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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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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싱싱한 과일을 싸게 판다는 순천의 한 청과조합에서 자두를 만 원어치 샀다. 계산하려고 주머니를 뒤져보니 만 원짜리 지폐가 없다. 대신 5만 원 지폐를 내밀고 거스름돈을 챙겼다. 그리고는 확인도 않고 거스름돈을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잠시 후 다른 가게에서 다시 계산하려고 확인하니 만 원짜리가 5장이다. 첫 번째 가게에서 계산 전에는 분명 내 주머니에 만 원짜리 지폐가 없었는데….

'어? 오늘 땡잡았군. 그래 그냥 눈감고 넘어가는 거야.'

내 추측이 맞는다면 결국은 과일가게 아주머니가 잘못 세어서 한 장 더 거슬러준 게 거의 확실하다. 순간, 횡재했다는 생각으로 머뭇거리는 나를 보더니 아내가 재촉한다.

"빨리 계산 안 하고 뭐 해?"
"응... 근데, 아까 가게에서 만 원을 더 받은 것 같아. 그냥 넘어갈까?"
"뭐? 돌려줘야지. 그것 더 받아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 거야. 그리고 그 아주머니, 만원 벌려면 과일 10만 원어치는 팔아야 해."


그랬다. 다른 곳보다 싸게 판다는 청과조합이라면 최소한의 이문만 남기고 팔 텐데... 결손 금액 만원을 본인 돈으로 메꾼다면 오늘 장사의 타격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속이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그냥 간다면 내 일생일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엄습한다.

최소한 돈 때문에 양심을 속이지 않았던 나 아니었던가. 역시 흔들릴 땐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게 우선이다. 다시 발걸음을 첫 번째 가게로 돌렸다. 거스름돈을 잘못 받았다며 아주머니 손에 돈을 쥐여 드리니, 부끄러워하면서도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한다. 더 받은 거스름돈을 찾아와서 돌려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옆 가게 아주머니도 함께 거드니 나도 흐뭇하다.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던 아주머니는 진열대의 자두 상자에 두 손을 가득 넣더니 아까 샀던 자두 봉지에 한사코 더 쑤셔 넣는다.

내 돈이 아까우면 남의 돈은 더 소중한 줄 알아야 한다. 내 돈도 아깝고 남의 돈도 아까운 줄 아는 것이 정상이지만, 내 돈만 아깝고 남의 돈은 아까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이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판단하니, 순간의 선택이 모두를 흐뭇하게 만든다.

역시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정답이다. 심리적인 보상과 만족감은 더 받은 거스름돈의 가치에 비할까. 돈 만 원으로 세상의 행복을 얻은 하루였다. 양심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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