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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카페(자료사진)
 키즈카페(자료사진)
ⓒ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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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붕붕카 태워주세요."

어린 꼬마들은 수줍게 '선생님'을 부르곤 했다. 아이들의 새하얀 얼굴과 해맑은 미소는 매번 나를 녹였다.

23살 언론지망생인 나의 또 다른 호칭은 선생님이다. 동네에 갓 개점한 키즈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한 지 이제 2년 차가 됐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천진함과 선생님이란 호칭은 한동안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아이들의 칭얼거림과 보챔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주말 오후 3시에서 오전 9시로 출근 시간대가 바뀌었다. 일한 지 꼬박 6개월째가 되던 달, 문득 궁금한 아이가 생겼다.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의 시간대엔 손님이 5명도 채 안 된다. 그중 매주 주말 이른 아침 아버지와 함께 오는 4살짜리 남자아이가 있었다. 왜 이른 아침에만 오는 걸까. 직접 물어보지 않았지만, 예상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피하는 것 같았다. 형우(가명)는 자폐성 발달장애 아동이다. 보통 돌만 지나도 걸음마를 떼기 마련이지만, 당시 4살이었던 형우는 이제 막 혼자 걷는 연습을 시작한 차였다. 혼자 걸을 땐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쉽게 비틀거렸다. 형우에겐 아직 버팀목인 아버지의 양손이 필요했다.

형우는 눈을 마주치는 걸 어색해했고 과장된 나의 재롱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등의 간단한 인사말도 더듬거리며 힘겹게 해냈다.

"빨간 옷 선생님"

해가 바뀌어 2017년이 되자 형우는 나를 '빨간 옷 (입은) 선생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5살이 된 형우가 수박색 유니폼을 입은 아르바이트생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알은척하며 반갑게 반기자 형우는 수줍은 듯 곧바로 아버지를 향해 뛰어갔다. 서툴고 느린 걸음이었다. 

배울 곳 없는 장애아동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토론회’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지역 주민들에게 장애인 학교 설립을 호소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토론회’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지역 주민들에게 장애인 학교 설립을 호소하고 있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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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키즈카페와 형우가 사는 곳은 거리가 꽤 된다. 그런데도 형우 아버지는 굳이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키즈카페를 방문하곤 했다. 문득 인근 지역에 만 4~6세 영유아 장애 아동이 마땅히 방문할만한 장소가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자폐성 장애 아동은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아동시설뿐만 아니라 교육시설도 충분치 못하다. 자폐증은 발달장애 중에서도 사회성이 취약한 정서장애에 해당돼 현행법에 따라 특수학교 교육을 선택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16년 4월 1일 자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서장애 특수학교는 전체 167개 특수학교 중 7곳에 불과하다. 2015년 기준으로 자폐성 장애 아동이 1만 명을 넘어서 전체 장애학생 중 10%를 넘게 차지하지만, 정서장애학교는 전체 특수학교 중 4.2%에 머무는 실정이다. 그나마 있는 7개의 정서장애 학교 중 3곳은 모두 강남·송파구에 몰려있다. 전문적인 시설과 센터는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미취학 아동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만 4~6세의 장애 아동들은 어린이집 등의 교육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없는 현실이 따른다.

보통 장애 아동은 일반어린이집, 장애통합어린이집, 장애전담어린이집 중 한 가지 보육기관을 선택할 수 있다. 일반어린이집은 전문적인 특수교사나 장애전담보육교사가 없어 장애 아동이 방치되기 쉽다. 증상이 심하면 어린이집에서 쫓겨나는 일도 허다하다고 장애 아동 학부모들은 입을 모은다.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다닐 수 있는 장애통합어린이집은 수십대 일의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 장애전담어린이집은 집 주변에서 찾기 어려울뿐더러, 자폐성장애 아동을 위한 전문 시설은 거의 없다. 간신히 사립 기관을 찾더라도 교육비는 터무니없이 많이 들고, 국가로부터 체계적으로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미인가 시설도 존재한다.

현실적으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 치료를 제공하는 국가기관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자폐성 장애 아동을 위한 실질적인 복지가 국가적 차원에서 마련돼 형우 같은 아이들이 더 자유롭게 놀며 배울 수 있기를 바라본다.


태그:#자폐성 장애아동, #교육시설, #키즈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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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생. 정의로운 사회를 꿈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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