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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마당에서 '2017 대한민국 청년일자리박람회'가 열렸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마당에서 '2017 대한민국 청년일자리박람회'가 열렸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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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배기 먹은 기분이다."('여의도옆대나무숲' 페이스북)

14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일자리박람회'에 대한 익명의 글이다. 이날 국회 잔디마당에 빼곡히 들어찬 200여 행사 부스가 그리 탐탁지 않은 이들이 있다. 내년 1월 해고를 앞둔 국회 인턴들이다.

"연말이 되면 국회 사무처 방침에 의해 회관에 있는 수많은 청년 인턴들이 길바닥에 내쫓길 위기인데도, 별다른 대안도 없이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국회 사무처가 청년일자리박람회라니..."('여의도옆대나무숲' 페이스북)

국회는 이날 고용노동부와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안 잔디마당에서 '2017 대한민국 청년일자리박람회'를 개최했다. 국회 사무처 측은 "217개 기업이 참여하고 청년 인재 2천여 명을 구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막식에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박주선 국회부의장,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우원식(더불어민주당)·정우택(자유한국당)·김동철(국민의당)·주호영(바른정당)·노회찬(정의당) 원내대표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인턴 문제를 해결하면 적어도 회관 내 인턴 100여 명은 일자리가 보장된다. 이런 돈 들여 청년일자리박람회를 여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일자리 성과 아닌가."('여의도옆대나무숲' 페이스북)

국회 사무처는 지난 1월 국회 인턴 근무를 2년으로 제한한다는 '2017년도 국회 인턴제 시행안내'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민보협)'에 따르면 오는 2018년 1월 1일 사무처 지침이 적용됨과 동시에 일자리를 잃게 될 국회 인턴은 100여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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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잘 깎았으면 호응도 더 좋았을 것... 해고 인턴 논의 진척 없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마당에서 열린 '청년일자리박람회'에 방문한 청년들이 채용게시판을 보고 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마당에서 열린 '청년일자리박람회'에 방문한 청년들이 채용게시판을 보고 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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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턴들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이날 행사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국회가 여전히 내부 문제엔 무관심하다며 아쉬워했다.

국회 인턴 A씨는 "국회가 나름 청년 일자리 문제에 적극적인 자세로 행사를 기획한 것 같고 사무처 기획 의도도 나름 좋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작 중이 제 머릴 못 깎고 있는 것 아닌가. 국회가 내부에서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며 일해온 청년 인턴들 문제를 외면하지만 않았다면 내부에서도 더 좋은 호응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A씨는 이어 "중이 제 머릴 좀 더 잘 깎았으면 좋겠다"라며 "국회에서 꿈을 품고 몇 년 동안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일하면서도 미래조차 그릴 수 없었는데 사무처는 법 취지에도 맞지 않게 (무기계약직 전환 전)2년 안에 인턴들을 내쫓으려고만 한다"고 아쉬워했다.

국회 인턴 B씨도 "인턴들끼리 농담으로 '이제 여기서 우리가 일을 못하니 일자리박람회라도 열어주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라며 "오늘 행사의 좋은 취지와는 별개로 정작 바로 앞에 놓인 내부 문제들에 대해선 소홀한 게 답답하고 서운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일자리박람회를 참관했다는 국회 인턴 C씨는 "(사무처 지침 적용이)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뚜렷한 해결 논의가 없다"며 걱정하기도 했다. C씨는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잘 알아보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나. 서운하지만 어쩌겠나..."라고 말했다.

C씨는 그러면서도 "사무처 문제와 별개로 오늘 같은 더위에 일자리 알아보겠다고 정장입고 땀 삐질삐질 흘리는 다른 또래 청년들 모습을 보니 이런 행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행사 자체가 싫어 보였던 건 절대 아니다"고 연신 덧붙이기도 했다.

정세균 의장과 우윤근 사무총장 등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청년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외쳤다. 청년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국회가 내부에 있는 청년들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마당에서 열린 '청년일자리박람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박주선 국회부의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커팅식을 하고 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마당에서 열린 '청년일자리박람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박주선 국회부의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커팅식을 하고 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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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회, #청년, #국회 인턴, #청년, #정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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