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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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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 정석이 있고 수학에 공식이 있듯, 휴먼드라마에도 웃음으로 시작해서 눈물로 마무리한다는 기본이 있다. 그러나 모두 다 성공하진 않으니 전형적이고 식상하다고 욕만 처먹기도 하는데, 정석 수순이 틀렸다거나 수학공식을 잘못 대입해버리면 산으로 가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 캔 스피크>는 코미디로 시작해서 감동으로 마무리한다는 기본공식에 아주 충실한 영화다. 터지는 웃음으로 얼굴 붉게 하더니 하염없이 눈물로 얼굴 붓게 만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웃다 울다 했어도 끝나고 나면 그뿐인 경우도 왕왕 있지만, <아이 캔 스피크>는 조금 다르다. 채반으로 걸러낸 고운 모래가 바닥에 쌓이듯, 깊은 곳에 숨겨진 감정을 웃음과 눈물로 걸러내기 시작한다. 모른 채 하거나 외면하고 있던 진실은 가슴 속 깊은 곳 한 자리에 앙금처럼 묵직하게 가라앉는다. 무엇이 마음을 그렇게 무겁게 하는 것일까.

알려진 것처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기획안 공모전 당선작이다. 툭하면 민원을 제기하는 통에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가 된 도깨비 할매 '옥분'으로 나문희가 나섰고, 이제훈은 옥분을 뒷받침해주는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민재'가 되어 뒤를 받친다. 이들의 연기는 조화를 넘어 그 자체로 한 폭의 명화가 되었으니, 마지막까지 달려간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건 으슬으슬할 정도의 소름 돋는 감동이다.

다만 지나치다 할 만큼 작위적인 이야기와 구성이 후반부의 감동을 좀먹는다는 단점이 있다. 왜 끌어들였는지 모를 자극적인 소재와 이로 인한 시간낭비, 어린이 만화영화에도 등장하지 않을 스테레오 타입의 나사 빠진 조역 캐릭터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사방으로 떡밥만 무차별로 뿌려놓고 회수에는 관심 없는 무성의한 웹툰을 보는 느낌이다.

이처럼 구멍 난 서사를 마치 비단처럼 매끄럽게 메우는 것은 '옥분'의 나문희다. 녹록치 않은 인생사를 겪은 옥분과 옥분을 연기한 배우 나문희의 인생이 이루는 아름다운 조화는 관객들의 마음에 오래오래 머물다가 불쑥불쑥 튀어나올 듯하다.

나이, 세대, 성별을 초월하는 진정한 배우의 엄청난 존재감은 2017년 추석 극장가를 평정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 소구력을 가졌다. 대자본에 몸값 거한 배우들 모셔서 무지막지한 스크린을 독식하지 않고서도, 노배우의 훌륭한 연기만으로 흥행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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