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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연휴는 유례가 없이 길어 '황금연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릴 듯하다. 게다가 여행이나 책을 읽으며 쉬기도 좋은 시월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추석이 될 것 같다. 일본의 '골든 위크'처럼 내년부터는 추석연휴를 아예 일주일간 공식휴일로 지정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다.

짱짱했던 햇살도 한풀 꺾여 따갑던 햇볕이 따사롭게 느껴지는 시월의 여행은 산, 바다 어디를 가도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 추석 전후로 산책같이 느껴지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수도권 여행지 몇 곳을 추천한다. 긴 연휴 속 느긋한 마음으로 혹은 게으르게 걷기 좋은 곳들이다. 자가용 외에 교통카드 한 장으로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도록 대중교통편으로 찾아갈 수 있는 곳으로 골라봤다.

CNN이 인정한 바닷길이 있는 섬, 선재도

 CNN이 인정한 아름다운 바닷길이 있는 선재도 목섬.
 CNN이 인정한 아름다운 바닷길이 있는 선재도 목섬.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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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두 번 썰물때면 재밌는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선재도.
 하루 두 번 썰물때면 재밌는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선재도.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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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지역 서해안의 큰 섬 대부도는 주변에 6개의 유인도와 10여 개의 무인도를 동생 섬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 가운데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춤을 췄다는 전설을 지닌 선재도(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가 있다.

그만큼 호젓하고 경치가 아름다운 섬으로 유인도 측섬과 무인도 목섬을 품고 있다. 선재도는 미국 CNN이 2012년에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섬 33곳' 중 무려 1위를 차지한 섬인데 바로 목섬 덕택이다. 선재도 주민들은 '목떼미'라는 정다운 이름으로 부른다.

지구와 달이 서로 밀고 당기다 하루 두 번 썰물 때마다 목섬에 자연이 만든 모랫길이 생긴다. 물때에 맞춰 바닷물이 찰랑거릴 때 걷는 기분도 이채롭고, 해질 무렵 저무는 노을을 바라보며 갯벌이 펼쳐진 모랫길을 걷는 기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CNN이 인정할만하다. 사진을 좋아한다면 요즘 흔히 말하는 '인생샷'을 찍어 볼 수 있는 곳이다. 기사에 담긴 노을 지는 목섬 사진도 내 여행에서 손꼽는 사진으로 남아있다.

아기자기한 펜션과 조그마한 수산시장이 있는 측섬엔 썰물 때 차량이 다닐 수 있는 큰 자갈길이 난다. 선재도 앞에 펼쳐진 갯벌 산책을 하며 조개를 캐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대부도와 선재도 모두 연육교, 연도교를 통해 배를 타지 않고 언제든 찾아 갈 수 있다. 덕택에 자가용은 물론 버스를 타고 찾아갈 수 있는 섬이 되었다.

* 대중교통편 : 수도권 4호선 오이도역 2번 출구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970번 좌석버스 -
선재도 하차
* 물때 : 
http://www.seonjaedo.com 좌측 상단 물 때 안내표와 버스운행시간 정보 참조

65년만에 군 철조망이 걷힌 아름다운 바닷가, 궁평해변

 철조망이 사라지고 제 모습을 찾은 궁평 해변.
 철조망이 사라지고 제 모습을 찾은 궁평 해변.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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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썰물때면 궁평 해변에 나타나는 수많은 게들.
 썰물때면 궁평 해변에 나타나는 수많은 게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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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 어촌 마을엔 아름다운 궁평해변과 명품낙조로 유명한 궁평항이 있다. 궁평리란 지명은 옛날 궁(宮)에서 관리하던 염전이나 들(坪)이 많아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그 만큼 풍요롭고 천연의 좋은 여건을 지니고 있었던 지역이었다. 해수욕장으로 들어서는 바닷가 입구에 웬 군사 철조망이 바닷가를 따라 길게 쳐져 있었다.

군에서 보안상의 이유로 쳐놓은 철책은 당연히 궁평 해변의 경관을 해치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1950년 한국전쟁 전후로 설치된 철책이라고 한다. 화성시와 육군의 협약으로 무려 65년간 궁평 해변을 가로막고 있던 철조망이 최근 철거되면서 아름다운 해변이 본 모습을 찾고 있다.

바닷가에 우뚝 서서 모래와 해풍을 막아주는 든든한 방풍림이자, 운치 있는 소나무 숲에 걷기 좋은 산책로가 생겨났다. 솔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오는 산책로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다보면 솔솔 잠이 몰려온다. 솔숲 뒤로 작은 펜션들과 캠핑장도 마련돼 있다.

 화성8경의 하나인 궁평항 노을.
 화성8경의 하나인 궁평항 노을.
ⓒ 이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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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 때가 되면 바닷물이 찰랑거리던 해변에 수많은 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칠게와 풀게, 방게(2급 보호종) 등 작은 게들은 저마다 집을 지으면서 개펄에 숨구멍을 만들어 주고, 죽은 생물에서 각종 유기물까지 마다않고 먹는 청소부 역할까지 한다. 서해바다는 다른 생명체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점이 있어 좋다.

바로 옆에 있는 궁평항은 200m 길이의 높다란 나무 데크가 바다를 향해 나 있다. 낚시를 하면 바다낚시를 하는 기분이 들고, 밀물 때 잠기지 않기 위해 높다랗게 만들어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하는 전망대 역할도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아름다워 화성8경의 하나인 궁평낙조로 유명하다. 궁평항에 있는 수산시장엔 제철 수산물이 가득하다. 조개구이, 대하구이, 게 튀김 등 먹거리가 많다.   

* 대중교통편 :
- 서울 전철 사당역 4번 출구 앞 1002번 좌석버스 - 서신 터미널 하차, 400번 버스 - 궁평항 (버스운행시간 문의는 제부여객 : 031-356-5979)
- 1호선 전철 수원역 7번 출구 앞 400번, 400-2번, 990번 (30분마다 운행)


운치 있는 나무, 숲과 돌담이 있는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

 외갓집 가듯 매년 이맘때 가게 되는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
 외갓집 가듯 매년 이맘때 가게 되는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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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림청에서 '마을 숲' 대상을 받을 정도로 나무가 많은 외암리 마을.
 산림청에서 '마을 숲' 대상을 받을 정도로 나무가 많은 외암리 마을.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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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방학 때마다 시골 외갓집에 갔듯, 내게 있어 가을이 오면 꼭 가는 곳이 있다.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민속마을이 바로 그곳. 내 외갓집이 그랬듯 매년 들러도 지겹기는커녕 마음이 푸근해지는 곳이다. 무려 400년이 넘는 오랜 마을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숲과 나무가 마을 풍경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고택(古宅)에 어울리는 고목(古木)들도 많이 산다. 산림청과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본부'가 공동 개최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마을 숲 부문 대상을 받았을 정도다.

마을엔 오래된 소나무 숲 외에도 주민들이 심어 놓은 다양한 나무들이 어울려 살고 있다. 소나무, 상수리나무는 물론 향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와 밤과 감이 열리는 과실나무들이 지천이다. 갖가지 수목들이 마을, 집, 돌담들과 잘 어울리며 살고 있어 한 폭의 큰 그림이나 정원 같기도 하다.

외암리 마을의 큰 매력 가운데 하나는 나지막한 돌담장이다. 마치 마을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돌담장에 둘러싸인 느낌을 주는데 집집마다 둘러쳐진 돌담이 무려 5.3km에 달한다. 마을에 들른 엿장수가 열 번을 헤매다 겨우 마을을 빠져나갔다는 어르신 얘기가 우스갯소리로 전해질 정도다.

 온양온천역 앞에서 펼쳐지는 풍성한 닷새장.
 온양온천역 앞에서 펼쳐지는 풍성한 닷새장.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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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길 따라 집 구경하며 걷다보면 마당에서 풀어 키우는 닭이며, 개들이 손님을 반긴다. 골목에서 마주친 동네 어르신에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면 주름진 얼굴에 한가득 미소로 화답하신다. 마을 안에 주민들이 운영하는 민박집과 식당이 있다. 

외암리 마을 가는 버스가 서는 온양온천역 앞엔 매 4일과 9일마다 닷새장(온양온천장)이 시끌벅적, 왁자지껄 펼쳐지니 맞춰 가면 더욱 좋겠다. 장날은 동네 어르신들의 '정모'다. 물건을 사고파는 것뿐 만 아니라 반갑게 만나 친근한 충청도 말로 얘기를 나누는 풍경이 정답다.

* 대중교통편 : 수도권 1호선 전철이나 장항선 기차를 타고 온양온천역에 내리면 역 앞에 외암리 마을을 오가는 시내버스들이 20분마다 온다.

보석 같은 계곡과 숲을 품은, 서울 북악산

 서울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백사실계곡.
 서울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백사실계곡.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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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정 1급수 물이 흐르는 북악산 계곡.
 청정 1급수 물이 흐르는 북악산 계곡.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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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품고 있는 산이자, 경복궁의 주산(主山, 배경이 되는 산) 북악산엔 서울 최고의 계곡과 숲이 보석처럼 숨어 있다. 그런 보석을 찾아가는 길이 서울시에서 테마산책길로 조성한 '세검정 계곡숲길'이다. '여기가 서울 맞아?'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곳이 이어진다.

조선시대 인조가 이귀, 김류 등 부하들과 함께 반정을 모의하며 칼을 씻은 곳으로 알려진 세검정(洗劍亭, 종로구 신영동 168번지 6호)에서 길이 시작된다. 정자 앞에 넓고 평평한 너럭바위가 인상적인 정자 뒤로 난 산책로를 따라 10여 분 걸으면 북악산 들머리 동네가 나온다. 자하 슈퍼, 부암 어린이집을 지나면 '백사실 계곡' 이정표와 함께 1급수 물이 흐르는 계곡 숲길이 시작된다.

도롱뇽, 가재, 무당개구리가 사는 청정 계곡과 다람쥐가 뛰어다니는 숲 일대는 멀리 강원도의 어느 깊은 산골에 온 듯하다. 서울시가 생태경관보존지역으로 지정할 만하다. 이젠 예전처럼 계곡에 들어가 다슬기를 잡거나 물놀이를 할 수 없다.

 북악산의 좋은 전망대이자 쉼터 팔각정.
 북악산의 좋은 전망대이자 쉼터 팔각정.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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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계곡 숲길을 가만히 걷다보면 들리는 건 '돌돌돌' 상쾌한 물소리와 새소리, 울창한 나무 사이로 살랑살랑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소리뿐이다. 기꺼이 찾아와 감상할만한 풍경이 이어진다. 계곡 옆에 난 길이 길지 않아 부지런히 걷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빨리 걸을수록 손해 보는 곳이다.

계곡길가에 '약수터(북악산 팔각정)'이라 써있는 이정표를 따라가면 산속에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 전망대자 좋은 쉼터이기도 한 북악산 팔각정에 이른다. 동네 주민들이 오갔던 북악산의 속살같이 순하고 부드러운 길과 찻길인 북악스카이웨이(혹은 북악산로) 옆엔 난 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   

* 대중교통편 : 서울 전철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 앞에서 세검정·상명대 정류장 가는 시내버스가 많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sunnyk21.blog.me)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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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이랍니다. 소박하게 먹고, 가진 것을 줄이기. 이방인으로서 겸손하기, 모든 것을 새롭게 보기를 실천하며 늘 여행자의 마음으로 일상을 살고자 합니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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