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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반려동물과의 여행, 마냥 신나고 낭만적일 것 같았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아 붉은 노을을 바라보는 나와 내 반려동물의 모습을 이미 마음 사진기로 여러 차례 찍으면서. 하지만 그것은, 정말 뭣 모르고 한 상상이고 바람이었다!

 길고양이였던 강호는 의문의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사고 직후 우리는 만났고, 우여곡절을 함께 넘어 가족이 되었다.
 길고양이였던 강호는 의문의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사고 직후 우리는 만났고, 우여곡절을 함께 넘어 가족이 되었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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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의 여행 결심, 그리고 탑승 준비

나는 고양이 셋, 개 한 마리와 산다. 각각이 애달픈 사연이 있는데 이번 여행은 그중에서 고양이 '강호'를 위한 것이었다. 길에서 태어나 살던 강호는 어느 날 의문의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고, 사고 직후 우리는 만났고 우여곡절을 함께 넘어 가족이 됐다.

이제 더는 몸이 아프지 않고, 겉보기엔 명랑하고 씩씩한 것 같지만 담벼락 펄쩍펄쩍 뛰어넘는 오빠 고양이들을 멀뚱히 바라보는 강호를 볼 때마다 내 마음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한동안 고민 끝에 강호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2박 3일 제주 여행. 동물과의 여행은 처음이었다. 문의 결과, 국내선은 의외로 절차가 간단했다. 우선 항공기마다 탑재 가능한 애완 동물(개, 새, 고양이에 한정) 수가 다르므로 예약 시 탑승 가능 여부를 확인, 출발 당일 발권과 함께 기본적인 사항을 점검하는 서약서 작성, 그리고 이동장을 포함 동물의 무게를 측정해 kg당 2천 원 요금을 지불하면 준비 완료다.

 공항에서 판매하는 동물 이송용 종이 상자.
 공항에서 판매하는 동물 이송용 종이 상자.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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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총 무게가 5kg을 초과하면 위탁 수화물로 분류되어 반려인과 동반 탑승이 불가하다. 이동장의 경우 반드시 동물의 몸이 밖으로 나오지 않아야 하며, 공항에서는 이동장이 없거나 규정에 어긋날 때를 대비해 500g 무게의 공기 구멍과 비닐 창이 있는 종이 상자를 5천 원에 판매하고 있다. 강호도 이 종이 상자와 함께 무게를 잰 결과 4kg, 1만 5천 원을 지불했다.

본격 여행 시작... 그런데 '이를 어째!'

버스와 택시로 공항까지 가는 길은 평온했다. 수속을 밟는 동안에도 품에 안긴 강호가 좀 더워할 뿐 별일은 없었다. 전 과정이 예상보다 훨씬 간단해 택시까지 타고 서둘러 공항에 온 걸 후회했다. 하지만 문제는 비행기가 이륙 준비를 하면서부터. 상대적으로 큰 소음과 진동에 그때까지 자고 있던 강호가 몸부림치기 시작한 것. 사실 나도 민감해지는 순간이다.

공항에서 산 종이 상자는 강호의 몸부림으로 금세 찢어졌고, 승무원에게 양해를 구해 강호가 평소 사용하는 개방형 이동장으로 옮겨 어르고 달랬지만 속수무책. 천만다행 중 하나는 옆 좌석에 인내심 강한 젊은 엄마와 아기가 탔다는 것. 하지만 강호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비행 중반 이후로 혀를 쭉 빼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데 가슴이 여러 번 철렁했다.   

강호가 탈진하거나 다른 이유로 기절 또는 아예 숨을 거두는 게 아닌가 별의별 생각이 다 났다. 제대로 동물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 혼자 생각으로 무리한 여행을 감행한 것 같아 후회막급, 무엇보다 강호에게 미안했다. '평소 낯선 사람에게도, 도보나 차로 수 시간 이동에도 저항 없던 강호였던지라 비행기도 괜찮겠지' 낙관한 탓이다.  

 A 항공사에서 판매하는 동물 이송용 종이 박스는 경우에 따라 매우 적절치 않을 수도 있음을 경험했다.
 A 항공사에서 판매하는 동물 이송용 종이 박스는 경우에 따라 매우 적절치 않을 수도 있음을 경험했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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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도 나도 '식겁'... 다음번엔 더 신중하게 준비해야지

제주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린 강호는 얼마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곧 잠들었다. 숙소까지 달리는 차 안에서도 거의 깨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이마를 문지르면 아주 잠시 실눈을 떠서 나를 보곤 다시 잤다.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숙소 도착 후 제일 먼저 강호 쉴 곳을 봐주고 근처에 물과 밥을 놓아준 뒤 챙겨간 모래와 깨끗한 상자로 화장실도 만들어 주었다. 

강호가 기운을 차린 건 그날 밤 11시경. 불을 끄고 막 잠든 차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조용히 지켜보니 강호가 허겁지겁 밥과 물을 먹고 화장실에서 볼일까지 마치고는 그제야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한동안 조심스레 낯선 공간을 살피고는 내 옆에 와서 예의 편안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몸을 쭉 펴고 좀 놀다 다시 잤다. 미안함과 고마움, 걱정이 교차했다.

둘째 날 아침, 다시금 구석에 잔뜩 움츠려 눈치만 보는 강호를 숙소 앞마당에 데리고 나갔다. 코를 벌름거리며 주변에 관심을 보여 숙소에서 바로 한 길 건너 '동백동산' 숲길도 걸었다. (숲에서 만난 현지 주민이 숲에는 동물을 데려오면 안 된다고 했다. 사과드리고 30분 거리의 '먼물깍' 습지만 보고 나왔다) 그리고 오후엔 다시 충분히 쉬게 했다. 마지막 날도 오후 비행까지 최대한 안정을 취하게 했다. 

 강호와 제주 돌담 구경
 강호와 제주 돌담 구경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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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비행은 그나마 덜 난감했다. 승무원에게 공항에서 구매한 종이 상자가 강호에게 적합지 않음을 설명하고 익숙한 이동장을 사용, 점퍼로 이동장을 감싸 강호의 시야를 차단했다. 하지만 이륙과 동시에 다시 몸부림. 이제 말하지만 이번 여행의 또 다른 동행은 내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왜 데려와서 고생하냐'는 표정도 지었지만 비행 내내 '육아 내공'을 발휘, 강호와 나 모두를 달래주셨다. 신기하게도 어머니 손길이 닿으면 확실히 강호가 더 차분해졌다.

마침내 비행기가 땅에 안착하고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은 일도 아니었다. 강호도 그제야 여유를 찾은 듯 보였다. 오는 길에 나와 강호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재밌거나 특히 이동장 밖으로 얼굴과 팔을 내밀고 얌전히 있는 강호가 너무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봤다. 하지만 나는 그들 중 누가 '나도 반려동물과 여행을 해야지!' 마음먹을까 진심 우려스러웠다. 

 강호와 숲길 산책
 강호와 숲길 산책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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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확인했는데, 부산의 'ㅌ 동물병원' 수의사는 이렇게 조언했다.

"동물을 비행기에 태워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민이나 입양 같은. 그럴 때는 항공사마다 규정이 다르므로 잘 알아보고 진정제 등을 처방해 동물이 덜 예민하게 (느끼도록) 도울 수 있다. 소리나 기압차 같은. 하지만 (진정제 등) 약물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사람도 그렇듯이 동물도 개체 차이를 고려해야 할 것 같다. 낯선 환경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의사도 장담할 수 없다. 여행의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동물이 불편하고 싫어한다면(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확인 결과 내가 이용한 국내 A 항공사는 동물에 진정제나 수면제를 먹이면 탑승이 불가하지만 J 항공사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동반 탑승을 위한 무게 제한도 J 항공사는 최대 7kg. 비행기 안에서 강호가 몸부림을 시작한 바로 그때부터 나는 절대, 다시는 내 고양이 가족과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가능만 하면 몇 배의 시간이 걸려도 다른 이동 수단을 선택하기로. 하지만 '불가피한 상황'이 생기고야 만다면 그때는 반드시 근거 없는 낙관 말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 최선의 준비를 다할 것이다.

 돌아오는 비행기 탑승 대기 중 품에 안겨 잠든 강호
 돌아오는 비행기 탑승 대기 중 품에 안겨 잠든 강호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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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마음을 담아 그리는 그림으로 동물 현실을 알리고 바꾸려는 소셜펀딩 프로젝트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내가 그린 기린에게>를 진행 중입니다. 펀딩 성공 시 후원금으로 그간 그린 그림들을 모아 친환경 엽서책을 만들어 배포하고,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을 도울 수 있게 됩니다. 아직 많은 분들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https://tumblbug.com/draw_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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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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