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주선 "경기 용인 갑 출신의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 나오셔서 질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시작은 좋았다. 14일 다섯 번째 대정부질문에 나선 이우현 의원이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한 첫 마디는 "고생하십니다"였다. "언론도 많이 알고, 정치도 알고, 지방자치도 많이 알고, 국민이 총리께 기대가 굉장히 컸다"는 말도 이어졌다. 하지만 부드러운 분위기는 거기까지였다.

- 그런데, 바른 말은 못하시는 거 같아요? 청와대에 왜 바른 말 못 하세요? 국민의 소리를 듣고 종합적으로 총괄하시는 게 국무총리 아닌가요? 그런데, 바른 말은 못 하시는 거 같아요. 왜 그렇게 청와대 눈치를 보세요?
"예, 제가 보기에는 어, 제 생각하고 같은 것이 많습니다. (그러십니까?) 그런데, 거기다 대고 '맞다' 이렇게만 계속 하면 그것도 우스울 거 아닙니까?" (장내 일부 웃음)

"가짜로다가 촛불했으니까, 국민에게 사과하라"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이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이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한 누리꾼 표현대로 어찌 보면 '우문'에 '현답'. 하지만 그 다음 질문은 더 이상했다. 이 의원은 "지금의 정부 여당이 가짜 광우병을 갖고 촛불잔치를 했고, 한미 FTA 때 매국노라고 했고 또 지금의 여당이 당시 나라를 팔아먹는 사람들이라고 했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 지금 정부·여당 총리로서 우리 국민과 야당에게 사과를 해야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상대에게도 충정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봤으면 좋겠다"는 이 총리의 답변은 "아니, 그러니까"에 끊겼다. 곧바로 이 의원은 "지금의 여당이 촛불 갖고 정권 잡았잖냐"면서 "그러니까 국민에게 사과해야 되지 않나. 가짜로다가 촛불을 했으니까. 저는 그 얘기를 국민에게 사과하라는 것"이라고 이 총리를 압박했다.

다음으로 이 의원이 문제삼은 것은 앞서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에서 나온 내부 보고서였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이 보고서를 '민주당의 언론 장악 문건'으로 규정하고 검찰 수사 의뢰,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등 행동으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 "잘 됐다고 생각하냐, 잘못됐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 총리는 이에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곧바로 "아주 잘못된 것 아니냐"며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 받아야죠?"란 질문이 나왔다. 담담하게 답변하던 이 총리 입에서 "그, 무슨..."이란 말이 나왔다. 이 의원은 "아마 박근혜가 이런 거 했으면 지금 여당이 당장 탄핵해야 한다고 했을 것"이라며 거듭 총리 의견을 재촉했다. "전문위원실 실무자, 탄핵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답에 이 의원의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시끌시끌해진 국회... 성소수자가 아닌 "성소유자"(?)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이 2016년 12월  17일 오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부근 안국역앞에서 박사모 등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최한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해 거수경례로 인사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이 2016년 12월 17일 오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부근 안국역앞에서 박사모 등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최한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해 거수경례로 인사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말씀도, 그렇게 하시면 안 되죠. 잘못됐으면 잘못됐다고 하고요. (장내 시끄러워짐)
"아니..."

- (손가락질하며) 방통위원장도, 이런 데 잘못됐으면 잘못됐다고, 공정한 방송하세요.
"제가 말씀드린..."

- 예? 국민들이 바라는 건 공정한 방송을 원하는 거죠. (시끌시끌)
"네, 그 짓이 잘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의원의 질의도 점점 절정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다. 그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부결에 대해 "잘 됐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졌고 이어 나온 총리의 답은 "국회의 뜻을 존중할 따름"이란 것이었다. 허나 다음과 같은 '고성 발언'이 이어졌다. '브레이크'가 풀린 듯 했다. 무슨 말인지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도 있었고, 성소수자를 "성소유자"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 분이 뭐, 통합진보당, 이석기당 해산 심판에 유일하게 반대했던 사람이고, 또 군동성애를 처벌하는 것을, 저기 해가지고, 옹호하는, 군대에서, 동성연애하는 걸 옹호하는 발언을 했어요. 그런 사람이 무슨 헌법소장을 한다고 나왔습니까. 예? 우리 학부모들이 난리가 났어요. 네? 그런데 김명수 대법원장 성향 어떻습니까? 똑같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 동성애, '성소유자(?)' 인권 중요, 예? 그 다음에 낙태에 대해서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 아니 (민주당 항의) 이런 옹호 발언하는 사람이 대법원장 자격 있습니까?"

예견됐던 일? 그의 과거 몇 가지

자유한국당 서청원(마스크), 최경환, 이우현 의원이 지난 3월 12일 오후 헌법재판소의 파면(탄핵인용) 선고 이틀만에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마중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서청원(마스크), 최경환, 이우현 의원이 지난 3월 12일 오후 헌법재판소의 파면(탄핵인용) 선고 이틀만에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마중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와 같은 광경을 목격한 소감으로 인해 당장 SNS도 시끌시끌했다. "큰소리만 치면 다냐", "세비를 줘야 하나", "대정부질문이 아무 말 대잔치도 아니고" 등등 반응, 어떤 이는 여덟 글자로 정리했다. "질문, 수준, 태도, 최악". 어쩌면 이와 같은 일은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의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뜨겁던 작년 9월 당시 새누리당 의원 총회에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이게 뭐가 잘못이냐"며 "그렇게 따지면 아태재단(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을 비롯해 김대중 정부 당시 '김대중' 이름 들어간 것에 대해 모두 청문회를 통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12월에는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서울시나, 경찰, 법원이 더 이상 촛불집회를 허가해선 안 된다"며 "지금부터 사고나는 건 야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에는 "9명의 시신을 인양하기 위해 1천억원이 넘는 많은 돈을 갖고 세월호를 인양하고 있다"고 발언하며 '바다 이야기'를 꺼내들기도 했다. "바다이야기를 만들어 대한민국을 온통 도박장으로 만들었다"며 "그 때 대한민국 국민이 빚더미에 올라섰고 많은 사람이 자살했다. 자살해서 죽은 사람들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등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한 가지 '반전'은 이 의원이 '지금의 여당'과 한솥밥을 먹었었다는 점이다. 그는 2006년 열린우리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고 그 해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후 2007년 한나라당 입당 선언을 했다.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에서 탈락한 후에는 '친박연대'에 잠시 몸을 의탁했고, 2012년 선거에서 우제창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를 꺾고 '금배지'를 단 인물이다. 현재 친박계로 분류되는 2선 의원으로 그의 지역구는 앞서 박주선 국회부의장이 소개한 바 있다.


태그:#이우현, #이낙연, #박주선, #대정부질문, #세월호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