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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덮힌 것인지 얼음이 깔린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사실은 소금사막이다.
▲ 우유니 소금사막 눈이 덮힌 것인지 얼음이 깔린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사실은 소금사막이다.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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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으로 만든 조각 작품
▲ 볼리비아 상징물 소금으로 만든 조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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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없지만 한국인들 중에서 해외 여행지로 가장 가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마추피추, 이과수 폭포, 티칼 국립공원(마야), 나이아가라 폭포 등과 함께 항상 첫 손에 꼽히는 곳이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이다.  그 이유는 역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명승지라는 점이 고려대상일 것이다. 우유니는 중남미 여행패키지에서는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배낭여행으로 가야 하는 까다로움이 있다. 또 2017년 현재 아메리카대륙에서 볼리비아만 비자를 발급받아야 갈 수 있다. 특히 황열병 예방접종도 해야 한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볼리비아 대사관을 찾아갔다. 라틴 아메리카 여행에서 비자를 요구하는 국가는 볼리비아밖에 없다. 우리나라 외교부가 다른 나라와는 비자면제협정을 맺었지만, 볼리비아만 협정을 맺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3~4년 전 벨리즈를 여행 갈 때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블로그를 보면 벨리즈를 입국할 때 비자가 없어서 고생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볼리비아 대사관이나 영사관은 우선은 인터넷에서 기본정보를 입력하고 그것을 복사하고 보완서류를 복사해서 첨부하라고 요구한다. 볼리비아 영사관 사이트에 제출할 서류만 해도 여러 가지이다. 여권사본과 여권 사진, 은행잔고증명서, 비행기 티켓, 볼리비아 체류 호텔 예약 증명서, 황열병 예방 접종 증명서 등등을 요구한다. 황열병 예방 접종이 고약하다, 미국에서는 병원에서 접종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보험처리도 안 된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병원을 찾아갔더니 거의 500불 가까이 요구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몇 년 전 LA에서는 웰그린 마트의 파머시에서 접종을 150불에 맞았다고 해서 웰그린마트 파머시를 두 군데나 찾아갔으나 의사의 처방전이 요구된다고 거부한다.

한국에서는 30불이면 된다고 하고 리마나 쿠스코에서도 그 정도 가격이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리마로 먼저 가야겠다고 생각을 굳혔다. 다행스럽게도 리마국제공항 청사의 보건소에서 황열병 예방접종을 30불에 접종을 해주어서 시름을 덜었다. 그러나 리마의 볼리비아대사관에 서류를 갖추어 찾아갔으나 은행잔고증명서가 아니라 카드 사본을 요구하고 또 다른 서류 한 가지가 부족하다고 월요일 오전까지 갖추어서 내라고 퇴짜를 놓는 것이었다. 기운이 죽 빠진다. 쓸데없이 리마에서 주말 3일간을 호텔에서 묵어야 할 판이었다.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쿠스코나 푸노로 가서 서류를 보완해서 볼리비아영사관에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곳에 가서 비자를 얻지 못하면 시간 낭비가 너무 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말을 활용하기 위해 배낭여행 순서를 마추픽추부터 탐방하기로 변경했다. 버스터미널로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다행스럽게도 오후 3시에 떠나는 버스가 있었다. 그것을 타고 11시간을 달려 쿠스코에 오후 1시에 도착했다.

다음 날 아침에 서류를 보완해서 볼리비아 영사관부터 방문했다. 리마의 볼리비아 대사와 여직원은 매우 불친절하고 사무적으로 대했다. 그런데 쿠스코의 볼리비아영사관은 남자직원도 상냥하고 영사도 매우 낙천적이고 친절했다. 걱정은 기우였다. 영사가 비자에 사인하면서 건네줄 때 속으로는 환호를 보냈다. 영사에게 기념사진을 촬영해도 되느냐고 묻자 흔쾌히 동의를 해주었다. 젠틀하고 멋진 외교관이었다.
쿠스코 볼리비아영사관에서 드디어 비자를 받았다. 정말로 감격했다.
▲ 볼리비아 영사와 함께 쿠스코 볼리비아영사관에서 드디어 비자를 받았다. 정말로 감격했다.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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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어렵게 볼리비아 비자를 얻어 라파즈로 기분 좋게 떠날 수 있었다. 도대체 우유니 소금사막이 얼마나 좋은 곳이기에 이 난리를 피우고 들어가야만 하는가? 쿠스코 버스터미널에서 다시 밤 버스를 타고 10시간을 달려 아침에 라파즈에 도착했다. 호텔 근처에서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고 택시를 타고 라파즈 시내 관광을 했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대다수가 스페인 식민지시대를 경험했기 때문에 시내 중심가가 스페인과 거의 비슷하게 조성되어 있었다. 대통령집무실 등 관공서, 카톨릭대성당, 그리고 중앙공원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라파즈도 마찬가지였다. 중앙공원부터 갔으나 치안상태가 불안한지 경찰버스와 장갑차가 서 있고 경찰특공대가 중무장을 한 채 계속 순찰을 돌고 있었다. 라파즈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하기로 한다.

라파즈 버스 터미널에서 다시 밤 버스를 탔다. 그래서 숙박비는 약간 절감이 되었지만, 문제는 체력이었다. 시간에 쫓겨 먹는 것도 부실한데 잠마저 호텔에서 푹 쉬지를 못하고 계속 장거리 밤 버스를 타야 하니 어느 시점에 가서는 한계상황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유니 소금사막 버스터미널에는 새벽 5시쯤 도착했다. 온 세상이 깜깜했다. 주변에 가로등도 없고, 문을 연 카페나 음식점도 없었다. 가끔 택시만 보였다. 드디어 영하 40도의 강추위에 콜록콜록 독감이 들었다.

그런데 어린 여성들 몇몇이 스페인어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배낭여행객들을 자신의 카페로 인도하여 커피와 아침을 사 먹게 유도하는 행위였다. 버스에서 내린 승객들은 하나둘 자신의 봇짐을 들고 사라졌다. 한 여성을 따라 다른 배낭여행 청년들과 함께 뒤따라갔다. 그곳은 카페 '노리스'(NORIS)였다. 그곳에서 날이 밝을 때까지 커피를 마시고 아침 식사를 하면서 2시간여를 보내야 했다. 영하 30~40도는 될 정도로 몹시 추웠다. 우선 커피를 시켜서 몸을 녹였다.

날이 밝아오고 태양이 떠오르자 버스터미널 주변을 분별하고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카페에서 사귄 옆자리의 프랑스 여성을 쫓아 여행에이전시를 찾아가서 우유니 소금사막으로 가는 1박 2일 밴 여행 티켓을 예약했다. 대개 7~8명이 한 조가 되어 벤츠나 도요타 미니밴을 타고 소금사막 주변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가격은 마추픽추보다는 약간 저렴했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목도리를 두르고 미니 밴에 올랐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몸 상태는 좋지 못했지만, 날씨가 쾌청해서 기분은 좋았다. 섭씨 영하 30도의 한겨울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여행사 사무실에 꾸역꾸역 유럽과 미국에서 온 배낭여행객들이 모여들었다.

우유니 소금 관광 코스는 대체로 비슷해서 원주민들이 소금을 채취, 조제해서 판매하던 마을인 '콜차니 마을', 1907년부터 1950년대까지 증기관차가 움직이던 마을로 이제는 추억의 기차들을 모아놓은 '기차 무덤', 원래는 숙박시설이었지만 지금은 점심식사를 하는 곳으로 주로 사용되는 '소금 호텔', 잉카족들의 주거지였던 하얀 소금 호수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는 '잉카후아시섬', 그리고 소금사막 등을 순방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숙소로 사용했었는데, 요즈음은 관광팀의 점심식사 장소로 주로 사용된다. 꿀맛이었다.
▲ 소금사막에서의 점심식사 예전에는 숙소로 사용했었는데, 요즈음은 관광팀의 점심식사 장소로 주로 사용된다. 꿀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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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다니던 증기기차를 모아 추억의 관광지로 만들어놓은 곳이다.
▲ 기차무덤 예전에 다니던 증기기차를 모아 추억의 관광지로 만들어놓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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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미니 밴이 도착한 기차 무덤은 녹이 슬은 증기기차들과 철도 레일을 전시해놓은 곳이지만, 세계의, 젊은이들은 고철에 불과한 증기기차 위에 올라가 두 팔을 번쩍 들면서 각종 포즈를 취하며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어찌 보면 황량하고 쓸쓸하게 느껴질 법한 폐차된 기차들을 모아놓았지만 나름대로 추억의 공간으로 되살아나는 것이 흥미로웠다. 콜차니 마을을 가볍게 지나 미니 밴은 잉카족의 토속품들을 파는 상점들 앞에 멈추었다.

갑자기 신세계가 펼쳐졌다. 미니 밴은 속력을 내어 80Km 속도로 질주를 한다. 마치 롯데월드의 아이스링크 위를 차가 달리는 것으로 착각이 들었다. 하얀 소금 얼음 위로 차가 전속력으로 질주를 하고 창문을 통해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과 푸른 하늘을 대비해서 바라보는 것이 싱그러웠다. 저 너머 지평선은 흰색과 푸른색이 맞닿아 있다.

우유니 사막은 3650m 높이의 안데스 영봉과 가까운 볼리비아의 포토시 주와 오르루주에 위치하고 있다. 행정수도 라파즈에서 남쪽으로 200Km 떨어져 있으며 칠레와 아타가마 사막을 사이에 두고 알티라노 고원에 놓여져 있다. 우유니를 둘러싸고 있는 콜차니(Colchai)마을은 포토시주에 속하는 작은마을로 인구 1만 명 정도의 시골 마을이다. 총 100억 톤에 이르는 소금을 예전에는 원주민들이 채취해서 제조했지만, 지금은 정부의 허가를 받은 중소기업이 채취권을 얻어 국내소비를 감당할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볼리비아 비자때문에 힘들게 우유니 소금사막에 진입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 우유니 소금사막 인증샷 볼리비아 비자때문에 힘들게 우유니 소금사막에 진입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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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연출이다. 유머스러운 미국 배낭객을 따라 패러디를 해보았다. 공룡이 쫓아온다. 도망가라!!!
▲ 공룡에게 쫓기는 필자 멋진 연출이다. 유머스러운 미국 배낭객을 따라 패러디를 해보았다. 공룡이 쫓아온다. 도망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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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도 광활하고 풍광이 좋은 우유니 소금사막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지각변동으로 솟아올랐던 바다가 빙하기를 거쳐 2만 년 전 녹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에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졌다. 강수량은 낮고 물의 증발량은 높아 일반 바닷물보다 10배 높은 농도의 염분이 축적된 것이다. 비가 온 우기 뒤에도 12~3월에는 20~30cm의 물이 고여 얕은 소금호수의 수심을 이루어 천혜의 관광지가 된 것이다. 6~9월의 한겨울에는 호수가 얼어 하얀 은반 위의 스케이트장처럼 변해서 생겨나는 아름다운 경치는 관광객들의 마음을 훔쳐간다. 특히 석양의 소금사막의 풍광은 무엇이라고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언어가 탈색되어 버리는 아름다움 그 자체가 광활하게 펼쳐진다.

일행 중 짓궂은 미국 배낭여행객이 작은 공룡 인형과 콜로나 맥주병을 소금사막 위에 꺼내놓는다. 언젠가 블로그에서 본 치기 어린 점프장면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된다. 한동안 얼음 사막 위에서 뛰놀다가 다시 미니 밴에 올라 쏜살같이 어디론가 20분을 달려간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바로 '물고기 섬'이란 별칭으로 유명한 '잉카후아시 섬 Isla Incahuasi'이다. 한겨울의 상징인 아이스링크와 한여름의 상징인 선인장이 조화를 이루고 공존하는 섬이 바로 '물고기 섬'이다. 100m 정도 높이의 구릉에 올라 정상 가까이에서 바라본 우유니 소금사막은 환상 그 자체였다. 모두들 "뷰티풀"을 연발한다.
고대에 우유니 소금사막에 살았던 잉카원주민들이 조성해놓은 주거지이다. 아름은 '잉카 후아시 섬'이다.
▲ 물고기섬 고대에 우유니 소금사막에 살았던 잉카원주민들이 조성해놓은 주거지이다. 아름은 '잉카 후아시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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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니 소금사막은 석양에 더욱 아름답다. 다만 영하 40도로 느껴질 정도로 춥다.
▲ 석양의 소금사막 픙광 우유니 소금사막은 석양에 더욱 아름답다. 다만 영하 40도로 느껴질 정도로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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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니 소금사막 주변에는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이 묻혀있다고 한다. 리튬전지는 휴대폰, 노트북 그리고 전기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인류 미래의 동력이다. 그런 면에서 볼리비아는 잠재력이 무한한 국가이다. 또 주변에는 유먕한 라스카와 티티카카 호수도 있어서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다. 석양의 우유니 사막의 아스라한 풍경을 가슴에 안고 숙소로 돌아왔다.

덧붙이는 글 | 미국 DUKE 대학교에 방문교수로 있는 동안에 여름방학을 활용하여 거의 두 달동안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비안 국가들 12개국을 배낭여행으로 다녀왔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유럽 젊은 배낭족들과 체력대결을 펼쳤다는 보람도 있었다.



태그:#우유니소금사막, #알티플라노 고원, #아타카마 사막, #볼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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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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