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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가 총상금 1억 원 규모로 치러진 공모전(DCIC) 시상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모바일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가 총상금 1억 원 규모로 치러진 공모전(DCIC) 시상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 DCIC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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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가 총상금 1억 원 규모로 치러진 공모전(DCIC) 시상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DCIC 공모전은 장려상 이상의 수상작은 실제 게임에 반영되고, 본인 희망에 따라 개발사인 '시프트업' 입사 기회도 주어지는 큰 행사다. 때문에 응모작이 2000편에 이르렀을 정도로 일러스트레이터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받았다.

이 행사가 입길에 오른 건 지난 12일부터다. DCIC 공모전을 주최한 넥스트 플로어와 시프트업은 한국인과 필리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인 '코피노'를 소재로 한 일러스트, '피노 데 미트파이'를 특별상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특별상을 수상한 응모자, Kidsto***는 "자신과 엄마를 버린 아빠를 찾아 죽이기 위해 밀입국을 계획했지만 밀항선에서 장기를 적출당한 뒤 악마와 계약했다"며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설명했다.

하지만 특별상 선정과 심사평이 발표되자마자 게임 유저들과 누리꾼들로부터 비판이 쇄도했다. 특별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한 유저는 "#데차 #코피노 #인신매매 #장기밀매 #특별상수상실화냐_우웩"이라는 글로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 사태의 원인이 심사위원장이자 개발사 대표인 김형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시프트업은 '피노 데 미트파이'의 특별상 수상을 취소한다고 15일 발표했다. 시프트업은 "소재 자체 외에도, 숨겨진 메타포나 설정이 유저 여러분 모두가 감상하기에는 부적절함이 있다고 판단되어 특별상 수상을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소 결정을 전하면서 수상작이 "작화적으로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인 DCIC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덧붙여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테스티니 차일드와 반복되는 논란

'데스티니 차일드'는 스토리 중심의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Role Playing Game)으로, 마왕 후보생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좌충우돌 모험 스토리 세계관을 담고 있다. 게임 내 모든 콘텐츠에 움직이는 일러스트 라이브 2D 기술을 적용하고, 스토리에 따라 캐릭터가 성장하며 확연히 변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역할수행 게임의 성장 요소를 부각시켜 게임 출시 이후 모바일 게임 1위를 했을 정도로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데스티니 차일드는 종종 논란에 휩싸였다. 이 게임은 청소년 이용가 버전과 18세 이용가, 두 개의 버전이 있는데 완전한 성인용 작품을 만들기 위한 편법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 이에 대해 김형태 대표는 "표현의 외적 제약이 있으면 창의력을 스스로 규제하게 된다. 그게 가장 문제다"라며 질적 향상을 위한 선택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표의 이런 의도는 게임 유저들에게도 전해졌을까. 여성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한 코피노 특별상 논란에서 알 수 있듯, 역할수행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들도 더 이상 '오락'을 위한 '혐오'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개발자들은 창작과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고 누군가의 인권을 해한다면 상업적으로도 성공하기 힘든 시대라는 걸 알아야 한다. 데스티니 차일드는 모으기와 성장을 특징으로 하는 게임이다. 그 지속 가능성은 결국 게임 유저들에게 달려있다.

김형태 대표는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래 서비스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데스티니 차일드가 칭찬보다는 욕이 더 많을 거라고 예상했다"면서도 그가 "게임에 대해 욕하더라도, 남아 있는 유저가 많은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 데스트니 차일드는 그런 게임이 되어가고 있는지, 재차 질문해야 할 때 아닐까.

논란이 된 일러스트 '피노 델 미트파이'. 공모전 응모자는 이 캐릭터에 "자신과 엄마를 버린 아빠를 찾아 죽이기 위해 밀입국을 계획했지만 밀항선에서 장기를 적출당한 뒤 악마와 계약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논란이 된 일러스트 '피노 델 미트파이'. 공모전 응모자는 이 캐릭터에 "자신과 엄마를 버린 아빠를 찾아 죽이기 위해 밀입국을 계획했지만 밀항선에서 장기를 적출당한 뒤 악마와 계약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 웹사이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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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소비자는 이런 게임을 원하지 않는다

이번 논란을 두고 한 현직 일러스트레이터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형태 대표는 게임을 두 개 버전으로 내놓으며, 단순히 선정적으로 바꾸기 위한 목적보다는 두 버전이 서로 다른 매력을 발산하도록 주력하겠다고 했던 사람이다. 한국 게임 일러스트를 이끌어 왔던 입장에서 창의력을 스스로 규제하기보다 논란을 택했을 것이다"라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논란이 유저들에게서 먼저 제기됐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게임업계가 '더 이상 성을 상품화하지 말라'는 소비자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별상을 주라고 심사한 심사위원들에게 묻고 싶다. 코피노라고 부르는 그 캐릭터가 자신을 버린 아빠를 만나고자 하는 열망에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기까지, 원망과 그리움이 얼마나 사무쳤으면 모든 것을 걸고 밀항선에 탔을까 하는 심정을 조금이라도 살펴봤는지. 대한민국이 모른 척하고 눈감고 있는 이산가족, 피해자인 아이를 성 도구로 삼아 선정적으로 그려야만 작품의 질이 높아지는지.

그들의 인권감수성은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별상 선정 취소 발표에서 밝힌 것처럼 '모두가 감상하기에 부적절하다'면, 심사위원들은 코피노를 마치 성적으로 방종한 사람인 것처럼 그린 차별적인 묘사가 적절하다고 보는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개발자도 함께 사는 세상의 구성원이다. 도덕적 논란이나 비판이 일어난다면,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럼으로 게임 개발사, 일러스트레이터와 작가는 게임을 누가 소비하는지에 대해 먼저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피해자의 인권을 함부로 짓밟지 마시라.


태그:#데스티니 차일드, #시프트업, #메갈, #코피노,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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