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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책 잔치가 곳곳에서 열리고 독서를 장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때다. 그런데 정작 독자는 가을에 책을 '더' 찾지는 않는다. 맑고 높은 하늘을 바라보면 답답한 가슴이 시원해지고, 동네 뒷산에만 올라도 색색으로 물든 가을 단풍이 침침한 눈을 열어주는데, 굳이 활자 속으로 파고들어 몸과 마음을 달랠 이유가 없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가을에 책을 찾아 읽을 이유를 찾자면, 아, 이야기를 시작하자니 벌써 마음이 군색해져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 책을 권할 이유가 마땅치 않으니 방법을 바꿔보기로 한다.

온라인 서점이 당일에 책을 보내주는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마음 내킬 때면 언제든 찾아가 책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서점, 독자가 점점 줄어드는 요즘, 그럼에도 드문드문 발견된다는 책을 읽는 사람들. 독서에 앞서 이런 공간,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 정말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아니면 어쩔 수 없지만, 희망을 걸어 본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니까.

서점은 여전히 의미가 있고 재미도 있다

   북숍 스토리_취향의 시대, 당신이 찾는 마법 같은 공간에 관한 이야기 / 젠 캠벨 지음 / 아날로그
 북숍 스토리_취향의 시대, 당신이 찾는 마법 같은 공간에 관한 이야기 / 젠 캠벨 지음 / 아날로그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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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 캠벨은 서점에서 일하며 글을 쓴다. 여기까지는 나와 비슷하다. 지금은 런던의 앤티크 서점 '리핑 얀스'에서 일한다. 여기서부터 조금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완전히 달라지는데, 그는 2012년 서점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일들을 엮어 <서점 손님들이 하는 이상한 말>을 펴내 화제를 모았고, 이번에는 전 세계 300여 개에 이르는 다양한 서점과 그곳에 얽힌 책과 사람, 시간과 공간의 이야기를 엮은 책 <북숍 스토리>가 국내에 출간됐다.

다행히(?) 그와 나는 다시 같아지는데, 이제부터 이 책을 독자에게 건네며 책 속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할 테니 말이다.

서점이라고 하면 머릿속에 바로 그림이 그려진다. 서가에 빽빽하게 꽂힌 책, 차분하게 책을 둘러보는 손님들, 때때로 그림책을 손에 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 책이 잘 팔리지 않아 주름이 깊어가는 서점 주인.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서점은 그런 상상 바깥을 보여주며 각자의 개성을 뽐낸다. 미로 같은 서가 곳곳에 보물찾기처럼 선물을 숨겨놓은 서점, 바다에 딱 붙어 파도 소리와 함께 책장을 넘기며 시원함을 맛보는 서점, 마을 전체가 서점으로 가득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서점인지 구분하기조차 어려운 서점도 있다.

영국에서 시작해 북미와 남미, 동아시아까지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 이런 서점이라면 꼭 가보고 싶다, 이런 서점이라면 마음에 꼭 드는 책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하는 서점들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이런 서점을 만들어 책과 독자를 만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도 이를 수 있을 터, 독서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펼쳐지지 않을까 한다. 서점의 역할이 본래 그러할 텐데, 왠지 잊고 지낸 듯싶어 아쉽고 쓸쓸해지지만, 기다리는 독자를 생각하며 다음 책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여행자, 은둔자, 책벌레, 그리고?

 은유가 된 독자_여행자, 은둔자, 책벌레 /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 행성B
 은유가 된 독자_여행자, 은둔자, 책벌레 /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 행성B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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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건너왔는데 기다리는 독자, 아니 기대하던 독자가 보이지 않는다. 분명 여기 어딘가에 있을 텐데, 내가 알아보지 못하는 걸까 싶기도 하다. 독자가 줄어드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책을 찾는 이는 많고, 그에 맞춰 책을 펴내는 이들도 왕성한데, 왜 다들 독자를 찾지 못해 걱정을 늘어놓는 걸까.

여기 현존하는 최고의 독서가가 불리며, 스스로 독서가가 직업이라고 말하는 알베르토 망구엘이 <은유가 된 독자>로 돌아왔으니 왜 이토록 독자를 찾기 어려운지, 사라진 독자들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떠올리며, 새로운 독자를 찾기 위한 혜안을 찾아보자.

알베르토 망구엘은 책과 독서의 역사가 기억하는 독자의 모습을 세 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책을 여행에 비유하듯 독자를 '여행자'로 바라보는 방법, 구도의 길을 걷듯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는 '은둔자'의 모습, 마지막은 활자에 중독된 듯 책을 읽어 내려가는 모습이 마치 벌레가 잎을 갉아먹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책벌레'의 모습이다.

익히 알고 있는 모습이고 때때로 주변에서 겪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망구엘은 여전히 많은 독자에게 읽히는 책, 그러니까 <길가메시 서사시>, <신곡>, <햄릿>, <돈키호테> 등 작품 속에서 앞선 독자의 모습을 찾아내 우리 앞에 드러낸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책 속에 그려진 독자와 지금 독자로서의 실제 내 모습을 견주며 여행자, 은둔자, 책벌레와는 또 다른 새로운 독자의 모습을 그리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제목처럼 '은유가 된 새로운 독자'를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모습이 가을에 어울린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태근님은 알라딘 인문 MD입니다.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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