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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니는 회사에 행복 쉼터라는 곳이 있습니다(행복 쉼터는 기업상담학회가 위탁 운영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 기자 주). 처음엔 뭔가 싶어 찾아가 보았습니다. 심리 상담하는 곳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안정된 직장을 얻었지만 사람과의 관계와 일하면서 겪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심리 상담이라는 것을 한번 받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번 가보니 여러모로 참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냥 대화만 했는데도 신경안정에 도움이 되다니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를 담당하는 분과 인터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분은 어떻게 해서 심리상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심리상담이란 어떤 분야인지도 궁금했습니다. 이정미 상담사가 제게 잠시 시간을 내주었습니다.

행복쉼터 앞에서 포즈 취하는 이정미 상담사
 행복쉼터 앞에서 포즈 취하는 이정미 상담사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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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심리상담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요?
"우리 아이가 5살경이었어요. 어찌나 말을 듣지 않는지 속이 많이 상했지요. 내 자식인데 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던 중 어느 교육기관에 강의 오신 상담사 선생님과 상담을 하게 됐어요. 상담을 받아보니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제가 문제더군요. 저는 아이와 제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사실을 몰랐던 거에요. 그때부터 거의 7여 년 간 심리치료를 받았고, 그러면서 저의 마음과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죠.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알게 됐어요. 제겐 학벌에 대한 열등감이 심했다는 것을요. 전공이 없는 고졸이라는 사실을 무척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그 열등감 때문에 자식 교육에 올인한 것이구요. 이래선 답이 없다 싶었어요. 제 열등감으로 자식을 망칠 수는 없잖아요. 부족한 학력 때문에 열등감이 생겼으니 그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다짐이 생겼어요."

이 상담사는 시골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그가 살았던 시골엔 당시 고등학교가 없어 울산으로 와서 살았다고 합니다. 울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취업하고 결혼하며 평범하게 살았지만 자식에 대한 학업열만은 높았나 봅니다. 자식을 향한 높은 기대치가 채워지지 않으니 스트레스도 많았을 것입니다. 더구나 학벌에 대한 열등감이 자식을 향한 학업열을 키우는 데 한몫한 듯합니다.

"7년간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을 받으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어요. 특히 자녀를 내게 맞게 개조시키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 자신을 변화시키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니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그때 알게 된 거죠. 심리상담의 필요성을. 공부하고 싶어졌어요. 심리상담사가 돼 나처럼 몰라서 고통받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 심리상담 공부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제 자신의 마음 건강을 위해 시작한 심리상담이 너무 좋았어요. 알아보면서 내면 깊숙이 심리학에 대해 공부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도권 과정을 밟아보기로 했지요. 2005년 3월 방송대에 입학해 청소년 교육학을 공부했어요. 4년 과정을 마치고 2010년 영남대 대학원 교육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다시 2013년 박사과정을 밟았지요. 대학원 공부와 학술논문을 여러 편 쓰는 과정에서 공부가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재미있으니 '열공'을 하게 되더라고요. 하하하."

그는 "흥미가 있으면 재밌는 놀잇거리로 다가온다"고 말합니다. 이 상담사는 공부를 시작하면서 50세가 되기 전에 박사학위를 받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한 결과 그 꿈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제가 학생들 강의 나갈 때가 많은데요. 그때마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 공부는 부차적으로 따라온다. 그러니 학생들이 정말로 좋아할 일을 찾으라'고요."

상담사 된 후에도 계속 '수련 중'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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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마음 수련 없이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어요. 그래서 끊임없는 수련이 필요한 게 상담사예요. 심리상담사는 자기치료가 우선돼야 하고 그것이 가장 중요한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2009년부터 상담사와 공부를 병행하고 있어요. 그러다 관심이 간 게 기업상담 쪽이었어요. 생산직이든 사무직이든 직장생활 하시는 분들이 스트레스를 생각보다 많이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제가 진행하는 분야가 상담기획, 개발진행, 상담실 운영인데, 운 좋게도 현대차 같은 대기업에서 일하게 됐어요. 작년 12월에 왔었는데요. 여기에서 경험한 모든 일이 제겐 공부가 되었어요."

심리상담 분야는 국가공인자격증으로 직업상담사와 청소년상담사가 있고, 민간자격증으로는 상담학회와 심리학회 자격증이 있다고 합니다. 이 상담사는 현재 학회 주관의 1급 자격증에 도전 중이라고 합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한 그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상담사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보았습니다.

"제가 학부 시작해서 박사취득까지 10년 걸렸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10년 동안 저는 전문상담사로 일하고 싶습니다. 10년 후부터는 재능기부 차원에서 무료상담을 하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대졸자로부터 "전공이 뭐예요?"라는 질문을 들을 때 마다 열등감 때문에 힘들었다는 이 상담사. 하지만 그는 자신의 열등감을 발판삼아 상담사 공부를 시작했고 훌륭한 상담사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는 지금 하는 상담사 일이 정말 좋다고 말합니다. "상담이나 강의를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명랑하게 이야기합니다. 저도 이 상담사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른 누군가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는 상담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건강한 사람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심리상담사, #자녀교육, #열등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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