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금융감독원장으로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이 거론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간금융회사 출신인 최 전 사장이 중립적으로 금융회사들을 감독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6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융감독원지부는 성명을 내고 "감독기구의 독립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며 최씨가 과거 금융권 적폐 세력을 청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노조는 "최씨는 당시 하나금융 회장이었던 자(김승유 전 회장)의 측근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이런 자가 임명된다면 금감원장은 금융위원회의 허수아비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인 최 전 사장은 한국금융연구원장,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아래 하나연구소장) 등을 역임한 금융권 인사지만 별다른 실적을 내진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인규 사무금융노조 금감원지부장은 "금융연구원장을 하고 또 하나금융 출신이니 금융전문가라고 하는 것이겠지만 뚜렷한 업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금융위원회의 산하기관처럼 된 금감원이 금융위와 동등하게, 조화로운 업무를 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수장이 필요한데 (최 전 사장은 그렇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특정 금융회사 인사가 금융회사들 감독?이에 시민단체들도 반발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특정 금융회사 인사가 금융정책을 수립하는 정도가 아니라 감독 업무를 맡게 되는 것은 걱정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감독의 독립성, 금융기관의 안정성 등에 대한 우려가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크게 남아있다"며 "청와대에서 신중히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그 동안 민간금융사 출신이 금감원장 자리에 오른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 과거 '론스타 사태' 당시 하나연구소장 등을 지낸 최 전 사장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도 있다. 안 사무처장은 "론스타 먹튀를 돕는 등 잡음이 많았던 곳인데 그곳 출신이 금감원 수장이 된다는 것은 국민들로서는 의아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인 뒤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면서 큰 차익을 챙기고 국내에서 철수해 '먹튀' 의혹이 일었었다. 최 전 사장은 지난 2010년부터 하나연구소장으로 재직했고, 이후 2012~2014년 동안 하나금융지주 사장직을 수행하며 하나금융에 몸담았기 때문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나금융은 2010년 외환은행 인수계약을 체결했고, 금융위는 2012년 이를 승인했다.
"하나금융 봐주기 가능성도 커"이런 배경을 가진 최 전 사장이 금감원장 자리에 오르면 론스타 사태의 주역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하나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론스타와 관련한 자문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론스타 금융적폐 청산에 대한 의지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하나금융만 봐주는 편향된 감독을 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최 전 사장에 대해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학자 출신이라 금융지식이 풍부하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장 내정설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내정자가) 복수의 후보자 중 한 명일지는 모르나 확정, 내정, 유력 등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최 전 사장을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면 최 내정자의 임명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