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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 위안부 비하 교수편
 JTBC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 위안부 비하 교수편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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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위안부 할머니, 끼 있으니 따라간 것"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순천대학교 사범대 물리교육과 한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파면요구는 지나치다, 너희들이 떠들면 문제가 커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관련기사 : "위안부 할머니, 끼 있으니 따라간 것" 어느 교수의 막말).

A교수는 강의도중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에 대해 막말을 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등 수업 내용이 문제가 돼 현재 징계 논의 대상이다. 논란이 확산된 뒤 학생들과 지역시민단체 등은 A교수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학교측은 지난 5월 A교수에게 주의를 줬고, 최근 이와 관련된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지난 15일 A교수를 강의에서 배제했다.

이런 가운데 논란의 당사자인 A교수가 "파면은 요구하지 말라"며 자신의 막말과 여성 비하가 "파면 사유까지는 안 될 것 같다"고 학생들을 회유했다. 지난 18일 오후 4시께 학교 내 정독실을 찾은 A교수는 자리에 있던 물리교육과 학생들에게 자신의 징계에 대해 "내가 보기엔 정직 정도다. 1년쯤 쉬는 것"이라며 "그 정도 한다는데 그걸 가지고 더 뭐 요구하면 그것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생각해봐라"라고 말했다.

당시 자리에 있던 학생들이 보내온 녹취파일에 따르면 A교수는 "징계 의견서에 '파면을 시켜주세요'라고 제시하면 본부에서도 골치 아프다"라며 "본부 쪽에서도 파면 사유로까진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계속 너희들이 떠들어버리면 문제가 커진다. 파면을 해 달라는 건 지나치다. 그것만 요구하지 말아라"라고 강조했다.

이는 막말·여성비하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A교수가 자신의 파면을 요구하는 학생들을 회유하려 한 것으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녹취파일 속 발언에 대해 A교수의 입장을 듣고자 20일 여러 차례 전화를 했지만, 전원이 꺼져 있어 문자로 입장을 요청했지만, 21일까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학교측 "교수 찾기 어려웠다"-학생들 "당시 본부가 문제 내용 파악"

19일 오후 3시에 순천대학교 총장실 옆 접견실에서 박진성 총장과 교무처장, 시민단체가 막말 교수 사건을 두고 대화를 나누었다.
▲ 총장과의 면담 19일 오후 3시에 순천대학교 총장실 옆 접견실에서 박진성 총장과 교무처장, 시민단체가 막말 교수 사건을 두고 대화를 나누었다.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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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제보 직후 이뤄진 학교의 조치에 대해서도 학교측과 학생들간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학생들은 지난 4월 문제 발생 직후 학교측이 A교수에 대해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4월 26일 순천대 '대나무숲'에 익명의 게시물이 올라와 당사자를 찾기 위해 각 단대회장을 통해 수소문해 해당 교수가 A교수임을 확인했다. 이후 순천대 학교본부측은 A교수를 불러 문제가 된 내용을 파악했는데, 그가 일부 사실만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뒤인 5월 1일 물리교육과 학생회장이 학생들 의견을 수렴해 작성한 탄원서를 학과장에게 제출했고 이후 '교수의 사과를 받고 싶으면 강의실로 모이라'는 연락에 10여명이 강의실을 찾았으나 급작스런 통보에 많이 오지 못했다는 것이 학생들 입장이다. 당시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학생들 중 상당수는 A교수의 형식적 사과에 실망해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A교수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는데도 학교측이 '학생들에게 사과했다'는 말만 듣고 사태를 마무리했다고 주장했다.

순천대총학생회도 앞서 입장문을 통해 "지난 4월에도 학생들은 학교 측에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였고, 학교 측은 교수의 사과로 일단락되었다고 판단했다"면서 "그 후 A교수가 문제제기의 당사자인 학생들을 조롱하는 발언을 쏟아냈고 이에 정신적 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다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19일 오후 3시 순천평화나비 등 시민단체들과 박진성 총장의 면담 자리에 참석한 교무처장이 발언한 내용은 이와 좀 달랐다. 교무처장은 "보통 이런 것(제보)은 누가 메일로 투서를 하거나, 전화를 하거나 찾아오거나 해서 인지하여 조사를 하는데 전혀 그런 것은 없었다"라며 "외부인을 통해 'SNS상에 이런 말이 떠돈다'라는 말을 들어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것은 아니고 4월 27일 연락을 받고 하루가 걸려 문제의 SNS를 찾았지만 글 내용에 학과나 교수 이름, 글쓴이가 전혀 없어 확인이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학교측은 "한 학기에만 평균 1700여 개 강좌를 진행한다. 지난 학기만 1664 강좌가 있었기에 문제의 교수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교무처장은 또 "이전에는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 교무처에서 조사해서 처리했으나, 이번에는 즉시 해당 교수를 소환해서 여러 가지 대화를 했다"라며 "진상조사를 위한 TF팀을 총장 직속으로 꾸렸다"라고 학교측은 신속하게 대응했음을 강조했다.

교무처장에 따르면, 순천대학교측은 지난 14일 총장 직속의 TF팀을 가동했다. 15일 수집한 수업 녹취 파일을 듣고, 당일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바로 A교수를 직무해제 했다고 밝혔다.

순천평화나비 "교수 파면하고 진상조사위에 학생 참여 보장해야"

19일 오후 2시에 순천대학교 정문에서 시민단체들이 연대하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일본군 '위안부'와 학생, 여성에 대해 비하 발언을 한 순천대 물리교육과 송 교수에 대해 즉각 파문을 촉구했다.
▲ 순천대 기자회견 19일 오후 2시에 순천대학교 정문에서 시민단체들이 연대하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일본군 '위안부'와 학생, 여성에 대해 비하 발언을 한 순천대 물리교육과 송 교수에 대해 즉각 파문을 촉구했다.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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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평화나비 등 순천시민단체들은 19일 오후 2시 순천대 정문에서 학교측의 조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규탄 기자회견에는 전국평화나비네트워크, 전남평화의소녀상연대, 전남교육희망연대, 전남진보연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전남본부 등도 뜻을 더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류호형 순천대학교 민주동문회 준비위원장은 "불명예스러운 자리에 함께 해서 송구스럽다. 학생들이 지난 4월에 공식적으로 학교 측에 요구했다"라며 "(학교측이)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교수를 징계하고 인사위원회에 회부했어야 했는데, 그것마저도 다하지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학교측에 "교수를 즉각 파면시켜라. 모든 보직교수는 보직을 해임하고, 총장은 이 시간 이후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물리교육과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A교수의 진심어린 사과와 앞으로의 수업 개선을 요구했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라며 "사건이 터진 이후 교수의 말과 행동으로 미루어 볼 때 변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시민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학교 측에 교수의 파면뿐만 아니라, 공정하고 객관적인 진상조사를 위한 진상조사위원회에 학생대표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번에 알려진 내용 외에 다른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전수조사를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사전예방과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라 촉구했다.

한편 학교 측은 "수집한 녹취파일 등이 방대하여 9월 29일께 조사에 대한 보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순천대 막말 교수, #학생 비하, #교수 파면, #시민단체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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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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