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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 평화롭게 보이는 마을이지만 주민들은 사드때문에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 평화롭게 보이는 마을이지만 주민들은 사드때문에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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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현수막 아래에 지난달 6일과 7일 사이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주민들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부서진 천막 등이 그대로 놓여 있다.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현수막 아래에 지난달 6일과 7일 사이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주민들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부서진 천막 등이 그대로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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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이 이렇게 싸우는 이유는 손자들 때문이라예. 우리야 얼마 더 살지 모르지만 우리 자식들과 손자손녀들은 이 땅에서 살아가야 될 거 아입니꺼? 근데예, 평화를 이기는 것은 무기가 아니라예. 문재인 대통령 많이 기대했지만 이제 가슴에서 접었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도 있듯이 추석이 되면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웃음꽃을 피우지만 그렇지 못한 동네가 있다. 사드가 들어온 후 매일 마을을 지키고 있는 소성리 할매들과 가족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첫 추석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을 하루 앞둔 소성리 마을회관에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텅 비다시피 했다. 일부 외부에서 온 지킴이들만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피곤에 지친 듯 잠들어 있었다.

마을에도 개짖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여느 시골풍경 같으면 연기가 피어오르고 개짖는 소리와 고향에 돌아온 손자손녀들의 웃음소리가 집 밖으로 흘러나올 법 하지만 소성리의 마을은 고요했다.

3일 오후 임분순 부녀회장은 며느리와 함께 열심히 추석 음식을 장만하고 있었다. 임 회장은 "오전에 차례 지낼 음식은 다 준비했는데 지킴이들이 내일 차례를 지내겠다고 해서 음식을 좀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평소 같으면 2~3일 전에 명절음식을 준비하고 자녀들에게 줄 반찬도 만들고 하는데 이번 추석에는 사드 때문에 모두들 음식 준비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면서 "어제도 할매들이 마을회관에 나왔다가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에도 추석이 찾아왔다. 임분순 부녀회장이 며느리, 손녀와 함께 추석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에도 추석이 찾아왔다. 임분순 부녀회장이 며느리, 손녀와 함께 추석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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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음식을 준비하려고 해도 마음이 편치 않고 불안하다고 말하는 할머니들이 많다"면서 "이제 소성리는 전쟁터가 되어 버렸다. 성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반대에 나섰지만 소성리에 사드가 들어오니까 우리를 고립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한숨을 쉬었다.

임 회장은 언론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기자라고 하면 제대로 취재해 보도할 줄 알았지만 우리는 뒤통수를 맞았다"며 "기자가 오면 커피도 주고 컵라면도 먹으라고 하고 밥도 주면서 잘 써달라고 부탁했는데 우리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순진한 주민들을 이용해 취재하고선 주민들을 불법으로 몰아가는 언론을 보면서 순수한 시골동네의 할머니 마음까지도 언론이 짓밟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언론이 우리 편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원망도 여전했다. 임 회장은 "선거 전 측근들을 얼마나 많이 보냈나"라며 "송영길부터 많은 측근들이 와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복안이 있다'는 내용을 우리들한테 말했다. 그런데 박근혜보다 더 밉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지 못할까봐 농성하는 도중에 나가 사전투표를 하고 마을주민들에게도 투표를 독려했다"며 "우리 아들과 딸, 며느리 보고도 투표하지 않으면 우리집 발걸음할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선된 후 군사작전 하듯이 사드를 배치하는 것을 보고 마음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워 버렸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내 마음에서 멀어진 것이 아니라 영원히 떠났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러운 것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험한 욕설이 담긴 전화를 받을 때였다. 그녀는 "무작정 전화가 와서는 '문 대통령 찍지 않았으면서 도와달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당신들은 당해도 싸다'고 할 땐 눈물이 나오고 너무나 서러웠다"고 말했다.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은 임분순 소성리 부녀회장 집 식구들.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사드 이야기가 나오자 우울하기만 하다고 말한다.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은 임분순 소성리 부녀회장 집 식구들.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사드 이야기가 나오자 우울하기만 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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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회장의 아들 가족들도 명절을 고향에서 보내기 위해 이틀 전 소성리로 왔다. 막내손자가 카메라를 보면서 "아저씨 사진 찍어주세요"라며 재롱을 부렸다. 임 회장은 그런 손자를 보며 "우리가 평화로운 땅을 물려주어야 하는데 너무나 안타깝고 비통하다"고 말하며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들 이병진씨도 화가 났다. 이씨는 "지난달 6일 사드가 들어온다고 해서 차를 몰고 무작정 소성리로 왔다"며 "하지만 경찰들은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마을 주민이고 고향이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막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씨는 "사드가 이렇게 빨리 들어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촛불민심으로 정권이 바뀌면 사드가 철회될 줄 알았는데 공권력으로 주민들을 제압하고 마을 어르신들이 다치는 것을 보며 화가 났다"고 말했다.

 추석을 맞아 소성리 고향을 찾은 주민이 마당에 열려 있는 석류를 따고 있다. 이들은 풍성한추석 대신 사드가 들어와 마음이 무겁다고 말한다.
 추석을 맞아 소성리 고향을 찾은 주민이 마당에 열려 있는 석류를 따고 있다. 이들은 풍성한추석 대신 사드가 들어와 마음이 무겁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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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순(74) 할머니의 가족들도 명절을 보내기 위해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평소 혼자 지내다가 아들과 손자 등이 찾아오자 반가웠지만 사드 이야기가 나오자 이내 시무룩해지며 한숨을 쉬었다.

백씨는 "가족들이 모이니까 자연스럽게 사드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딸이 하는 말이 '그냥 있으면 되겠나. 이주라도 시켜줘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하는데 우리는 잘 모르지만 사드가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촛불로 탄생한 대통령이기 때문에 우리를 도와주고 사드도 막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더 갖다 놓았으니 이제는 믿지 못하겠다"며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문재인 대통령 뽑았는데 정말 밉다"고 말했다.

백씨는 "나는 나쁜말 안 하며 살았는데 사드 들어오고부터 욕을 하기 시작했다"며 "헬기가 날아가면 허공에 대고 욕하고 경찰이 지나가면 경찰을 대고 욕을 했다. 이제는 욕쟁이 할머니가 되었다"며 웃었다.

백씨는 며칠 전 산소에 벌초를 하러 갔다가 경찰과 싸웠다고 말했다. 골프장 뒤쪽에 있는 묘소에 올라갔는데 주민들이 다니던 길을 다니지 못하도록 군인들이 울타리를 쳤기 때문이다. 결국 가시덤불을 헤치며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어른들을 어떻게 뵈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소성리 마을 입구 돌담에 그려진 사드 반대 그림들. 주민들은 추석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소성리 마을 입구 돌담에 그려진 사드 반대 그림들. 주민들은 추석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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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차례를 지내기 위해 소성리 고향집에 왔다는 박동출(43)씨는 "멀리 있지만 마음만은 편치 않다"면서 "경찰들이 막무가내로 주민들을 밀어내는 것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박씨는 "사드를 우리 동네에 설치해 우리나라 전체를 방어할 수 있다고 한다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찬성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상식적으로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을 다 막을 수 없다. 우리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너네 동네 당해도 싸다는 댓글도 많이 보고 비난하는 글도 많이 본다"면서 "우리나라의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우리라고 반대하겠나. 국민을 위해 희생할 수도 있지만 사드는 국익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드가 배치돼 있는 롯데골프장 부지로 올라가는 진밭교 아래에서는 원불교 교무들이 207일째 천막교당에서 강독을 하며, 지난달 19일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면서 분신한 고 조영삼 영가의 명복을 빌고 있었다.

 추석을 하루 앞둔 3일 오후 소성리 진밭교 앞에서는 207일째 운불교 교무들이 사드 대신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를 드리고 있다.
 추석을 하루 앞둔 3일 오후 소성리 진밭교 앞에서는 207일째 운불교 교무들이 사드 대신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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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윤 원불교 교무는 "오늘도 헬기가 짐도 싣고 여러 번 들어갔다"면서 "우리는 성지를 지키기 위해 사무여한의 마음으로 이곳에서 기도회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드가 됐든 무슨 무기가 됐든 군사기지가 되는 것을 반대한다. 더구나 우리 평화의 땅에 미군기지가 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성리 주민들은 추석인 4일 오전 마을회관 앞에서 지킴이들과 함께 합동으로 차례를 지낸다. 이들은 조상님들에게 마을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리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할 예정이다.

또 6일에는 '한가위 한마당' 행사를 갖고 보물찾기와 제기차기, 오자미놀이 등 민속놀이를 통해 위로와 화합의 시간을 갖는다. 이어 7일 저녁에는 '주민 노래자랑'을 열고 힘들지만 즐거운 명절을 보낼 예정이다.

한편 성주군청 앞 '평화광장'에서도 매일 오후 7시 30분부터 2시간 가량 사드 반대 촛불집회 대신 영화상영과 사드 적폐 청산과 처벌을 기원하는 '고스톱 대항전', 빙고 게임, 경매 장터 등을 열고 고향을 찾은 주민들과 함께 사드 반대 열기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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