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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 제6차 핵실험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 제6차 핵실험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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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송영무 국방장관의 막말과 연일 계속된 돌출 발언에 제동을 걸었다. 청와대가 국무위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로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이전 정부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송 장관의 행보에 문제가 크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단순히 어쩌다 나온 발언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누적됐던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19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송영무 국방장관의 국회 국방위원회 발언과 관련,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한 점을 들어 엄중 주의 조치했다"라고 밝혔다.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이라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청와대가 지적한 발언은 명확해 보인다.

대통령은 "군사적 긴장 완화", 장관은 "참수작전"

먼저 송 장관은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를 향해 인신공격성 비난을 쏟아냈다.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송 장관은 문 교수가 자신의 '참수 부대' 용어 사용을 비판한 것에 대해 "워낙 자유분방해서 저 사람 상대해선 안 될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라며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만 안보특보나 정책특보는 아닌 것 같아서 개탄스럽다"라고 밝혔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정인 교수가) 북한 핵동결 대가로 한미훈련을 축소한다든지 참수작전 등 송 장관의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것에 왜 반응하지 않느냐"라고 묻자 내놓은 답변이다. 그러나 송 장관은 해당 사안에 대한 정책적 견해를 밝히는 것을 넘어 문 교수를 향해 "상대해서는 안 될 사람", "떠들고 다닌다", "안보특보 같지 않다"라며 감정 섞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렇다면 송 장관이 막말을 쏟아낼 정도로 문 교수의 비판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문 교수는 지난 15일 <오마이뉴스>가 진행한 '북핵, 문재인 정부의 길을 묻는다'라는 주제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대담을 하면서 "북한이 우리 대통령에 대해 참수 작전을 펼치겠다고 하면, 우리도 적대적인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국방장관께서 부적절한 표현을 쓴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어부터 정제된 것을 사용해야 군사적 긴장을 완화 시켜 줄 거라는 걸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지적은 문재인 정부의 일관된 기조와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해 왔다. 적십자회담, 이산가족상봉을 제안했고, 특히 남북 간의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한 대화 재개를 수차례 제안했다.

그러나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송 장관은 "(참수작전의) 개념을 정립 중인데 금년 12월 1일부로 부대를 창설해서 전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동수단, 훈련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부대창설 이후 전력화까지 약 1년이 소요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역시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이 "북한 지도부에 대한 참수 작전이 가능하냐"라고 묻자 내놓은 답변이다.

당시에도 여당에서 송 장관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방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설령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국방장관이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며 "부대 창설 시기까지 못박아 뒀는데, 남북관계가 어떻게 변할 줄 알고 그런 자신을 보이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참수부대 창설은) 청와대의 생각과도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술핵, 대북지원... 자유한국당에 끌려 다니는 송 장관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오마이TV 생중계 대담 - 북핵, 문재인 정부의 길을 묻다’에 출연하고 있다.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오마이TV 생중계 대담 - 북핵, 문재인 정부의 길을 묻다’에 출연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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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교수를 향한 막말이 청와대가 지적한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었다면, '조율되지 않은 발언'은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는 것에 관한 답변이었다. 송 장관은 북핵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와중에 대북 인도적 지원이 적절한지를 묻는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에 "통일부에서 지원하는 시기를 굉장히 늦추고 조절할 예정이라고 들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 임산부와 아동 등 취약계층에 800만 달러 규모의 현물을 지원한다는 방안은 오는 21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주재하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정부의 지원 방안과 시기가 결정되기도 전에, 주무부처 장관도 아닌 송 장관이 회의 결과를 예단해 국회에서 답변한 것은 격에 맞지도 않고 정부 정책에 혼선을 주는 일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즉각 반발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19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원 시기 등은 남북관계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서 "송 장관이 이에 대해 혼선을 준 측면이 있다. 정부의 입장이 바뀐 것인지 기자들에게 확인전화를 받는 자체가 혼선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송 장관이 정부 정책과 엇박자 행보를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처음 전술핵 문제를 거론한 뒤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전술핵 배치를 충분히 검토할 용의가 있다",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역시 자유한국당 의원들 질의에 답한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송 장관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즉각 지적했다.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는 문재인 정부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사안이다. 송 장관의 발언으로 전술핵 재배치 논란이 불거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에 대응해서 우리가 자체적으로 핵 개발을 해야 한다거나, 우리가 전술핵을 다시 반입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송 장관 문책 배경에 대해 "국민 앞에 국무위원인 장관이 국민을 대신하는 의원들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이었다"라며 "적절한 발언을 사려 깊게 판단해서 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에서 (엄중 주의 조치를) 내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일부에서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결론이 어떻게 날 것'이라고 이야기한 것은 정책 결정과정에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태그:#송영무, #문정인, #참수부대, #참수작전, #전술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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