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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람은 노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동과 깊은 관련을 맺고, 오늘도 일하고 있다. 학생들은 편의점, 카페, 과외와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회사원들은 자신의 직장에서 업무를 수행한다. 은퇴한 후에도 노동을 하는 고령층의 숫자도 많다. 사람들은 노동을 하고 그 대가로 받는 임금으로 삶을 영위한다.

사회 생활을 시작해야 할 학생, 이미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원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노동에 관한 지식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노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노동에 대해 제대로 생각할 시간도 잘 주어지지 않는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노동자의 파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매우 좋지 못한 편이다.

 <노동을 보는 눈>
 <노동을 보는 눈>
ⓒ 개마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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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연구자인 강수돌 교수의 <노동을 보는 눈>은 노동에 대한 기초 입문서다. 노사관계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저자가 노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생각할 겨를도 없는 사람들에게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쓴 책이다.

책은 우선 노동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고대에는 노예들이 일을 하고 귀족은 소비를 하며 생활했다. 중세에는 농노 계급이 영주의 장원에서 농사를 짓고 영주는 그 수확물의 일부를 가졌다.

봉건 시대까지는 노동은 노예가 하는 천한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르네상스 이후에는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는 가치관이 퍼져나갔다.

산업혁명 이후, 사람들은 공장에서 기계를 이용하여 일하게 되었다. 컨베이어 벨트가 도입되고 산업이 계속해서 변화하면서 수공업 노동자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던 노동조합의 힘이 점점 약화되었다. 통신 기기가 발달하면서 직장과 가정의 경계선도 붕괴했다. 현대인들은 '노동동일시'(마치 사람이 자기의 본질이 일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됨) 현상에 빠져 있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노동이 신성한 것이라는 가치관이 극단화되어 노동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관계를 파괴당하는 현실에 이르렀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원하는 인간상은 돈벌이에 도움이 되는 능력과 자세를 가진 인간이다. 하지만 사람은 공동체 속에 속해 있다. 개인은 나 홀로 덜렁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개인의 개성이나 취향, 공동체와의 관계는 개인의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런 개인이 아닌 일에 최적화된 개인이 필요하다. 때문에 사람들은 차별당하고 관계를 파괴당하게 된 것이다. 이런 파괴를 부추기는 것은 노동유연화다. 초국적 자본을 위해 국경을 개방하고, 규제를 없애는 신자유주의의 기조 하에서 노동은 점점 유연화되었다.

책은 노동유연화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수량적 유연화다. 해고를 자유롭게 하고,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노동시간을 짜는 것이다. 둘째는 기능적 유연화다. 노동자가 한 가지 일이 아닌 여러가지 일을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셋째는 보상적 유연화다. 노동자에 대해 보상할 때, 그 기준을 능력이나 성과, 업적에 비례해서 보상하는 것이다.

노동유연화라고 해서 바로 나쁜 것은 아니라고 책은 말한다. 노동 시간을 적당히 자신이 원하는 때로 이동하는 일은 개인에게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재택 근무를 원하는 노동자도 있을 수 있다. 여러가지 일을 익히면서 자신을 위해 자기계발을 할 수도 있다. 열심히 일해 능력에 따라 보상받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문제의 요점은 노동유연화가 기업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사회보장이 미비한 상황인데, 기업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람을 뽑고 자르도록 하면 노동자의 삶은 불안정해진다. 일터가 불안정해지니 사람들은 더 일자리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거다.

'노동시장과 직장에서 신자유주의적 유연화가 심하게 적용되면서 이제 노동자의 삶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더욱 자본의 힘이 노동자의 삶을 좌우하게 되었다. 겉으로는 노동이 유연해지고 유동적으로 되어 자유로운 '유목민'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제 삶에서는 사람들이 갈수록 더 많이 삶의 자율성을 잃고 일자리나 돈벌이에 매달려야 한다. 결국, 노동이 유연해질수록 노동자의 삶은 경직되어가는 것이다.' - 75p.

게다가 노동자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점점 다양화되고 있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다가 고통받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고,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화학 물질을 사용하다가 산업 재해를 당하는 사람도 있다. 대한민국은 산업 재해율 OECD 1위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묵묵히 재해를 당하고 있다. 공장 밖에서는 민주주의가 실현되지만 공장 안에서는 민주주의가 멈춰버리고 만다.

이런 문제에 대항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다양한 제도와 단체가 등장했다. 최저한의 삶을 보장하는 최저 임금제도가 도입되었고, 노동자의 결사체인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인간다운 삶을 위해 싸우고 있다.

한국의 경우 처음에는 군사 정권에서 노동조합을 사실상 탄압 일변도로 억압하다가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노동조합이 합법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노동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적대적이기에,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독일과 프랑스 같은 사회에서는 노동조합의 파업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파업이 노동자의 권리이며, 모든 시민이 노동자임을 감안하여 참고 이해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런 모습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가 공동 결정하는 문화, 개방적인 토론이 필수인데, 아직 한국에는 그런 요소가 부족하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노동자의 개인적, 집단적 권리 행사를 노동자의 당연한 시민권으로 수용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노동문제나 노동진영을 불편한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주요한 일부로 인정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개방적인 토론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학교나 기업, 지역이나 나라 수준에서 노사간의 공동결정 풍토, 상호존중과 신뢰의 풍토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 171p.

저자는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런 사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친 준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기업과 권력이 초래한 사회적 황폐화에 저항하면서, 보편적 행복을 가능하게 할 대안을 실천하는 것이 답이라고 본다. 저항하면서도 대안을 찾고, 성찰을 멈추지 않으면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맺음말이다.

즐겁게 일하고 행복하게 사는 삶은 모두가 원하는 삶이다.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 성찰에 필요한 첫 단추가 되어주는 책이다.


노동을 보는 눈

강수돌 지음, 개마고원(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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