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여배우뿐만 아니라 일하는 여자들, 워킹맘들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배우 전도연)
"한 아나운서가 그러더라고요. '아나운서는 오늘도'였어요.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감독·배우 문소리)

배우 문소리의 첫 연출작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14일 개봉)는 여배우 삶의 단편을 3막으로 구성해 보여준다.

"처음부터 3막의 결론을 갖고 찍은 거 아니고요. 1막을 찍고 나니 약간 발만 살짝 담근 것 같아서, '모르겠다 다 젖으면 어때?' 어떻게 되나 좀 더 확 들어가 보자 생각이 들었어요. 3막을 만들 때는 어디로 갈까 생각이 들었는데 좋은 데로 안 가고 무덤, 장례식으로 가게 되더라고요.(웃음)"(문소리)

<여배우는 오늘도>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봄까지 촬영한 것으로, 전문 배우와 비전문 배우가 출연했다. 비전문 배우 중에는 대학원 학우, 영화 제작자가 있다. 문소리 역은 본인이 연기했고, 장준환 감독이 남편 역으로 깜짝 출연했다. 어머니(성병숙)와 딸(윤초희) 역할은 배우가 맡았다.

"오해할 수 있잖아요? 진짜 문소리 엄마인가, 문소리 딸인가? 그래서 오히려 전문 배우를 써야겠다 했어요. 다큐가 아니라 영화라는 것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전문 배우를 기용했는데도 불구하고 영화에 나오는 딸을 진짜 딸인 줄 알고 '연두, 많이컸구나' 오해도 하죠. 그렇게 오해를 하는 게 실제 남편이 출연해서인 것 같아요."(문소리)

9월 15일,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관객과의 대화가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렸다. 문소리를 응원하기 위해 배우 전도연이 함께했다.

 전도연 "사실은 소리씨를 자세히 잘 몰라요.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교류를 하거나 서로의 생각을 듣거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은 없었어요. 이 영화를 통해서 많이 알게 되고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전도연 "사실은 소리씨를 자세히 잘 몰라요.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교류를 하거나 서로의 생각을 듣거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은 없었어요. 이 영화를 통해서 많이 알게 되고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 김광섭


문소리의 실제 모습은?

전도연은 영화를 본 뒤, 어느 부분이 문소리의 진짜 모습이고 영화적 연출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완전히 똑같은 일은 없지만 유사한 감정을 가지게 하는 일들은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하나의 신, 하나의 사건으로 만들 때는 달라지더라고요. 그렇게 각색이 된 것 같아요."(문소리)

여배우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오해를 받고 신비감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주변 우려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영화잖아요?' 영화가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 그게 더 중요하죠. 실제 문소리와 얼마나 똑같나 따질까?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실제로 제 생활에서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은 많이 썼어요. 병원 신은 실제 시어머니가 입원해 계신 병실 위층에서 촬영하기도 했어요. 뒤죽박죽 섞여 있어요."(문소리)

 문소리 "적은 예산의 작은 영화예요. 큰 투자 받은 영화가 아니라서 극장 잡기도 굉장히 어려운데, 이 시각에 큰 객석을 보니 감개무량합니다. 다 도연 선배님의 힘이 아닌가 싶어요."

문소리 "적은 예산의 작은 영화예요. 큰 투자 받은 영화가 아니라서 극장 잡기도 굉장히 어려운데, 이 시각에 큰 객석을 보니 감개무량합니다. 다 도연 선배님의 힘이 아닌가 싶어요." ⓒ 김광섭


꼭 해보고 싶은 장르, 캐릭터는?

영화 속 문소리는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고, 어머니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홍보 모델이 되고, 딸과는 티격태격한다. 더욱이 정육점 주인 역을 제안받는 등 한정적 배역만 주어지는 것에 기운이 빠진 문소리에게 친구는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로 핀잔을 준다. "너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찍어!"

"문소리씨도 저도 영화는 많이 찍기는 했는데 장르적으로 다양하다는 생각은 사실 하지 않아요. 캐릭터들이 강렬해서 다 다른 영화를 찍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장르적으로 다양하지 않았거든요. 지금껏 했던 것이든, 다른 것이든 무엇이든 하고 싶어요."(전도연)

전도연은 꼭 집어서 어떤 캐릭터를 맡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으나 영화 <매드맥스>에서 샤를리즈 테론이 열연한 여전사 임페라토르 퓨리오사 역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했다.

"샤를리즈 테론이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여자도 멋있을 수 있구나 생각을 했거든요. 그 영화를 보면서 순간, 내가 해보고 싶다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전도연)

"한국의 많은 여배우들이 그런 자극을 받았을 것 같아요. 저 또한 인상적이었어요. 혹자는 한국에서 그런 영화를 기획하면 얼굴에 검댕이 묻히고 할 여배우가 몇이나 되겠어? 하지만 저는 여럿 있을 걸로 생각해요."(문소리)

문소리는 스릴러 시나리오는 많이 받았지만 정작 출연한 작품은 없다고 했다.

"완성도가 있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정말 여러분들을 무섭고 조마조마하게 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문소리)

 전도연 "소리씨도 저도 일한 지 오래되었잖아요? 영화에서 나오다시피 작품적으로도 약간 갈증도 있었어요. '네가 영화 만들어 봐' 저도 되게 많이 들었어요. 저는 용기도 안 나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었는데, 예고편을 본 순간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었고 자신과 여배우와 그 이면에 대해서 솔직하게 영화를 찍은 것에 대해서 응원해주고 싶더라고요."

전도연 "소리씨도 저도 일한 지 오래되었잖아요? 영화에서 나오다시피 작품적으로도 약간 갈증도 있었어요. '네가 영화 만들어 봐' 저도 되게 많이 들었어요. 저는 용기도 안 나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었는데, 예고편을 본 순간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었고 자신과 여배우와 그 이면에 대해서 솔직하게 영화를 찍은 것에 대해서 응원해주고 싶더라고요." ⓒ 김광섭


전도연이 꼽은 명장면은?

전도연이 꼽은 명장면은 3막에서 문소리, 연극배우 박정락(윤상화), 배우 지망생 이성영(전여빈) 셋이 조문을 마치고 공동묘지를 지나치면서 나누는 대화다.

"박정락씨가 '연극 때려치우고 감독이나 해볼까?' 할 때 문소리씨가 '무슨 감독을 해? 제일 잘하는 연기나 해' 하는데 와 닿았어요. '문소리도 영화를 찍는데 내가 못 찍을 것 같아?' 이런 생각들은 많이 하잖아요?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게 뭐지?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뭐지?' 하면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전도연)

"마지막 대사할 때 무덤이 많잖아요? 한 영화 관계자는 '문소리, 무섭더라', '왜요?', '영화 못 만들면 감독들 다 묻어버리겠다는 거 아니니?' 과하고 엉뚱한 해석을 하시는 분도 계셨어요.(웃음)"(문소리)

영화 3막의 배경은 한 영화감독(나경찬)의 황량한 빈소다. 그곳에서 문소리는 동료 배우로부터 고인이 너를 얼마나 잘 챙겨주었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문소리는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실력이지 배우를 잘 챙겨 주는 것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그리고 우연히 고인이 촬영한 가족 영상을 보는 고인의 어린 아들(서효승)과 마주한다. 1막과 2막에서 캐스팅과 대출에 지쳐 가족과의 화합에 서투른 문소리를 그렸다면 3막 끝에서는 어린 상주와 함께 가족 영상을 보면서 상념에 젖은 문소리를 보여준다.

"3막을 봤을 때, 사실 1막, 2막이 재밌고 통쾌해서 3막이 1, 2막을 감싸 안는 결말이 날지 몰랐어요. 보면서 약간 서글퍼지기도 하면서 '지금, 내가 무엇을 하려는 거지?, '무엇을 위해 살고 있지?' 그런 생각이 조금 들었어요."(전도연)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포스터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포스터 ⓒ (주)메타플레이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10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여배우는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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