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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프랑스에서 일하고 있는 31살의 방글라데시인 불법체류근로자
 5년째 프랑스에서 일하고 있는 31살의 방글라데시인 불법체류근로자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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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 파리 외곽의 한 가구점에서 일하는 31살의 불법체류 근로자, **씨를 만났습니다.
 
영어를 못하는 여주인을 도와 영어통역과 흥정은 물론, 고객이 고른 가구를 옮기는 일까지, 그 가구점에서 그가 없으면 주인이 못 할 일은 많지만, 주인이 없어도 그가 하지 못할 일은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고 능동적으로 일하는 그의 모습에서 '헌신'이라는 단어가 겹쳐 보였습니다.
 
짬이 나기를 기다려 그와 대면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 왔나?
"방글라데시 사람이다."
 
-프랑스어와 영어에 능통하다?
"그저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도일 뿐이다."
 
-몇 개 국어가 가능한가?
"모국어인 벵골어를 제외하고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가 가능하다."
 
-외국어를 어떻게 공부했나?
"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현장에서 익힌 것이다. 사실 나이가 30살이 넘고 보니 이제 언어를 더 깊이 습득하는 일이 쉽지 않다."
 
-프랑스에는 언제 오게 되었나?
"8년 전에 고향인 다카(Dacca)를 떠나 이탈리아로 갔다. 그곳 봉제공장에서 3년을 일하고 5년 전에 그곳에서보다 조건이 좋은 프랑스로 오게 되었다."
 
-합법적인 입국인가?
"아니다. 서류가 없다. 부부가 운영하는 이 가구점의 남편은 이탈리아어와 영어에 능통하다. 당시 일 때문에 자주 방문하는 이 가구점의 남편을 알게 되었다. 그의 제의로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만족한가?
"이 가게 주인 부부는 부모처럼 내게 잘해준다. 하지만 불법체류자가 사는 것이 만족스러울 수 있겠는가?"
 
-일주일에 며칠을 일하나?
"5일이다.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일하고 화요일과 수요일, 이틀을 쉰다."
 
-어떤 일을 하나?
"이 가구점은 금, 토, 일 월요일에 문을 연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주로 손님이 오고 금요일과 월요일은 바쁘지 않은 편이다. 손님이 많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손님을 맞아 판매를 돕고, 나머지 날은 중고 가구를 수리한다."
 
-보아하니 이 가구점은 대단히 값진 앤틱가구를 취급하는 것 같다?
"맞다. 적어도 100년이 넘은 앤틱들이다."

-그것을 수리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할 텐데?
"특별하게 배우지는 않았다. 고향에서 아버지와 삼촌이 가구를 수리하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 가구를 새롭게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낡은 것을 고정하고 샌딩하고 칠하는 일이라 금방 알겠더라. 단지 금속제품의 광을 내고 나무제품에 사용하는 적절한 도료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곳에는 그것에 대한 전문점이 있다."
 
-급여는 주급인가 월급인가?
"월급이다."
 
-어느 정도인지를 밝힐 수 있나?
"현재는 월 2천 유로를 받는다. 그렇지만 5년 전, 처음에는 5백 유로부터 시작했다. 마음씨 좋은 부부는 내가 일에 익숙해지는 정도에 맞추어 매달 급여를 올려주었다. 7백 유로, 1천 유로, 1천2백 유로, 1천5백 유로 등……."
 
-옆에서 지켜보니 고객을 능숙하게 상대하고 판매 수완도 좋더라. 판매에 따른 성과급도 있나?
"그렇지는 않다. 급여가 전부다. 그렇지만 매출이 좋은 날은 때로, 50유로 정도 보너스를 주는 날도 있다."
 
-한 달에 생활비가 얼마나 드나?
"500에서 600유로 정도를 쓰는 것 같다. 순수하게 숙식비와 담뱃값이다."
 
-담배는 끊으면 돈도 아끼고 건강도 좋아지지 않나?
"그게 어렵다. 내게 즐거움이란 일주일에 담배 몇 갑이 전부다."
 
-나머지 돈은 어떻게 하나?
"1천 유로 혹은 2천 유로 단위로 가족에게 송금한다."
 
-가족은 어떻게 되나 그리고 어디에 있나?
"부모님과 누나 하나, 여동생 둘이 있다. 다카에 살고 있다."
 
-그들은 돈을 벌지 않나?
"아버지는 연로해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 누나와 여동생은 모두 결혼했다. 방글라데시에서 결혼한 여성은 돈을 벌지 못한다. 모두 가사만 돌볼 뿐이다. 그러니 내가 우리 집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주변에 같은 처지의 외국인 근로자는 많은가?
"무수히 많다. 방글라데시, 인도 네팔, 파키스탄, 이란 등에서 온 사람들이다."
 
-다른 가구점에서 일하나?
"아니다. 대부분은 레스토랑에서 일한다."
 
-8년 전 고향을 등지고 가족을 만난 적이 있나?
"한 번도 없다. 나는 서류가 없기 때문에 이곳을 떠날 수가 없고, 가족이 나를 만나러 오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다."

-여자친구는 있나?
"없다."
 
-결혼해서 당신의 독립된 가정을 이루어야 하지 않나?
"기약이 없다."
 
12알 파리에서 니스로 돌아가야 할 지인이 3일 전부터 걱정이 생겼습니다.
 
"예약된 국내선 에어프랑스의 파업이 예정되어있다는 문자를 받았어요. 항공사로 전화문의해보니 국제선은 정상 운행이지만 국내선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군요. 파업이 확실하면 제가 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컴퓨터 과목의 강의를 하루 연기하는 것은 문제없는데 시내에서 먼 공항으로 나갔다가 다시 시내로 들어오기도 곤란하니 공항 근처의 비싼 호텔이 묵어야 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결항을 확정적으로 얘기하는 것도 아니니 안 나갈 수도 없고... 프랑스가 이래요. 국영기업의 파업도 고객의 권리가 아니라 직원의 권리가 우선이에요. 몇 년 전 겨울에 모든 운송노조가 파업을 해서 버스 운송이 중단되었을 때에요. TV 뉴스에서 기자가 생필품을 사기 위해 시장으로 가고 있는 할머니에게 마이크를 내밀면서 물었어요. "이 파업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걸음도 잘 걷지 못하는 할머니가 눈길을 걸어가면서도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도 젊었을 때 파업을 했었어요. 그러니 참아야지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노조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노동시장 개혁안을 의회에 냈습니다. 50인 미만 기업의 노동시간, 임금, 시간 외 노동 등에 관해 노조 대표 없이 노동자 당사자와 직접 협상할 수 있도록 한 친기업 성향의 개혁안입니다.
 
현재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진 마크롱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통해 프랑스 경제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잡지 르푸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약자에게는 강하면서도 평등을 뽐낸다"는 프랑스의 잘못된 인식이 바로잡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프랑스, #불법체류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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