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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촘촘한 의료안전망 구축을 위해 병원에 사회복지사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은 의료사회복지사들의 입장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촘촘한 의료안전망 구축을 위해 병원에 사회복지사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은 의료사회복지사들의 입장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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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서 절박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촘촘한 의료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 사회복지팀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의료사회복지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에 의료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을 소개하고 확충이 필요한 이유를 3차례에 걸쳐 이해하기 쉽게 싣고자 합니다. - 기자 말

급하게 응급의학과 담당 의사로부터 사회사업상담 의뢰가 왔다. 당뇨발이 심해 입원해서 절단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의 보호자가 치료를 거부하고 막무가내로 퇴원을 하겠다고 하는데 환자의 영양 상태는 매우 불량하고 발에서는 구더기가 나오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환자는 60대이고 80대인 모친 외에 다른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 모친은 '수술은 절대 안 한다. 환자의 선친 옆에 이미 자리를 다 준비해 놓았으니 아무것도 하지 마라. 그냥 집으로 가겠다'고만 했다. 담당 의사는 환자가 수술을 받지 않을 경우 패혈증으로 1개월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모친을 설득해서 겨우 상담을 시작했고 3시간가량 상담을 하고 나니 겨우 모친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환자는 오래전부터 당뇨병을 가지고 있었고 최근 몇 년 사이 암과 뇌경색으로도 여러 차례 입원치료를 한 후로는 말하는 것과 거동이 불편해졌다고 했다. 몇 개월 전 부인과 이혼을 했고 현재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혼 후 혼자서 생활하면서 식사나 약물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고 집은 치우지 않아 엉망이었고 제대로 먹지 않아 영양 상태도 점점 나빠졌다. 모친은 환자가 걱정되어 매일 아침 환자의 집에 가지만 모친이 해 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몇 주 전에는 모친이 동 주민센터에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는데 자원봉사팀이 와서 집 청소를 한 번 해 주고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연계해 주고 장기요양서비스 신청을 도와줬다고 했다. 환자는 퇴직 후 국민연금으로 생활하고 있었는데 관계는 단절되었지만 소득활동을 하는 아들이 부양의무자로 있기 때문에 의료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관심을 두고 살펴보지 않는다면 도움이 필요한 대상자로 확인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었다.

당뇨병은 '생활습관병'이라고도 이야기할 만큼 일상생활에서 식사나 운동 등으로 혈당조절을 잘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환자는 일상생활에서 이런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두 번 배달되는 도시락으로는 환자의 혈당관리가 어려웠을 것이다. 당뇨발이 하루아침에 악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친이 몇 주 전 동 주민센터에 가서 도움을 요청했을 때에라도 환자의 의료적인 문제가 발견되어 병원에 올 수 있었더라면 치료를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의료와 복지의 연계 필요한 사례들... 의료사회복지사가 필요한 이유

병원을 찾는 이들 중 의료적 도움과 사회적 도움이 모두 필요한 이들이 많다.
 병원을 찾는 이들 중 의료적 도움과 사회적 도움이 모두 필요한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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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50대 여자 환자는 심각한 영양실조, 탈수, 과호흡 등의 증상으로 119에 실려 응급실에 왔는데 보호자가 없고 신분증도 없는 상태에서 본인이 알고 있는 주민등록번호는 잘못된 번호여서 신원확인이 되지 않았다. 환자는 의식은 있었지만 기억력이 저하되어 있고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여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지문으로도 신원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환자가 발견된 곳의 주민센터로 환자 확인을 요청했지만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명확하지 않고 주민등록번호도 맞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

환자는 아주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한 후 다른 사람에게 맡겨져 양육되었는데 초등학교 때 집을 나와 떠돌이로 생활했다. 어린 나이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고 일을 시켜주겠다는 사람이 신분증이라며 만들어 준 것을 지금까지 자신의 신분증으로 알고 살았다고 했다. 환자의 실제 주민등록번호를 찾기 위해 입원 기간 많은 노력을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한마디로 환자는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무적자'나 다름없었다.

환자는 몸무게가 30kg 정도밖에 안 되는 영양실조 상태였지만 입원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장에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계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구청에서 임시로 사회보장번호를 부여받았다. 퇴원 후에 환자가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성과 본의 창설허가'를 받는 것부터 시작해서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어야 하고 그 후에야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는 등 법적, 행정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었다. 이런 일들은 짧아도 6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한 것이어서 병원에 있는 동안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주민센터에 사례관리를 요청했다.

앞의 두 가지 사례는 의료와 복지의 연계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사례들이다. 첫 번째 사례는 동 주민센터에 복지서비스가 의뢰되었지만 문제의 원인을 살펴보면 신속한 의료서비스 연계가 필요했던 사례이고, 두 번째 사례는 퇴원 후에 같은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환자의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서 반드시 지역사회 복지자원과의 연계가 필요했던 사례이다.

취약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병원은 언제나 문을 열어 놓고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이 스스로 병원 문턱을 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이든 지역사회든 어떤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 발견되었을 때 의료와 복지가 서로 연계해서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치료 후에는 사회복귀가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1973년 개정된 의료법 시행규칙(제38조 2항의 6)에 의하면 '종합병원에는 사회복지사업법의 규정에 의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진 자 중에서 환자의 갱생, 재활과 사회복귀를 위한 상담 및 지도업무를 담당하는 요원을 1인 이상 둔다'고 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병원에서 사회복지사가 일하기 시작했고 병원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사회복지 전문직으로서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는 '의료사회복지사'라는 자격제도를 도입하여 병원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의 교육과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에 사회복지사의 활동 근거가 마련된 지 44년이 지난 현재 가족구조의 변화와 다양한 사회문제로 인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어려움도 다양해지고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환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병원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적정인력 기준이 없어 현장에 있는 사회복지사들은 소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촘촘한 의료안전망 구축을 위해 병원에 사회복지사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은 의료사회복지사들의 입장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이것을 계기로 병원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적정인력 기준이 마련되고 환자의 기능적인 사회복귀를 돕는 사회복지사의 활동이 확대되어 환자와 병원이 속해 있는 지역사회가 지금보다 나은 건강한 지역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권지현씨는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수석부회장이자 충남대학교병원 사회사업팀장입니다.



태그:#의료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 #병원, #문재인 정책, #의료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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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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