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이 긴 연휴로 시작한 10월이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들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한 가운데 새로 개봉하는 신작들이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영화는 개천절 개봉하는 <남한산성> <범죄도시> 원투펀치를 시작으로 둘째 주 곽경택의 <희생부활자>, 셋째 주 조진웅과 송승헌이 주연한 <대장 김창수> 등이 출격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지난달 <살인자의 기억법> <아이 캔 스피크>가 거둔 성과를 넘겠다는 기세다.

할리우드에선 둘째 주 개봉하는 <블레이드 러너 2049>가 제일가는 기대작으로 꼽히는 가운데 대런 아로노프스키, 스티브 프리어즈, 마크 웹 등 이름 있는 감독들의 신작도 준비돼 있다. 규모와 명성 면에선 쉬어가는 듯한 인상이지만 막이 오르기 전까진 알수 없는 게 영화다.

오는 하늘연달엔 어떤 영화가 주목을 받게 될까. 여기 다섯 편의 기대작을 가려뽑아 소개한다.

[하나] <남한산성>

남한산성 포스터

▲ 남한산성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도 때를 잘 맞추는 게 무척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남한산성>은 최고의 때를 만난 운 좋은 작품이다.

영화는 1636년 겨울, 남한산성으로 피난을 가는 인조와 조정 대신들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이후는 역사가 말하듯 끝까지 싸워 죽음으로써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척화파와 치욕을 감수해 후일을 도모하자는 주화파의 대립으로 전개된다. 무능한 지도층과 전쟁으로 죽어가는 백성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청과 명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처한 조선의 모습은 오늘의 한국과 오버랩된다.

이병헌과 김윤석, 박해일과 고수, 박희순 등 검증된 배우들이 안정된 연기로 극을 이끈다. 누란지위에 놓인 조선을 구할 방도는 과연 무엇일까. 누가 조선을 구할 것인가.

<마이 파더> <도가니> <수상한 그녀>에 이어 <남한산성>까지. 날이 갈수록 관객에 더 가까이 다가선 황동혁 감독의 연출이 어떤 경지에 이르렀을지도 궁금하다. 김훈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3일 개봉.

[둘] <어메이징 메리>

어메이징 메리 포스터

▲ 어메이징 메리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500일의 썸머>의 감성이 <아이 엠 샘>의 감동과 만났다'는 바로 그 영화가 4일 개봉한다. <500일의 썸머>를 연출한 마크 웹 감독이 <아이 엠 샘>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를 감독했다.

수학에 놀라운 재능을 보이는 7살 소녀를 놓고 외할머니와 삼촌이 수학자로 살게 하느냐, 평범한 삶을 살게 하느냐 갈등을 벌인다는 게 기본적인 얼개다. 천재적인 재능으로 어린 나이에 수학자로 길러진 엄마를 잃고 삼촌 손에 맡겨진 아이 메리 역을 2014년부터 벌써 여덟 편의 작품을 소화한 맥케나 그레이스가 맡았다. 삼촌 역엔 캡틴 아메리카로 익숙한 크리스 에반스가 출연한다.

재능은 꼭 발현되어야 하는 것일까? 메리에겐 어떤 결정이 최선일까?

[셋] <블레이드 러너 2049>

블레이드 러너 2049 포스터

▲ 블레이드 러너 2049 포스터 ⓒ 소니픽처스코리아


<그을린 사랑>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컨택트>를 통해 한국에도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한 드니 빌뇌브의 신작이다. 드니 빌뇌브와 마찬가지로 캐나다 출신 영화인으로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굳힌 라이언 고슬링이 전작에서 릭 데커드로 출연한 해리슨 포드와 호흡을 맞춘다. 전작을 감독한 리들리 스콧은 <프로메테우스> 시리즈 연출 등 스케줄 문제로 제작에만 참여했다.

영화는 인간과 인간을 복제한 리플리컨트가 뒤섞여 살아가는 2049년을 배경으로 한다. 2018년을 배경으로 한 리들리 스콧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에서도 인간은 블레이드 러너로 하여금 통제를 벗어난 리플리컨트를 추적해 제거하도록 하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로 살아가며 자신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 된 K는 왕년의 블레이드 러너 릭 데커드를 찾아 나선다.

쫓고 쫓기는 과정 속에서 인간과 인간이 이룩한 첨단문명의 모순이 드러나는 <블레이드 러너>의 주제의식이 이번에도 이어질 지 관심을 모은다. 전작이 배경으로 한 미래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현실은 리들리 스콧이 그려낸 디스토피아보다는 조금은 나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다룰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우리의 실제와 과연 얼마나 닮아 있을까. 12일 개봉.

[넷]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 포스터

▲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 포스터 ⓒ (주)라이크콘텐츠


영화만큼 영화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에겐 귀가 활짝 열릴 소식이다. 한스 짐머, 존 윌리엄스, 하워드 쇼어, 대니 엘프만 등 할리우드를 주름잡는 영화음악가를 만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이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전율의 영화음악가로도 불리는 한스 짐머는 지금껏 120편을 훌쩍 넘는 영화음악에 참여했다. <레인맨> <라이온 킹> <더 록> <글래디에이터> <캐리비안의 해적>,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런과 함께한 작품들까지 그의 손을 거친 명작만 수십 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에게 선택받은 존 윌리엄스는 어떤가. <스타워즈> <죠스> <ET> <수퍼맨> <해리포터>의 영화음악은 그가 없었다면 전혀 다른 인상이 되었을 것이다. <반지의 제왕>시리즈의 하워드 쇼어, 팀 버튼의 파트너 대니 엘프만 등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음악계의 대가다.

이들이 한 편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영화음악의 탄생과정을 풀어놓는다니 어떻게 만나보지 않을 수 있을까. 명작을 명작이게끔 한 명품 영화음악의 탄생비화를 우리는 보름 후 극장에서 들을 수 있다.

[다섯]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라그나로크 포스터

▲ 토르: 라그나로크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올해 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메릴 스트립을 기억한다. 그녀는 수상소감에서 시상식에 참여한 후배들의 다양한 출신지를 언급하며 할리우드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합임을 인식시켰다. 이는 그 자체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의 이주 노동자 반대정책에 대한 비판이 되었는데, 스트립은 이어 트럼프의 장애인 기자 조롱까지 언급하며 권력의 잘못된 활용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실제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영화인 가운데 미국 국적을 갖지 않은 사람의 수는 무척이나 많다. 이들은 감독·스태프·배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상당수는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타이타닉>과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은 캐나다, <메멘토>와 <인셉션>을 만든 크리스토퍼 놀런은 영국 출신이다.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만 봐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아카데미 감독상을 거머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와 그 전년도 수상자 알폰소 쿠아론은 멕시코, 2013년 수상자 이안은 중국, 2012년 수상자 미셸 아자나비슈스는 프랑스에서 건너왔다.

이제는 가장 미국스런 히어로 영화까지 비 미국인 감독이 연출하는 세상이다.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 <토르> 시리즈 3편 <라그나로크>의 연출은 뉴질랜드 출신 타이카 와이티티의 몫이 됐다. 뉴질랜드에서 영화를 시작한 이래 배우 겸 감독으로 다재다능함을 뽐낸 그는 최근에야 할리우드로 무대를 옮긴 40대 젊은 감독이다. <전사의 후예>로 유명한 리 타마호리 이후 뉴질랜드 출신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자리를 꿰찬 사례는 드물어 기대를 모은다.

마블 입장에서 <토르: 라그나로크>는 내년 개봉하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첨병 격으로 중요한 작품이다. 마블 최초의 여성 악당 헬라가 등장하고 헐크와 토르의 갈등도 예고돼 기대를 모은다. 마블의 영화를 빼놓지 않고 봐온 팬들에겐 놓칠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25일 개봉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남한산성 어메이징 메리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 기대작을 소개합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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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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