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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순회 강연 중인 법륜 스님이 ‘한반도의 전쟁 위기’와 관련해 워싱턴타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법륜 스님 해외 순회 강연 중인 법륜 스님이 ‘한반도의 전쟁 위기’와 관련해 워싱턴타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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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전쟁 위기가 높아진 측면도 있지만, 70년 가까이 지속된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는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전쟁 위험도 높아지고 타결 기회도 높아지는 두 가지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전쟁 위기는 줄이는 쪽으로, 타결 기회는 높이는 쪽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45일 동안 해외 45개 도시를 순회하며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있는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이 한반도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 대해 지난 2일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는 톰 맥데빗 워싱턴타임스재단 회장, 래리 모핏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영어 통역으로 한반도 전쟁 위기 해법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워싱턴타임즈> 인터뷰에서는 한반도의 전쟁 위기와 관련하여 다양한 질문들이 법륜 스님에게 쏟아졌다. 먼저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법들이 군사적인 방법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하겠는가?" 라는 질문이 주어졌다. 법륜 스님은 "크고 멀리 봐야 북한 문제의 해결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전략에 관심이 없고 자꾸 단기적인 해결책만 추구하기 때문에 문제를 풀기 어려운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지금의 대북정책이 과연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가 의문이 듭니다. 중국을 통해서 북한을 컨트롤 하겠다는 미국의 현재 전략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라고 진단했다.

법륜 스님은 중국을 통해 북한을 컨트롤 하겠다는 미국의 현재 전략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3가지를 들었다.

"첫째, 북한은 중국말을 듣지 않습니다. 북한이 가장 경계하는 국가가 중국입니다. 왜냐하면 북한 안에 어떤 권력의 변화가 온다면 그것은 중국을 배후에 둔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장성택의 처형도 이런 이유와 관련이 있습니다. 

둘째, 중국이 경제제재에 동참한다고 하더라도 효과가 크게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대외 의존도가 아주 낮은 자급자족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대외거래의 9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지만 이 자급자족 시스템으로 인해 중국이 북한에 미칠 수 있는 경제적 영향력도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즉, 봉쇄를 통해 고통은 줄 수 있지만 붕괴시키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셋째, 만일 붕괴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정권의 교체를 의미하는데, 북한에 들어서는 새로운 정부는 중국의 지원을 받는 친중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은 중국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스님은 북한에 친중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미국에 2가지 불이익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첫째, 중국은 미국의 해상 봉쇄를 뚫고 나가려고 하는데, 북한이 중국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오면 청진과 나진에 중국의 극동함대를 배치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일본을 방어하는데 상당히 불리해집니다. 

둘째, 한국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게 될 겁니다. 중국이 북한을 컨트롤 하는 상황에서는 중국과 협의해야 통일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통일된 한국이 미국보다는 중국 쪽으로 경도되기가 쉽습니다. 과연 이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걸까요?"

스님은 덧붙여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결과적으로 이라크를 이란의 영향권 안으로 두는 결과를 낳았음을 강조했다. 그 후 IS가 나타나게 되었고, IS로 인해서 시리아 난민사태가 벌어졌고, 그것이 지금의 유럽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현재와 같은 북한 문제 접근법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음을 재차 강조했다.

한반도 전쟁 위기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 법륜 스님이 답하고 있다.
▲ 법륜스님 한반도 전쟁 위기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 법륜 스님이 답하고 있다.
ⓒ 이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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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한다면?" 이라는 질문에 대해선 법륜 스님은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며 잘라 말했다. 뿐만 아니라 "남한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북한은 이라크나 리비아와는 차원이 다르게 무장이 되어있고, 배후에는 중국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군사적인 활동 범위도 굉장히 제한될 것입니다" 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갈수록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한반도의 명운이 달린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에 대해 해법을 묻자 법륜 스님은 북한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북한은 무엇을 원할까요? 전쟁을 종식하는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경제 제재를 풀어주기를 원합니다. 

미국은 무엇을 북한에게 요구해야 할까요? 핵 확산 방지입니다. 그런데 지금 핵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데, 핵 폐기는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목표를 조금 낮춰서 실현가능한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핵 확산 방지는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중단, 핵물질 추가생산 동결 등을 통해 핵개발을 현재 상태에서 멈추게 하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되면 미국은 북핵 문제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고 하면서 "완전한 핵 폐기는 남북이 통일되어가는 과정에서 약속을 받아내면 됩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대북 정책이 전환되게 되면, 한반도의 통일 또한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쪽으로 나아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평화체제 구축이나 남북통합의 과정에서 불거지게 될 주한미군의 주둔 여부는 미국의 선택에 달린 문제일 것이라고 스님은 주장했다.

"만일 미국과 북한 간의 적대관계가 개선되면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명분으로 미군 주둔의 성격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러시아와 중국을 방어하는데도 훨씬 유리할 겁니다. 미국의 영향 안에서 남한과 북한이 통일로 조금씩 나아가게 해야 한반도의 통일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통일된 한국이 중국보다는 미국에 좀 더 가까운 나라가 된다면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방어선이 압록강과 두만강이 될 확률이 높은데, 현재의 미국 정책으로 가게 되면 그 방어선이 대한해협으로 후퇴하게 됩니다. 

그리고 북한은 값싸고 좋은 노동력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의 인건비가 올라서 많은 기업들이 철수하고 있는데 한국이나 미국 기업이 북한으로 옮겨가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자체적으로 경제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가 통일비용에 대해서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통일된 한국은 앞으로 중국과 일본과도 협력관계로 가야됩니다. 그렇게 되면 동아시아의 경제력 규모가 매우 커집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한반도에만 끝나는 게 아니라 아시아의 평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법륜스님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특성이 갖는 이점 또한 강조했다. 자신에게 이익과 명예가 된다면 여론의 눈치 안 보고 결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특성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북핵위기를 해결한다면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도 있음을 강조했다. 이런 기회와 위기가 함께 있는 국면에서 우리는 전쟁 위기는 줄이는 쪽으로, 타결 기회는 높이는 쪽으로 나아가도록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저녁 워싱턴DC 엘리컷 시티 St. John's Episcopal Church 에서는 한국 교민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다. 강연에서는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국민들이 해야 할 역할을 묻는 청중의 질문이 있었다. 법륜 스님의 답변에는 간절한 호소가 담겨있었다.

"지금 침묵하고 가만히 있으면 비극이 도래할 수 있습니다. 일단 전쟁은 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희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걱정하기 보다는 뭔가 작은 것이라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나 상·하원 의원에게 전쟁은 안 된다는 내용의 편지를 많이 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백악관 앞에서 전쟁 반대 시위가 있으면 시위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해야 여론을 조금씩 바꾸고 전쟁도 막을 수 있습니다."

법륜 스님의 해외 순회 강연은 지난 8월 28일 일본 동경을 시작으로 45일 동안 45개 도시를 순회한 후 오는 10월 7일 미국 샌디에고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워싱턴타임즈 관계자들과 함께. 톰 맥데빗 워싱턴타임스재단 회장(왼쪽), 래리 모핏 부회장(오른쪽).
▲ 법륜스님 워싱턴타임즈 인터뷰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워싱턴타임즈 관계자들과 함께. 톰 맥데빗 워싱턴타임스재단 회장(왼쪽), 래리 모핏 부회장(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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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법륜, #워싱턴타임즈, #전쟁 위기, #한반도, #북미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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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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