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사퇴여론 공작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생 보수단체에 광고 시안과 광고비를 주면 곧바로 이 대법원장을 비난하는 광고가 복수의 일간지에 실리는 행태가 이어졌다.

2010년 1월 28일에 각각 <조선일보>와 <문화일보> 31면 하단에 '이용훈 대법원장의 사퇴가 사법부 개혁의 시작입니다'라는 제목의 광고가 실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광우병 사태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에게 무죄를 선고한 직후였다.

이 광고는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MBC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듯 왜곡 보도해 극심한 사회혼란을 부추겼는데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면서 "만일 판사가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자기만의 가치관과 좌편향 이념성으로 판결한다면 국민들은 그 재판결과를 믿을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러한 사태의 배후로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을 지목하고 "즉시 사퇴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 전 대법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에 취임해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9월에 임기를 마쳤다.

이 광고를 싣는 비용은 국정원이 댄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사업3팀 직원 박아무개씨는 이 광고가 실리기 이틀 전인 2010년 1월 26일 뉴라이트 계열 보수단체인 자유주의진보연합 공동대표 최아무개씨에게 이메일로 이 광고의 시안을 보냈다. 두 사람은 약간의 수정사항을 주고받았고 그 내용대로 광고가 집행됐다.

국정원 직원 박씨는 최 대표에게 광고비를 현금으로 건넸다. 신문 하나에 광고 1번을 내는 것을 기준으로 1000만원 안팎의 광고비에 약간의 '수고비'를 더 했다. 검찰은 최 대표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MB의 트라우마 'PD수첩' 무죄 나자 대대적 이념 공세

'MB국정원'이 보수단체 공동대표 메일로 보낸 이용훈 대법원장 비방 광고 시안이 실제 <조선일보>에 게재된 모습
 'MB국정원'이 보수단체 공동대표 메일로 보낸 이용훈 대법원장 비방 광고 시안이 실제 <조선일보>에 게재된 모습
ⓒ 조선일보 캡처

관련사진보기


2008년 '광우병 사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10%대로 떨어뜨리는 등 MB정부에 위기를 가져온 사건이었다. 당시 검찰은 광우병 위험성을 심층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했다. '정치적 기소' 논란을 불렀던 이 사건이 결국 법원에서 무죄로 결론나자 국정원은 보수단체를 동원해 재판부를 향해 이념공세를 펼친 것도 모자라 대법원장에 사퇴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국가의 정보기관이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의 사퇴여론 형성에 나선 것은 삼권분립 원칙을 위배하고 헌정질서를 유린한 공작이다. 이 같은 공작은 국정원 일선 팀 차원의 자체 판단이 아니라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를 적극 이행한 결과로 보인다.

원 전 원장이 <PD수첩> 무죄 판결 직후 이 판결의 부당성을 강조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은 '원장님 지시강조말씀' 자료를 통해서도 이미 확인됐다. 당시 여러 보수단체들이 서울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 앞에 몰려가 이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1인시위를 이어가기도 했다. 검찰도 원 전 원장의 지시와의 연관성이 깊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판사들 연구모임 해체 작업 선동하기도

'MB국정원'이 자유주의진보연합 공동대표를 통해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 게재한 광고.
 'MB국정원'이 자유주의진보연합 공동대표를 통해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 게재한 광고.
ⓒ 해당 광고 캡처

관련사진보기


국정원의 사법부 흔들기는 이용훈 대법원장 사퇴여론 공작 뿐만이 아니었다. <PD수첩> 판결 이전인 2009년 12월 3일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 실린 "법조계 사조직인 '우리법연구회'는 해체해야 합니다"라는 광고 역시 국정원 공작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직원 박씨와 최 대표가 광고시안을 주고받은 하루 뒤 신문에 게재됐다.

자유주의진보연합 명의로 실린 이 광고는 촛불집회 참가자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하며 국회에서 농성을 벌인 민주노동당 당직자 12명에 전원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린 재판 등을 문제 삼았다. 이 판결을 내린 판사가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들 모임인 '우리법 연구회' 소속이라는 점을 들어 보수 언론과 한나라당, 보수시민단체들이 이 단체를 해체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시기였다.

해당 광고는 "우리법 연구회'는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이 모임 회원들이 대법관과 법무부 장관 그리고 대통령비서관 등 법원 안팎의 요직에 발탁되면서 법조계 '하나회'라는 비판이 있다"면서 "김영삼 정권은 군부 개혁에 앞서 '하나회'를 우선적으로 해체했다. 사법부 개혁을 위한 '우리법연구회'해체 작업에 우리 모두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댓글2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