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죽도해변에서 첫 회의 막을 올린 바다영화제 '그랑블루 페스티벌'

양양 죽도해변에서 첫 회의 막을 올린 바다영화제 '그랑블루 페스티벌' ⓒ 그랑블루 페스티벌


바닷가 모래사장 위에 설치한 스크린 앞에서 놓고 모닥불 피워놓고 밤새 영화를 즐긴다. 생각만 해도 운치 있는 풍경이 23일 저녁 강원도 양양의 죽도해변에서 펼쳐졌다. 제1회 그랑블루 페스티발은 이런 상상을 현실화 시킨 영화제다.

스크린은 파도가 이는 바닷가 앞에 세워졌고, 어둠이 내려 앉으면서 영화인들과 지역 주민, 관광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영사기에서 빛이 나오는 순간 해변은 시네마천국으로 변했다. 상영이 끝난 중간에는 옆에 있는 몽골텐트에서 주최 측이 제공한 바비큐 파티가 열렸다. 맥주와 소시지 등의 안주가 제공됐는데, 긴 줄을 서서 음식을 받아들고 다시 스크린 앞으로 모여드는 관객들의 표정에는 희색이 만면했다. 해변 극장이라는 공간이 오붓하면서도 정감 있었다.

누워서 보는 사람, 캠핑 의자에 앉아서 보는 사람, 텐트를 쳐 놓고 보는 사람 등등, 술과 간식을 즐기며 영화를 보는 바닷가 극장은 평온한 모습만이 이어졌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는 배경 음악처럼 들렸고, 밤공기가 차가웠지만 옆에 붙어있는 사람의 체온은 떨어진 기온에 아랑곳하지 않을 만큼 좋은 추억이기에 충분했다. 

바닷가에 스크린 올리고 모래사장에서 보는 영화

 22일~24일까지 양양 죽도해변에서 개최된 '1회 그랑블루 페스티벌' 야외 부스

22일~24일까지 양양 죽도해변에서 개최된 '1회 그랑블루 페스티벌' 야외 부스 ⓒ 그랑블루 페스티벌


23~24일까지 1박 2일의 일정으로 첫 막을 올린 그랑블루 페스티발이 참여 관객들의 호평 속에 의미 있는 첫 항해를 마쳤다. 영화제의 공간이 바다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주목받았고, 해변의 스크린과 작은 파티는 돋보였다. 영화인들의 축제이면서 주민들이 어울리는 마당이었고,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의 나눔 공간이기도 했다.

국내 대표적인 여름영화제 정동진독립영화제와 비슷한 분위기였지만 영화를 보는 장소가 바닷가 옆 학교에서 진행되는 정동진독립영화제와 비교할 때 그랑블루 페스티벌은 해변으로 진출한 스크린이라 더욱 의미 있었다.

출발은 이현승 감독이었다. <그대 안의 블루> <시월애> 등을 연출했고,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고 중앙대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현승 감독은 지금까지 의미 있는 행사를 여럿 만들 만큼 영화계에서 행사 제조기와 같은 영화인이다.

단편영화제의 대표 격으로 성장한 미장센단편영화제가 이 감독에 의해 시작했고, 감독들이 주는 영화상인 '디렉터스 컷 어워즈' 역시 그가 아이디어를 내면서 출발했다. 미장센영화제의 경우 감독들 사이에서는 '이현승 영화제'로 불리기도 했다. 이 감독은 올해부터는 미장센영화제를 후배 감독들에게 넘겨 준 후 이선으로 물러났는데, 몇 달 새 양양에서 새로운 영화제를 만들어내며, 부지런함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1회 그랑블루 페스티벌을 찾은 관객들과 함께 개막을 축하하고 있는 이현승 총감독

1회 그랑블루 페스티벌을 찾은 관객들과 함께 개막을 축하하고 있는 이현승 총감독 ⓒ 성하훈


이 감독에 따르면 그랑블루 페스티벌의 출발은 올해 3월 양양으로 이주하면서였다. 양양 죽도 해변은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이 감독 역시 서핑을 즐기러 자주 찾던 곳이었다. 그러던 중 지역 언론에 나온 '아이 울음소리는 없고, 곡소리만 가득할 뿐'이라는 기사가 영향을 미쳤다. 자주 찾아오는 곳으로서 뭔가 지역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주민등록을 옮기고 지역주민이 된 것이다.

이 감독은 "바다가 예쁜 곳이라 영화도 보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한 기업에서 도와주겠다고 해서 영화제를 준비할 수 있었다"며 "영화인들과 지역 주민들, 방문하는 분들이 모두 함께 어울리고 즐기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그랑블루 페스티벌의 총감독으로서 개막 공연에 앞서 단상에 검은 망토 차림으로 올랐는데, "파도와 날씨 때문에 걱정해 하늘에 기원하기 위해 이런 차림이고, 다행히 날씨가 좋다"며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영화제 공간으로 떠오른 죽도해변

 강원도 양양 죽도해변 모래사장에 개최된 1회 그랑블루 페스티벌의 에어 스크린

강원도 양양 죽도해변 모래사장에 개최된 1회 그랑블루 페스티벌의 에어 스크린 ⓒ 그랑블루 페스티벌


개막행사인 그랑블루 선셋에는 많은 영화인이 참여해 새로운 '이현승 영화제'의 출범을 축하했다. 이충직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허진호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방은진 강원영상위원장, 한지승 감독, <암살>의 김이다 피디, 오광록 배우 등 영화인들은 새로운 영화제의 시작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충직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자유롭고 시원한 곳에서 부담 없이 영화를 즐기기에 좋은 공간"이라며 영화제가 계속 발전할 수 있길 기원했다. 자문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방은진 영상위원장 역시 영화제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방 감독은 지난 3월 출범한 강원영상위원장을 초대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짧은 시간 안에 강원도가 새로운 영화인들의 거점으로 부상하면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첫 회 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는 모두 15편이었다. 허진호 감독의 단편과 공모 수상작, 프랑스 영화 <그랑블루>,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이 새벽까지 밤새 해변의 스크린을 장식했다. 프로그램은 이현승 감독이 직접 담당한 것으로 대부분이 바다가 배경으로 나오거나 서핑과 관련 있는 다큐멘터리 등이었다. 밤새 스크린을 지킨 관객들에게는 경품을 줬고 오후에는 해변을 청소에 나서면서 짧은 축제를 마무리했다.

전야제를 포함해 3일간의 짧은 행사였으나 함께했던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강릉의 정동진이 야외 독립영화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면 서퍼들의 무대였던 양양 죽도 해변이 영화인들이 함께하는 새로운 영화제의 공간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영화인들과 관객들에게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감독은 "부족한 부분을 점차 채워 더 나아지는 영화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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