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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 가출한 배우자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심사에서 탈락한 이아무개씨. 그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18년 전 가출한 배우자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심사에서 탈락한 이아무개씨. 그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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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님, 18년 전 가출한 배우자와 이혼신고가 안 돼 있어 기초생활수급심사에서 탈락했습니다. 서로 연락처도 모르고 18년을 따로 살았는데, 자동 이혼은 안 되는 것인가요? 기초생활수급에서조차 탈락하면 저는 이제 아무런 기댈 곳도, 희망도 없습니다…."

65세의 독거노인인 의뢰인 이아무개씨는 주민센터 담당자와 함께 법률홈닥터를 찾아왔다. 18년 전, 가정폭력을 일삼고 생활비조차 제때 준 적 없었던 남편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의뢰인은 자녀도 없어 혈혈단신으로 지난 세월을 살아왔다.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없다 보니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매일 밤 술을 마셨고, 술 없이는 잠들 수 없을 정도로 알콜 중독이 됐다. 의뢰인은 실제로 발음이 떨리고, 글씨를 제대로 쓰지 못해 간단한 법률상담 신청서조차 직접 작성하기 어려웠다.

의뢰인은 보증금 없는 월세 13만 원짜리 쪽방에서 살면서 식당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왔다. 마침 주변에서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해보라고 알려줘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수일 후 주민센터에서 "남편과 이혼이 돼 있지 않아 법적으로 기초생활수급신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주민센터 담당자도 딱한 의뢰인의 처지를 알고는 의뢰인과 함께 찾아와 법률상담 신청을 하게 됐다.

현행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상 수급 기준은 '가구 단위'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은 기초생활급여의 신청 및 심사를 '가구단위'를 기준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4조 제3항). 이는 '사적부양 우선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가구 내의 부양이 자력으로 불가한 경우에만 국가가 나서 공적 부양을 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법률상 배우자의 경우 부양의무자이므로 실제 동거하지 않더라도 당연히 하나의 가구로 보게 된다. 다만 주민등록등본상 하나의 가구원으로 등재돼 있더라도 사실상 가출해 실종되거나 행방불명 된 배우자의 경우까지 가구원으로 봐야 하는가가 문제 될 수 있다.

이 경우 담당 주민센터나 구청은 예외적으로 판단해 가구원에서 제외하고 급여를 결정할 수도 있겠으나, 최근에는 기초생활수급을 받기 위해 '위장 이혼'을 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되고 있어 가구원 제외는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결국 이 사안의 경우 의뢰인은 이혼이 돼 있지 않으나, 사실상은 배우자의 부양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으므로 그 가족관계를 법적으로 단절시키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돼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시(公示)송달' 이혼 판결이란

이 사안의 의뢰인은 실제로 남편과 18년 이상 따로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주민센터에서도 위장이혼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담당자도 발 벗고 나서 의뢰인의 상황을 도와주고자 하였기에 법률홈닥터는 배우자가 가출하여 행방불명이 된 경우의 이혼 절차에 대해 안내하였다.

우선 이혼의 방식은 크게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의 방식이 있다. 그런데 배우자가 오래 전 가출하면서도 주민등록등본상 주소지를 이전 하지 않은 경우라면 당사자끼리 직접 협의해 확인기일에 출석해야 하는 협의이혼은 불가능할 것이다. 결국 이 경우는 재판상 이혼을 통해 혼인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그러나 재판상 이혼의 경우에도, 의뢰인으로서는 현재 실제로 남편이 거주하는 주소 또는 거소를 알 수가 없다. 따라서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이혼 소장을 송달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법원은 '절차의 계속'과 '당사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공시송달'을 명하게 되는데, 법원 게시판의 게시 후 통상 2주가 지나면 송달된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의뢰인의 이혼 소장은 공시송달을 통해 남편에게 유효하게 송달된 것으로 간주되고, 남편은 피고로서의 '답변서 제출 의무'를 면하게 된다(민사소송법 제256조 제1항 단서). 이 경우 법원은 동법 제257조에 따라 청구의 원인이 된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고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법원으로서는 이렇게 공시송달로 진행된 사안의 경우 피고의 답변이나 주장을 살필 기회가 없으므로 ① 원고가 법률상 성립할 수 없는 주장을 하는지 ② 원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있는지에 대해 비교적 엄격하게 심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출한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판결을 받기 위해서는 민법 제840조의 이혼 사유 중 '악의의 유기(2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6호)' 등을 입증하는 내용 및 증거를 자세히 정리하고, 공시송달 관련 '피고의 초본(현재 날짜 기준)' 및 '불거주 확인서(친족이나 통장 등 원고와 피고의 거주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주변 사람이 작성)'등의 서류를 모두 첨부해야 한다. 이러한 공시송달에 의한 이혼 소송은 통상의 이혼 소송에 비해 비교적 단기에 종결된다.

이혼 소송 중, '긴급생계소득신청'도 함께 알아두자

법률홈닥터가 복지관에서 법률상담을 하는 모습(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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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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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혼 소송 중이거나 기초생활수급신청 심사 중이라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기 전' 당장의 복지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는 주민센터와의 합의 하에 일회적 차원에서 미리 수급비를 지급 받는 '긴급생계소득신청'을 할 수 있고, 심사 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각종 사회복지기관과 연계해 민간기관의 긴급생계비 지원도 가능할 수 있다. 그밖에 긴급복지지원과 같은 구체적인 수급관련 복지 상담은 동 주민센터나 구청, 보건복지콜센터 129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이 사례와 같이 기초생활수급 등의 복지제도 수급을 이유로 뒤늦게 이혼상담을 문의해오는 의뢰인들은 '막상 이혼을 하려니 겁이 나서' 또는 '배우자가 집을 나갔으니 당연히 이혼이 되는 것인 줄 알고' 이혼 문제를 마음의 짐으로 쌓아둔 채 미뤄둔 경우가 많았다.

배우자의 유기·방임으로 오랜 시간 가족관계가 단절됐던 취약계층이 있다면 '빈틈없는 인권구조' 제도인 법률홈닥터를 통해 무료로 1차적 법률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

* 법무부 인권구조과 법률홈닥터는 찾아가는 법률주치의입니다. 장애인, 수급자, 차상위, 범죄피해자, 독거노인,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을 위한 무료 법률상담 및 나홀로 소송 조력, 법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국 60개의 지방자치단체 및 사회복지협의회에 변호사가 상주하고 있습니다.

[법률홈닥터 홈페이지] http://lawhomedoctor.moj.go.kr/
[법무부 인권구조과] 02–2110-3868,3853,3743


태그:#법률홈닥터, #법무부 인권구조과, #기초생활수급 탈락, #공시송달 이혼 , #무료 법률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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