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방송인 김재동씨가 8일 오후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를 찾아 할매들과 함께 앉아 미사를 드리고 있다.
 방송인 김재동씨가 8일 오후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를 찾아 할매들과 함께 앉아 미사를 드리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눈물 안 흘리려고 했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
"국민들 이래(이렇게) 짓밟는 게 어디 있노. 국민들 때문에 대통령 됐는데..."
"우리는 사드 가져가는 게 소원이다. 좋으면 왜 우리에게 주겠노. 저거가 하지."


방송인 김제동씨의 손을 잡은 소성리 할매들이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하소연했다. 김제동씨는 "오늘까지만 울고 이제 힘내자"면서 할매들의 옷깃을 잡거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김제동씨는 8일 오후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을 찾았다. 김씨는 인도네시아 등에서 교민들에 대한 강의를 마치고 이날 오전 귀국하자마자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해 소성리로 곧장 달려왔다.

이날 오후 3시 소성리를 찾은 김씨는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문규현 신부와 황동환 신부가 집도하는 천주교 미사에 참석해 주민들과 함께 기도회를 가졌다. 김씨는 기도회가 열리는 동안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기도회 중 마이크를 잡은 김제동씨는 "정부 없고 나라 없는 국민만 서러운 것이 아니라 국민 없고 시민이 없는 정부도 힘이 없고 서러운 것"이라며 "이렇게 우시는 분들의 눈물을 안 닦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정부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남의 나라 국민, 남의 나라 사람들 말 들으라고 우리가 정부를 만들고 국가를 만들어준 것이 아니다"라면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같이 울고 같이 웃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밤에 들이닥쳐가지고... 우리 사는 모습 한 번 보라지"

8일 오후 소성리를 찾은 김재동씨가 마을 주민들 틈에 앉아 착잡한 심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8일 오후 소성리를 찾은 김재동씨가 마을 주민들 틈에 앉아 착잡한 심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문규현 신부가 8일 오후 소성리를 찾은 김재동씨를 안아주고 있다.
 문규현 신부가 8일 오후 소성리를 찾은 김재동씨를 안아주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김제동씨는 건반을 치던 김효남씨를 바라보며 "울어서 피아노도 치지 못한다. 이제 그만 우시라고 박수를 보내드리자"고 위로했다. 김씨는 효남씨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위로하고 마이크를 건넸다.

효남씨는 "사드 막아보겠다고 우리가 그렇게 외쳤는데 결국은 이렇게 올려보냈다"면서 "우리가 작년부터 평화를 외치며 사드를 막아왔던 것은 의미가 있다. 어머님들 너무 사랑한다. 내일부터 울지 않을게요"라고 말했다.

김씨의 발언이 이어지는 중간에도 할머니들은 연신 눈물을 흘렸다. 도금연(80)씨는 "경찰들에게 시달 리가(시달려서) 죽겠다. 그 밤에 들이닥쳐가지고 지랄이고"라며 "(문재인) 지 눈으로 우리 사는 모습 한 번 보라지"라며 눈물을 닦았다.

김제동씨는 "어머니들은 울 자격이 있고 그 사람들은 들을 의무가 있다. 장관이라는 사람이 보상을 해주겠다느니 그따위 소리를 한다"면서 "그것은 두 번씩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경제적 보상 이따위 말을 입에 담으면 삶의 존엄을 짓밟는 행위다. 돈 몇 푼 없어도 다들 자식들 먹이고 잘 살아왔다"면서 "주민들은 뭘 더 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살던 대로 그대로 살도록 내버려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오후 방송인 김재동씨가 소성리를 찾아 할머니들을 위로하자 할머니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8일 오후 방송인 김재동씨가 소성리를 찾아 할머니들을 위로하자 할머니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8일 오후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열린 거리미사에 참석한 주민이 눈물을 닦고 있다.
 8일 오후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열린 거리미사에 참석한 주민이 눈물을 닦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문규현 신부는 "소성리야 사랑해, 소성리의 평화"를 연신 노래했다. 문 신부는 "촛불민주혁명 정권하에서 이런 모습이 참으로 연민과 자괴감이 들 정도의 고통이었다"면서 "이 부서진 천막들이 우리의 성전이고 우리의 집이다"라고 말했다.

문 신부는 이어 "국민을 짓밟고 사드가 들어온들 안보에 무슨 도움이 될 것이며 평화를 지킬 수 있겠느냐"며 "폭력으로, 무기로, 전쟁으로는 평화를 지킬 수 없고 평화를 살릴 수 없다. 평화를 살리는 것은 평화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 신부는 이어 "소성리가 있는 그대로 살게 하는 것이 평화이고 국가가 할 정치다"라면서 "비록 이 땅을 밟고 사드가 들어갔지만 우리의 의지와 욕망은 절대 꺾이지 않았고 빼앗기지 않았다. 더욱더 굳건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사드 반입 당시 경찰에 의해 부서진 천막에 주민들이 '이것이 문재인의 소통이냐'라는 문구를 써 놓았다.
 지난 7일 사드 반입 당시 경찰에 의해 부서진 천막에 주민들이 '이것이 문재인의 소통이냐'라는 문구를 써 놓았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한편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는 경찰이 부순 천막과 쓰레기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주민들은 부서진 천막 앞에 '이것이 문재인의 소통인가?', '사드 빼고 사과하라', '경찰은 소성리를 떠나라' 등의 문구를 적어놓았다.


태그:#김재동, #사드, #소성리, #문규현
댓글3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