자는 교대근무가 묘지라는 의미로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해석하지만, 교대근무의 유래를 알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유래는 이렇다. 서양에서는 1800년대 중반 묘지에 시체를 묻을 자리가 모자라서 묘를 다시 파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관을 열어보니 시체가 손톱으로 관을 긁은 자국이 있었다.

의술이 발달하지 않던 시기였기에 누군가가 이렇게 산채로 묻히는 일이 꽤 발생했던 모양이다. 이런 일을 방지하지 하기 위해 시체가 조금이라도 움직일 경우 종소리가 울리게 세이프티 코핀(safety coffin)이라는 관이 만들어졌다. 이후 밤동안 묘지에 감시자를 둬 종소리가 울리나 안 울리나를 살폈다. 이러한 유래에서 시작된 묘지근무가 야간·철야·새벽 근무라는 뜻으로 발전한 게 오늘날 교대근무의 시초라고 한다.

밤낮 없는 교대근무가 바이오리듬을 깨트려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안다면 더욱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27년째 근무 중인 동료 선배에게 교대근무 노하우를 물었다.

"교대근무는 나만의 취미활동에 올인할 수 있어 좋아요. 스쿠버다이빙, 윈드서핑, MTB 동호회에 가입한 이들의 한결같은 얘기는 교대근무가 건강을 해치니 건강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운동한다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더군요. 교대근무!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밖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황금연휴, #교대근무, #추석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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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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