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벽한 거짓말>

ⓒ ㈜디씨드


거짓말이 사람의 평판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던 한 연예인의 거짓말은 세상에 지금까지 회자하고 있고, '최순실씨는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거짓말했던 대통령은 그대로 탄핵당하여 구속되었다. 그런 거짓말이 사람을 바꾸는 과정을 다룬 영화가 극장에 걸렸다. 극장에 오래간만에 걸린 프랑스 영화, <완벽한 거짓말>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들어 '허언증'이 사회 콘텐츠가 될 정도로 거짓을 말하는 사람, 그리고 그 태도는 사람들에게서 많은 관심을 낳고 있다. 거짓말이라는 개념에 큰 염증을 가진 시민들이 많다는 증거이다. 이 영화는 하나의 큰 거짓을 무마하기 위해 더 큰 거짓을 기획하고, 그 거짓이 드러날까 두려워 사람까지 죽인다. '허언증'의 끝판왕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얀 고즐런 감독이 만들고, 한국에도 팬이 적지 않은 피에르 니네이가 주연한 이 영화는 거짓말이 불러일으키는 나비효과를 스릴있게 표현해낸다. 위기상황을 조악한 방법으로 돌파하는 모습 때문에 잠깐 괴리감이나 이질감이 들 수도 있지만 돌파하는 장면 역시 숨이 막힌다. 자신의 명성을 잃지 않기 위해 벌이는 허언증이 결국 범죄로, 파멸로 이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훔친 일기장이 베스트셀러로, 그 결과는 잃어버린 이름

 영화 <완벽한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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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의 짐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망자의 전쟁 일기를 베껴 소설로 출간한 마티유는 깔끔한 문체와 생생한 현장감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잡지, TV 등에 출연하는데, 그 순간부터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잘 알지 않는 작가의 말을 '좋아했다'며 거짓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3년 뒤 그 거짓을 아는 사람이 접근해 돈을 요구한다. 그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예비 장인의 골동품에 손을 대는가 하면, 손을 댄 것을 아는 약혼자의 절친을 죽여 바다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것을 무마하기 위해 협박범을 죽여 자신의 시체로 위장하고, 그는 결국 '마티유'라는 자신의 이름을 잃은 채 자신의 '유고소설 낭독회'를 감상해야만 하는 처지에 빠진다.

영화가 더욱 섬뜩한 것은 그의 명성과 영화의 분위기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가 아무런 이름을 얻지 못했을 때의 영화의 장면은 어둡고 침울하다. 그가 명성을 얻은 시점부터(심지어 사람을 죽여도) 밝고 환희적인 분위기를 유지한다. 거짓을 숨기기 위해 그가 자신의 이름을 죽이고 자신의 유고작을 바라봐야 하는 처지가 되었을 때부터 다시 영화가 어둡고 음침해진다.

3500여 명 봤지만, 정치인들 모두가 관람해야 하는 이유

사실 영화 개봉 이전부터 특이한 플루트로 관심을 받은 영화이기도 했다. 거짓말을 매일 하지 않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작은 거짓을 말하거나, 허풍을 말하는 것이 일상인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거짓말이 어떻게 스릴러 장르로 해석되는지에 대한 관심도 있었다. 하지만 그 관심이 잘 이어지지 않았는지, 전국 관객이 9월 18일 기준 3477명에 불과하다. 상영관도 두 개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무조건 추천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 바로 거짓말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인 정치인 말이다. 이미 정치인이 했던 거짓말로 인해 작년 이맘때 거리에서 한마음으로 한목소리를 외쳤기 때문에, 정치인은 거짓말로 인하여 다른 사람을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치인들이 가장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부분은 역시 마티유의 '진짜 첫 소설이자' '유고소설'을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어둠 속으로 파고든 마티유가 보는 모습이다. 아무리 정치인이 좋은 업적이 있다 한들 거짓말, 위증으로 큰 논란이 불러일으킨 사람을 부르는 경우는 없다. 위증으로 어둠 속에 다시 파고든 정치인들 역시 많기에, 이 장면을 특히 주의하여 보아야 하지 않을까.

선심성 공약을 내어놓고 지키지 않는 작은 모습에서부터 청문회, 사고 대응과 같은 자리에서의 거짓과 같은 중대한 모습까지, 특히 정치인의 거짓말이 우리 사회에 가져오는 염증은 매우 크다. 요즈음에도 많은 의원실에서 영화 상영회를 주최하는데, 이런 영화를 보고 많은 정치인이 느끼는 바가 있도록, 국회의 가장 큰 회의실에서 상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 <완벽한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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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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