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들아, 오늘 할머니가 노인의 날이라고, 부산대 앞에서 소고 공연 한댄다. 어서 가보자."

매년 10월은 경로의 달 이면서,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요양원에서 할머님들과 할아버지들, 그리고 요양원의 직원,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약 5분정도 플래시몹 공연을 진행 한다고 연락이 왔다.

사실, 할머니는 중증 치매를 앓고 계셔서 요양원에 계신다. 요양원에 계시는 할머니를 부모님 따라 적어도 2주에 1번은 꼭 뵙기도 했고, 받은 사랑이 많기에 할머니 생각이 매번 떠오른다.

다행이 오늘은 세상에서 제일 긴 연휴기간의 첫날이라, 가족 모두가 산뜻한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하지만, 할머니는 바깥바람을 쐬러 곱게 차려입고 나오셨음에도 안색이 어두우시다.

원래 사람이 많은곳에 오시면 쑥스러워 하셨던 기억이 나서, 먼저 할머니에게 말을 건넸다.

"할머니, 오늘 소고 많이 연습하셨다면서요~ 한번 보여주세요~"

고개를 푹 숙이시고 계시다가, 이내 소고를 잡으시더니 박자에 잘 맞춰서 소고를 두드리신다. 할머님의 마음을 풀어드리려면 시선을 맞춰서 이야기해야 하기에, 무릎을 구부린채로 할머님께 다시한번 말씀 드렸다.

소고를 연신 두들기시는 할머니들.
 소고를 연신 두들기시는 할머니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우와, 할머니 진짜 잘하네~ 내보다 잘한다 "

말은 않으시고, 고개만 연신 끄덕끄덕 거리신다. 할머니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둥둥 소고를 두드리시는데, 꽤나 연습을 많이 하신 듯하다.

플래시몹 공연이 시작되자, 젊은 세대들과 직원들이 소고를 쥔 할머님들을 끌고 각자의 자리로 간다. 새롭게 각색한 아리랑 노래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어르신들 뒤에 있던  요양원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젊음의 거리 한복판에 우르르 나와 춤을 춘다. 어르신들도 연신 소고를 두들기신다.
 
▲ 아리랑 플래시몹. 모든 세대가 함께한 플래시몹 영상. 노래소리와 함께 참가자들의 경쾌한 발놀림이 이어진다.
ⓒ 김민수

관련영상보기


열심히 공연을 준비한 어린이, 나와 같은 대학생들, 그리고 중 장년층이 짧지만 인상적인 플래시 몹 으로 모두가 즐거운 순간을 만들어 주었다. 평범할지도 모르는 말이지만, 오늘의 분위기 때문인지 직원 한분이 외친 한마디가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안녕하세요! 노인의 날을 맞이하여, 플래시몹을 준비했습니다! 노인의 삶을 공감하고, 함께 미래를 꿈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르신들과 함께 미래를 꿈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랑스 에서는 '꼴로까시옹', 또는 '두 세대 함께 살기' 라고 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살 공간, 빈 방이 필요한 청년과 방이 남는 노인이 함께 사는 것인데, 노인들의 지혜와 유휴 자원을 우리세대가 함께 공유한다는 새로운 발상 이다.

세대를 초월하여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는 인생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아마, 오늘의 기분처럼 약간은 들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오늘보다 더 어르신들의 삶이 궁금해 질 것 같다.

플래시몹 공연후 단체사진을 함께 찍었다.
 플래시몹 공연후 단체사진을 함께 찍었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태그:#노인의날, #노인, #공감, #공경, #플래시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