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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시작되자마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곳을 보러 왔다며 많은 사람들이 무릉외갓집을 찾고 있다. 대통령 오고 난 후 "매출은 많이 올라갔나요?"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방문하는데 당연히 올라가겠죠. 저는 매출보다도 마을사람들이 무릉외갓집을 더 좋게 바라보고, 조합원으로 가입하겠다는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는 게 더 긍정적인 거 같아요."

일하는 직원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며칠 고생하기는 했지만 다녀가신 후 마을기업에 일하는 것에 더 긍지를 갖게 되었다.

마을기업으로 오랫동안 버텨온 우리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 문재인 대통령의 무릉외갓집 방문 마을기업으로 오랫동안 버텨온 우리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 홍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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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까지 오셔서 우리를 격려해주긴 했지만, 농업은 점점 더 기피하는 일이 되고 있다. 단감 농사를 하던 내 부모님은 아들이 농사를 짓거나 농촌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다. 젊은이들이 떠난 농촌에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어 노인들은 땅을 팔고 그 땅에 소작농이 되었고, 농사 꽤나 짓는 농부는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 직종에 근무한다는 외국인노동자를 어쩔 수 없이 써야 했다.

2011년 처음 무릉외갓집 일을 시작할 때는 여러 가지가 신기했다. 매달 제철 농산물을 수급해 포장하고, 이를 통해 도시의 회원들과 소통하고, 제주의 마을 생산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에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제철 꾸러미 상자를 포장해 옮기는 일을 할수록 어릴 적 단감 상자를 포장하고 나르던 기억이 겹쳐졌다.

부모님 영향으로 내가 농업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데 내 아이들 또한 내 영향으로 농업농촌에서 일하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하니 왠지 무릉외갓집 일이 오래된 관습처럼 답답하게 느껴지고 경남의 농촌을 떠난 20년 후 돌고 돌아 왜 또다시 제주의 농촌으로 돌아왔나 싶어 나 자신이 무능하게 느껴졌다.

제철 농산물을 직접 회원집으로 배송하는 일은 정말 손이 많이 간다. 정성이 안갈래야 안갈수가 없다.
▲ 무릉외갓집 농산물 꾸러미 포장 현장 제철 농산물을 직접 회원집으로 배송하는 일은 정말 손이 많이 간다. 정성이 안갈래야 안갈수가 없다.
ⓒ 무릉외갓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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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나는 바깥으로 눈을 돌렸다. 무릉외갓집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다양한 콘테스트 참여를 통해 확인해 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워크숍 및 해외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동그라미재단에서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사회적 기업 선배들을 만날 수 있었고 대산농촌재단에서는 우리 농업농촌에서 잔뼈가 굵은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 나만의 고민이 아니구나를 느꼈을 때 나는 농업농촌을 떠나지 않고 거꾸로 여기에 남아 내 역할을 찾기로 마음을 먹었다. 기록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농촌 관련 칼럼을 쓰면서 현장의 이야기를 남겨야 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고, 농부와 그가 만든 농산물의 판로를 고민하느라 스토리펀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매주 뉴스레터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섬'을 발행하며 농업농촌에서 일하며 겪는 다양한 고민들을 풀어내고 있다.

학습을 통해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며 역량을 키워야 한다. 지난해부터 농업학습조직 불란지를 통해 농업유통과 가공 분야의 전문가들을 두루 만나고 있고 정원공부 모임에서는 농촌과 접목할 수 있는 미적 가치와 생태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농업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접목이 가능하며 향후 경관농업이 더 중요해 질것이다.
▲ 정원공부모임의 실습현장 농업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접목이 가능하며 향후 경관농업이 더 중요해 질것이다.
ⓒ 정원은내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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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학습을 연계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그리고 있다. 농업농촌이 점점 늙어가다 보니 변화가 필요하다. 농촌에 모텔을 짓고 개발을 하며 땅값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농업농촌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지키고 이를 전승하며 사업의 기회를 찾을 것이다.

공동체가 많이 와해되었지만 농촌만큼 사회적 경제가 필요한 분야도 없다. 사회적 경제는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회 문제, 혹은 돈으로 인해 망가진 관계를 공동체의 힘으로 다시 복원하는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기술과 소통방식이 접목되어야 한다. 특히, 로컬푸드 분야는 농업기반인 제주 지역민을 이롭게 하고 자연순환 및 경제순환에 큰 도움이 된다. 얼마 전 제주의 사회적 경제 아이디어 경진대회에 기후변화와 로컬푸드, 이주여성을 연계한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영어교육도시와 다국적여행자들, 다문화가정 등 제주는 다양한 국가의 구성원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향후 이는 제주의 큰 자산이 될 것이다.
▲ 제주의 감귤따기 체험 영어교육도시와 다국적여행자들, 다문화가정 등 제주는 다양한 국가의 구성원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향후 이는 제주의 큰 자산이 될 것이다.
ⓒ 무릉외갓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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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업농촌이 앞으로 다양한 사람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 본다. 최근에 제주 서부지역에 직팜, 혼디모아 등 농부 2세들의 창업이 잇따르고 있는 것처럼 더 많은 젊은이들이 농업 분야에서 도전을 하면 좋겠다. 농업의 가치발견과 학습이 연계된 창업활동이 농업농촌을 더 활력 있게 만들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홍창욱 무릉외갓집 실장. 서귀포 지역의 주간신문 <서귀포신문>(www.seogwipo.co.kr)에 실렸습니다.



태그:#무릉외갓집, #농업, #농촌, #창업,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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