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일점호화 소비'. 늘 거리낌 없이 쇼핑하는 건 아니지만, 특정한 물건을 사는 데 있어선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 패턴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일본에서 넘어온 개념인데, 썩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밥을 굶는 한이 있어도 반려묘 사료만큼은 비싼 걸 사는 집사, 1000원짜리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지만 텀블러만큼은 '고급진' 걸 고르는 친구 등...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유별난' 소비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너덜너덜해졌지만 제이가 꾸준히 좋아하고 사용하는 고양이 스크래처.
 너덜너덜해졌지만 제이가 꾸준히 좋아하고 사용하는 고양이 스크래처.
ⓒ 박은지

관련사진보기


고양이가 자꾸 소파를 긁는다. 이미 패브릭 소파 가장자리는 너덜너덜해진 상태라, 이제부터 말려봐야 별 소용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새 스크래처를 사주면 좀 덜 긁지 않을까 싶다. 반려동물 쇼핑몰에 들어가면 1만 원도 안 하는 저렴한 골판지 스크래처를 살 수 있지만, 종이 먼지가 날릴까 싶어 예전에 봐둔 원목 고양이 가구 쇼핑몰에 접속해본다.

원목 고양이 가구는 비교적 디자인도 예쁘고 훨씬 튼튼하지만 기본적인 용도는 비슷하다. 그래도 뭔가 더 좋을까 싶어 큰맘 먹고 5만 원짜리 스크래처를 결제했다. 늘어지게 누워 그루밍(몸치장)하는 고양이를 향해 알아주지도 않는 생색을 내본다. '비싼 거니까 잘 써줘야 돼, 알았지?'

그렇게 고양이 두 마리가 있는 집에 (캣타워 빼고도) 네 개째 스크래처가 생겼다. 두 마리가 각자 취향이 있어서 서로 좋아하는 게 다르다. 스크래처는 발톱 긁기용인 동시에 소파나 침대처럼 올라가 누워 있는 용도로 쓰이기도 하는데, 집에 있는 걸 다 합치면 우리 집 사람 소파 가격을 넘는다.

 발톱 긁는 용도이자 침대로 쓰기도 하는 고양이 스크래처. 택배 열자마자 뛰어가 올라간 걸 보니, 마음에 든 모양이다.
 발톱 긁는 용도이자 침대로 쓰기도 하는 고양이 스크래처. 택배 열자마자 뛰어가 올라간 걸 보니, 마음에 든 모양이다.
ⓒ 박은지

관련사진보기


월급이 사라지는 마술, 고양이가 이렇게 위험합니다  

결혼하면 자신을 위한 쇼핑을 덜 하게 된다더니, 정말 그랬다. 다만 의지로 그렇게 되는 건 아니고, 상황이 그랬다. 데이트 비용이 덜 나가는데도 두 사람이 살아가는 데 월세, 관리비, 보험료, 휴대전화 요금, 교통비까지 숨만 쉬어도 내야 하는 돈이 얼마나 많은지... 월급은 정말 통장을 스쳐 가는 게 맞았다.

그 탓에 결혼 전처럼 한 달에 20~30만 원씩 옷이나 화장품을 사는 데 돈을 쓸 엄두가 안 났다. 또 남편과 집에서 매일 보다 보니 매번 새 옷을 사거나 꾸미려는 노력 자체가 줄어들기도 했다. 새 옷을 사도 '짠' 하고 입고 나가 보여주는 게 아니라, 잠옷부터 갈아입는 모습을 라이브로 중계하는 셈이니 별로 신이 안 났다.

다행히(?) 꾸미는 데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라서 옷 쇼핑을 포기하는 게 그리 괴롭지는 않았지만, 옷 말고도 사야 하는 건 많았다. 결혼식부터 내 집 마련까지는 얼마나 긴 나날이 놓여 있는 걸까? 안정적인 주거지 마련이라는 최소한의 삶을 조건을 충족하기까지 얼마간의 인내가 필요하리라는 걸 우리는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마트의 3120원짜리 우유와 2950원짜리 우유 사이에서 고민하는 날들이 내게도 찾아왔다.

하지만, 결혼과 거의 동시에 키우게 된 두 마리 고양이들에게는 내 신혼살림 사정까지 이해해달라고 요구할 수가 없었다. 이번 달 생활비 다 썼는데, 내일 월급 들어오니까 하루만 굶자, 그렇게 설명해봤자 고양이는 밥이 없으면 간식이라도 달라며 끊임없이 야옹거릴 뿐이다. 차라리 사람이 굶고 말지.

한정된 수익 안에서 포기할 건 포기하고, 선택할 건 선택해야 했다. 그 안에서 고양이는 늘 우리 소비의 우선순위에 있었다. 내 것은 안 사더라도, 고양이에게 필요한 건 왠지 눈에 더 잘 들어오는 터라 미룰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내가 먹여 살리겠다고 데려왔으니, 최소한의 케어를 제공하는 것은 보호자로서의 의무가 아니겠는가. 문제는….

내 자식에게 최소한의 것이 아니라 이왕이면 좋은 것, 예쁜 것을 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바로 이런 것일까? 캣폴, 스크래처, 원목 식탁, 캣 터널(고양이가 들락거리면서 놀 수 있는 일종의 장난감), 해먹(고양이가 올라가 쉬거나 자는 용도) 등을 사들이기 시작하자 신랑은 우리 집이 신혼집인지 고양이 집인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추울 땐 포근한 방석이 필요하고 더울 땐 몸을 식힐 수 있는 쿨매트가 필요했다. 산책하지 않는 고양이들의 놀이 활동을 위한 장난감은 저렴한 건 개당 2000, 3000원밖에 하지 않지만 대신 빠르면 하루 만에도 망가졌다. 좀 비싸도 튼튼한 것을 쓰는 게 나았고, 좀 비싸도 좁은 집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요소를 늘려주고 싶었다. 월세 집이라 벽에 (못 박아 설치해야 하는) 고양이용 구름다리를 달아주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물론 고양이에게는 비닐봉투 하나, 고무줄 하나도 좋은 장난감이다. 굳이 예쁜 가구, 인기 좋은 장난감을 사고 싶은 건 집사의 욕심인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이러니저러니 해도 고양이 집이나 화장실이 40만 원씩 하는 걸 보면 평범한 서민으로서 당황스럽다. 하지만 그 비싼 고양이 집에 들어가 귀여운 귀를 쫑긋거릴 모습을 상상하면 본전 생각이 싹 가시면서 나도 모르게 할부 개월을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고양이가 이렇게 위험한 동물이다. 

 수많은 펫푸드 브랜드 중 건강하고도 맛있는 것을 찾아내는 과정은 길고도 비싸다.
 수많은 펫푸드 브랜드 중 건강하고도 맛있는 것을 찾아내는 과정은 길고도 비싸다.
ⓒ 박은지

관련사진보기


'이왕이면'... 헤어나올 수 없는 쇼핑의 굴레

고양이 용품을 쇼핑할 때 나오는 '이왕이면 병'은 특히 먹을 것을 살 때 진가를 발휘한다. 보통 처음에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할 땐 동물병원에 가서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된 사료를 별생각 없이 사게 된다. 하지만 함께 살아가다 보면, 아는 만큼 보이는 게 많아지는 법이라 사료 하나 고르는 것도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한 번은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친한 동생이 엄청나게 긴 리스트를 보내왔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료들 중에서 건강한 재료와 정직한 공정을 거쳤는지 확인하는 검증 단계를 하나씩 합격하거나 탈락한 사료들의 리스트란다. 그중 제일 끝에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료 두어 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가격은 평소 먹이던 사료의 두 배가 되는 것도 있지만, 이런 조사 결과를 보면 좀처럼 가볍게 넘길 수가 없다.

요즘은 펫푸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에게 유기농 사료, 비싼 가구를 사주느라 정작 집사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다. '동물은 동물일 뿐'이라는 어르신들이 들으면 혀를 차실 법한 이야기지만, 집사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사랑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믿을 수 없는 부산물로 만든 어설픈 사료 때문에 오히려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모래도 마찬가지다. 고양이 모래 중에는 먼지가 유독 많이 나오는 것이 있는데, 많은 먼지는 요로계통 질병이나 결막염을 유발할 수 있다. 꼭 사료나 모래의 질이 건강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아니고, 알레르기나 체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굳이 위험 부담을 감수할 필요는 없으니 비싸더라도 좋은 걸 고르자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물론 비싼 사료라 해서 무조건 내 반려묘에게 찰떡궁합인 것은 결코 아니지만).

고양이 푸드나 용품에 대한 선택권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반려인들은 예전보다 더 좋은 것, 더 건강한 것을 찾는다. 이제 누군가 반려동물을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면 혹시 모를 병원비를 대비한 반려동물 적금까지 권장하는 시대다. 반려동물 시장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만큼, 동물을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이제 집집마다 나름의 우선순위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우리 집은 넉넉하지 않은 신혼살림에 꼬박꼬박 고양이님들 간식 바치느라 바쁘긴 하지만, 정신없이 날름거리는 귀여운 혓바닥을 보면 이 맛에 돈 벌지, 싶다. 나는 못하더라도 내 고양이들이라도 돈 걱정 없이(?) 좋은 걸 누렸으면 좋겠다. 대단한 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것은 해주고 싶다. 지금으로서는 그걸 지켜보는 작은 행복이, 대리만족일지언정 내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힘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간식에 무섭게 집중하는 두 고양이들
 간식에 무섭게 집중하는 두 고양이들
ⓒ 박은지

관련사진보기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