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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웅크린 몸은 작아도 너무 작았다. 딱 그만큼, 할머니가 누워있는 크기만큼이 할머니에게 허락된 자유였다. 78년을 살아온 할머니의 세상은 참으로 작았다.

할머니가 작아지기 시작한 이유는 다리 때문이었다. 무릎을 구부릴 수 없게 된 이후로 모든 움직임이 고통으로 변했다. 몸을 일으켜 다시 눕는 데까지 도움이 필요했다. 낙상은 일상이 되었고 팔과 다리엔 붉은 반점들이 생겼다. 피가 나고 멍이 들었다. 비늘처럼 얇아진 피부는 더는 할머니를 지켜주지 못했다.

한 번은 새벽에 할머니 혼자 화장실을 가다 크게 다쳤다. 다리에 힘이 풀려 미끄러진 것이다. 구급차를 불렀고 할머니는 응급실로 옮겨졌다. "넘어져서 생긴 상처 맞아요?" 의사는 가정 내 폭력을 의심했다. 그날 이후로 할머니가 넘어지는 게 무서워졌다. 괜히 걷다 다치는 것보다 기저귀로 대소변을 가리는 게 낫다고 설득한 적도 있었다. 한동안 할머니는 몸을 웅크린 채 잠들고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가만히 누워있으면 다치지 않으니까 괜찮다는 이야기도 저녁에나 가능했다. 학교에 다니는 나와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 중 그 누구도 할머니를 온종일 보살피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다고 종합병원에 입원하기도 쉽지 않았다. 자리가 없을뿐더러 매달 청구되는 비용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양병원 역시 최대한 미루고 싶었다. 과거에 한창 이슈였던 '요양병원 노인 학대'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들어가면 2주 있다 죽는대" 할머니조차 병원을 두려워했다.

결국, 찾아낸 건 '노인장기요양보험'이었다. 할머니처럼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으로 일상생활을 혼자 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제공되는 사회보험제도다. '노인장기요양등급' 판정에서 3등급을 나오면 일주일에 5번, 하루 세 시간씩 요양보호사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것, 혼자 일어나지 못하는 것 등등 할머니가 겪는 여러 불편함이 '심신의 기능상태 장애로 일상에서 부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됐다. 적어도 우리 가족은 그렇게 생각했다.

심사원이 집에 온 날, 할머니가 혼자 침대에서 일어났다. 운 나쁘게 몸 상태가 좋은 날이었다. 작은 움직임도 요양등급을 받지 못하는 결격사유가 됐다. 두 번째 심사 때, 할머니는 기저귀를 한 채 천장을 바라봤다.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도움이 필요하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결과는 4등급이었다. 할머니의 상태가 '부분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일정 부분'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은 5등급으로 나누어진다. 과거 3등급으로 운영되던 등급이 4등급으로 세분되고 경증 치매 환자에게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기 위해 '치매 특별등급'이 신설됐다. 3등급을 둘로 나누는 이유는 서로 다른 신체 상태를 가진 노인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55점이었던 3등급 인정점수를 51점까지 인하하는 과정에서 3등급을 받은 노인의 비중이 증가했고, 그에 따라 3등급에 속한 노인의 신체 기능 상태가 경증과 중증으로 다름에도 동일한 급여를 받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등급은 세분화 됐지만 그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요양등급은 '장기요양 인정조사표'를 통해 산정된 점수 구간으로 구별된다. 신체기능, 인지기능, 행동 변화 등 5개의 영역에 포함된 52개의 항목을 기능자립 정도로 판단한다. 완전자립이 가능하거나 관절 제한이 없으면 1점이지만, 부분도움이 필요하거나 한쪽 관절에 제한이 있으면 2점, 완전도움이 필요하거나 양쪽 관절 모두가 제한적인 경우 3점을 받는다.

'완전'과 '부분', '일정 부분'이라는 기준 모두 노인의 신체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약간의 거동으로 탈락하지 않고 심사를 안전하게 통과하기 위해선 가만히 누워있는 방법밖에 없다. 두 번째 심사를 받던 날, 할머니가 죽은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모호한 판단 기준으로 요양등급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혜택을 받는 노인 역시 많지 않다. 2017년 7월 18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는 비율이 전체 노인 인구의 7.5%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 중 7명 남짓만 겨우 통과하는 상황이다. 2012년 5.8%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전체 노인 인구 대비 인정률은 여전히 한 자릿수다. 문제는 요양등급이 없는 노인은 정부 보조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재가서비스나 주야간 보호센터 혹은 요양원 입소가 불가하거나 혹은 가능하더라도 큰 비용이 발생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지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기요양 등급판정을 받기란 쉽지 않다. 개개인별 노인의 신체 상태를 체크해 등급을 정하고, 그에 따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동의한다. 그러나 노인을 위한 등급이 역으로 노인을 내치는 장치가 되어선 안 된다. 노인이 겪는 일상적 어려움과 부양가족의 요양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장기요양제도는 필요하다. 수정을 통해 개선돼야 하는 이유다. 아직도 우리 주위엔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노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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