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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이영수 한국광복군동지회장등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한국광복군 창군 제77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이영수 한국광복군동지회장등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한국광복군 창군 제77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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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일각에서 현행 10월 1일 국군의날을 광복군 창군 기념일(9월 17일)로 바꾸자는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광복군 창군 77주년 기념식이 14일 오전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렸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당 의원 31명과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의 동의를 받아 국군의 날을 변경하는 결의안을 8일 대표 발의했다. 기념식 참석자들은 "오랜 숙원을 풀 기회가 왔다"며 정부 여당에 기대감을 표시했지만, 정부 대표로 참석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이 문제에 말을 아꼈다.

행사를 주관한 사단법인 한국광복군동지회의 이영수 회장은 기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영수 한국광복군동지회장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한국광복군 창군 제77주년 기념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이영수 한국광복군동지회장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한국광복군 창군 제77주년 기념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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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광복군이 우리 민족의 군대로서 의병과 독립군의 전통을 이어 성립된 맥으로 보나 또는 우리나라 헌법 정신에 입각한 정부 법통 계승 차원에서 보더라도 대한민국 국군의 원류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들이 오늘날 경축하는 국군의날도 정통성 계승 차원에서 광복군 창군인인 9월 17일로 개정하여야 할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박유철 광복회장도 축사(나중화 부회장 대독)에서 "국군의날 변경 의견은 오래전부터 학계나 우리 독립운동 단체에서 줄기차게 제기해오던 숙원이었으며 이제 여러 방면에서 공론화되니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며 "광복회원이 단합하여 한 목소리로 힘을 실어야겠다"고 말했다.

특히 박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국군의날 날짜를 9월 17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언론보도를 기정사실화하고 "상식이 통하고 역사정의가 살아나는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광복군 역사를 국군 역사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검토해 달라고 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날 축사는 국군의날 변경에 대한 독립운동 단체의 열망을 담은 것으로 비쳐졌다.

예상된 보훈처장의 '침묵'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한국광복군 창군 제77주년 기념행사에서 이영수 한국광복군동지회장을 부축하고 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한국광복군 창군 제77주년 기념행사에서 이영수 한국광복군동지회장을 부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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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념식에 정부 대표로 온 피우진 보훈처장은 이 문제에 말을 아꼈다. 그는 축사에 "임시정부가 일본에 대해 강력한 선전포고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광복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광복군은 민족의 군대로서 국군의 정신적 토대가 됐다"는 정도의 의미부여만 했다.

보훈처장의 '침묵'은 어느 정도 예상된 측면이 있다. 보훈처는 광복군동지회와 광복회 등 보훈단체와 학계에서 제기되는 의견을 수렴해 전달하는 창구가 되지만 창군 기념일 변경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국방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지금까지 한 번도 국군의날 변경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국회에서 국군의날을 바꾸자는 결의안이 발의된 것도 2000년 이후 지금까지 4번이나 된다(2000년, 2003년, 2006년). 모두가 김대중·노무현 집권기 여당 의원들이 대표 발의했지만, 국방부와 야당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결의안 통과가 무산되곤 했다.

제1야당에서는 '결의안 발의' 뉴스가 나오자마자 "국군의날 변경 시도는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사실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논평(전경희 대변인)이 나왔다. 국군의날에 '1950년 한국전쟁에서 반격에 성공한 국군이 38선을 돌파해 실지를 회복한 날'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는 만큼 변경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더 나아가 '국회 합의'라는 전제 조건까지 내걸었다. 이 총리는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관련 질문에 "국회에서 합의된다는 것이 국민적 동의의 전제다. 국회의원들이 제안하고 국회에서 결정할 일을 정부에 몸담은 사람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고 답했다.

국군의날이 1990년 이후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국회 법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대통령령만으로도 고칠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자칫 소모적인 논쟁만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참여정부 청와대의 관계자는 "그때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날짜를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국군의날 행사가 둘로 쪼개져서 열리는 불상사를 감수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국군의날, #광복군, #피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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