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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가 2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선거제도 개혁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가 2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선거제도 개혁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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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지난 25일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 아주 의미심장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세종시와 제주도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자는 내용의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심상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와 세종시의 경우 공직선거법상 시도의원 정수 및 비례대표 의석 비율 등에 있어 특례조항을 두고 있다"면서 "다른 시도가 국회의원 지역구에 따라 광역의원 정수와 지역구가 획정되는 것과 달리 별도의 기준에 따라 조례로 광역선거구를 획정하는 제주도와 세종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도입되기 용이한 환경에 있다"고 개정안 발의의 취지를 설명했다.

요컨대, 선거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그동안 정치권에서 활발히 논의돼왔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제주도와 세종시부터  우선적으로 실시하자는 얘기다. 제주도와 세종시는 다른 광역시도와 달리 기초자치단체가 없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수월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개정안에 따라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1로 한 상태에서 각 정당이 획득한 득표율에 따라 전체의석을 배분하면, 제주도의 경우 지역구 29석, 비례대표 7석인 현행 의석이 지역구 30석, 비례대표 15석으로 늘어나고, 세종시의 경우는 지역구 13석, 비례대표 3석에서 지역구 14석, 비례대표 7석으로 바뀌게 된다.

심상정 전 대표는 이번 개정안 발의가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행 소선거구제가 "인위적으로 다수당, 제1당을 만들어내는, 불합리한 선거제도"이기 때문에 "국민의 뜻에 비례해 국회를 구성하는 선거제도, 정당지지도와 의석비율을 일치시키는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의 왜곡하는 소선거구제

심상정 전 대표의 지적처럼 현행 소선거구제는 각계각층으로부터 민의를 왜곡하는 선거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당 득표율이 낮아도 지역구 후보가 당선되기만 하면 많은 의석수를 가져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08년 총선 당시 정당 지지율이 37.5%에 불과했던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바른정당)이 전체 의석수(299석)의 과반이 넘는 153석을 가져간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만약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수가 배정됐더라면, 한나라당은 산술적으로 112석을 얻는 데 그쳤을 터다. 단순 비교해 정당 지지율에 비해 한나라당이 무려 40석이 넘는 의석수를 더 가져간 셈이 된다. 당시 한나라당은 소선거구제에 힘입어 과반이 넘는 의석수를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미디어법과 미디어렙법, 4대강 예산 등 논쟁적인 여러 법안들을 날치기 처리할 수 있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아래에서는 이와 같은 다수당의 횡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2년 총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새누리당은 42.8%의 정당 득표율로 과반이 넘는 152석을 가져갔다. 득표율대로라면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128석으로 실제 의석보다 24석이 적다. 이처럼 현행 소선거구제는 실제 민심과 의석수가 충돌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그런가 하면 승자독식 구조로 인해 사표가 양산되고, 30%대의 득표율로 당선된 후보가 지역구 전체를 대표하게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민의를 표출하는 선거가 정작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논의돼온 것이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정당 지지율에 따라 전체 의석을 배분 받기 때문에 실제 득표율과 의석수의 비례성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실제 표심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는 평가다. 참고로 20대 총선에서의 득표율로 각 정당의 의석수를 배분해보면, 새누리당은 101석, 더불어민주당은 77석, 국민의당은 80석, 정의당은 22석을 얻게 된다. 이는 실제 의석수인 새누리당 122석, 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과는 커다란 차이를 나타낸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의해 무산되기는 했지만, 19대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관위가 2015년 2월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 내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1로 배분하는 '권역별 비례제' 도입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역시 표심 왜곡이 심한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있었다. 이와 관련 <민중의소리>는 2016년 총선 직후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제를 토대로 각 정당의 의석수를 계산한 바 있다.

<민중의소리>가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의석수는 새누리당 105석, 민주당 101석, 국민의당 83석, 정의당 26석, 무소속 11석으로 배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의석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한국당과 민주당의 의석수는 크게 줄어든다. 이같은 결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제가 한국당과 민주당의 입장에서 볼 때 굉장히 꺼림직한 선거제도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며 선거제도 개편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현행 소선거구제의 이득을 가장 많이 본 민주당 역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는 상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누구보다 먼저 주장해온 정의당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 총선에서 소선거구제의 불합리성을 뼈저리게 체감한 국민의당도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거제도 개편에 명렬히 반대하는 한국당

최고위원회의 주재하는 홍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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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당과 바른정당 두 보수야당은 선거제도 개편에 뜨뜨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당의 반대가 거세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있을 때마다 한국당은 번번히 반대를 일삼아 왔다. 지역주의와 단순다수제가 결합한 현행 소선거구제의 최대 수혜자가 한국당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반대 이유는 명확하다.  선거제도 개편이 권력구조 개편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손해보기 싫다는 심보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하고 지역주의를 고착시킨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갈등과 대립을 부추겨 정당의 정책 발전을 가로막고, 노동·여성·인권·환경·생태 등을 대변하는 신생정당의 원내진출을 봉쇄해 정치의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력별 비례제를 통한 지난 총선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말해주듯 거대 양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불합리한 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 양당의 한 축인 민주당을 비롯해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에서 선거제도 개편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심지어 중대선거구제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는 바른정당의 경우에도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고 있는 상태다. 유독 한국당만이 중대선거구제를 포함 선거제도 개편에 반대하고 있을 뿐이다. 평소에는 '국민' '국민' 하면서도 실제 민심에 비례해 정당의 의석수를 배분하는 선거제도 도입에는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권역별 비례제는 다당제를 정착시켜 다수당의 권력독점을 막는 효과가 있다. 한국당이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비판할 때마다 거론하는 집권당의 '횡포'를 차단할 수도 있다. 자연스레 '협치'를 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환경까지 제공해준다. 최근 한국당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주장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이것 하나로 '한방'에 해결될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편에는 '결사코' 반대다. 명분도 논리도 없는, '표리부동'의 끝판왕을 보는 것만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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