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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이다.

아내랑 내 애마 15인승 '무진씨(아내와 나는 리무진 닮았다고 그렇게 애칭을 부름)'를 타고 가다가 안성시 중앙로 변에서 버려진 매트리스를 발견했다. 안성시 폐기물 스티커가 붙은 매트리스였다. 아내와 나는 평소대로 그걸 '무진씨'에 실으려했더니 안 실렸다.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안성에 사는 벗에게 즉시 SOS를 날렸다. 얼마 있지 않아 그가 트럭을 몰고 왔다. 트럭에 실었다. 아내랑 나는 '무진씨'를, 그는 트럭을 몰고 집으로 갔다. 매트리스를 거실에 내렸다.

나의 SOS 하나에 한달음에 달려와 준 벗이 고맙다. 안성살이 17년에 이런 일은 종종 있었다. 안성 시민사회 사람들이 나의 벗이다. 그들은 트럭을 빌려 달래도 군말 없이 빌려주곤 했다. 악기나 앰프를 서로 돌려가며 이용하곤 한다. 서로의 행사에 출동해 말없이 도와주는 게 일상인 사람들이다. 나의 사랑 안성 사람들이 살아가는 법이다.

주워 온 매트리스를 보며 아내가 흐뭇해하고 있다. 참으로 다행이다. ㅎㅎㅎㅎㅎ
▲ 아내와 매트리스 주워 온 매트리스를 보며 아내가 흐뭇해하고 있다. 참으로 다행이다. ㅎㅎㅎㅎㅎ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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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집에 와서 매트리스를 잘 살펴보니 멀쩡하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 진공청소기로 몇 번을 빨아들였다. 매트리스가 산뜻하다. 안방에 자리를 잡았다. 그 위에 침대보도 얹고, 이불깔개도 까니, 호텔침대 부럽지 않다. 귀퉁이가 약간 흠집 난 것 말고는 멀쩡한 매트리스를 재활용한 셈이다.

사실 그동안 아내와 나는 나이도 들어가니 침대를 사야 되지 않을까 했었다. 그동안 사야지, 사야지 하며 미룬 건 두 가지 이유였다.

첫째는 가격이 만만찮아서다. 침대가격이 비싸더라. 늘 가난이 몸에 배인 아내와 나는 그게 그렇게 부담되더라. 둘째는 잦은 이사 때문이었다. 한군데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다보니, 침대 같은 큰 짐은 부담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출해서 마련하긴 했지만, 내 집이다.

돌아가는 벗에게 배 몇 개를 봉지에 담아 주었다. 우리는 서로 그걸로 족하다.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29일)아침, 드뎌 아내와 나는 신고식을 치렀다. 자보니 알겠더라. 왜 사람들이 침대, 침대 하는지를. 쿠션이 남다르더라. 무엇보다 아내가 좋아하니 나도 좋다.

그동안 우리 부부가 침대를 경험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25년 전,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패키지여행을 갔었고, 거기서 이틀 밤을 호텔침대를 사용했었다. 몇 년 전, 결혼기념일엔 대천해수욕장 모텔에 가서 1박을 하며 침대를 사용했었다.

하지만, 우리가 산 우리 집에서 생전 처음 침대생활을 하고 있다. 요즘 아내와 나는 초호화 잠자리를 누리고 사는 편이다. 하하하하.

매트리스를 주웠으니 이제 '침대 틀'만 주우면 되는 건가. 이 매트리스를 깔고 자니 잠이 이리 잘 오는 걸 보니 울  부부는 침대체질이었던가. 이런 생각들을 하니 웃음이 난다.

이런 사실을 SNS로 지인들에게 알렸더니, 배꼽 잡는 이야기를 해온다. "버릴 때 그대로 버리시면 되겠네"라고. 대형폐기물 스티커가 그대로 붙어 있고, 이미 값을 지불했으니, 만일 매트리스를 버리게 될 땐,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대형폐기물 스티커를 떼지 않기로 합의했다. 사람의 일이란 어찌 될지 모르니까. 그리고 이런 우리 부부가 자랑스러워서 자랑하려고 떼지 않았다. 하하하하.


태그:#매트리스, #침대, #폐기물, #폐기물 스티커,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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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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