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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송경진 교사의 아내 강하정씨가 8월 23일 오전 전북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 송경진 교사의 아내 강하정씨가 8월 23일 오전 전북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손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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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부안의 모 중학교 송경진 교사의 자살 사건과 관련해 지난 23, 24일 전라북도교육청과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아래 인권센터), 부안교육지원청 그리고 해당 중학교 관계자들을 인터뷰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돌아가신 분에게는 깊은 애도를 표하지만, 책임소재를 따지는 건 별개의 문제"라며 "체벌이든 뭐든 나중에라도 학생들이 문제삼을 만한 신체접촉은 어떠한 형태로든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우리가 가진 자료를 모두 내놓겠다. 만약 수사해서 새로운 게 나오고, 행정적으로 개선할 점도 나오면 그때 가서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사건의 쟁점들에 대한 관계자들의 답변을 문답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 전북경찰청이 송 교사를 '내사 종결' 처리했는데, 인권센터 조사는 왜 계속됐는가?
"경찰이 내사종결한 사건이라도 교육청은 최소한의 징계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교원들끼리 싸움을 했다고 치자. 양측 모두가 피해 없다며 '없던 일'로 하려고 해도 당사자들이 교사의 품위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행위 자체는 남는다. 주의든 경고든 징계를 줘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학생인권센터는 교사의 행위가 인권침해냐 아니냐만 판단했다. 교육청은 체벌이든 뭐든 나중에라도 학생들이 문제 삼을 만한 신체접촉은 어떠한 형태로든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사안이 가벼우니 학교 자체적으로 해결한다고 했을 때 이 사건이 조용히 덮였을까? 교사와 학생들의 관계가 잘 풀렸다면 좋겠지만, 피해학생들 중에 단 한 명이라도 나중에 교육청이나 청와대 신문고에 직접 진정을 넣는다면 학교장이 은폐 혐의를 뒤집어쓰게 된다. 다른 성격의 사건들은 진실을 다툴 수 있을지 몰라도 성적인 사건은 교장에게 판단 권한을 주지 않고 무조건 보고하도록 했다. 학교에서 은폐한 사례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전북교육청)

- 유족들은 인권센터가 학생들을 직접 조사하지 않았는데, 전북학생인권심의위가 이번 사건을 인권침해로 판단했다고 본다.
"교사가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면 우리도 학생들에게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을 것이다. 학생들은 이미 세 차례 조사를 받았다. 그 서류들을 비교해보니 사실관계(부적절한 신체 접촉)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전북경찰청의 3차 조사가 이뤄진 시점에는 이미 언론 보도가 많이 됐는데, 1차 조사와 비교할 때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만약 달랐다면, 우리도 판단을 달리했을 수 있다."(인권센터)

"가르치던 선생님 처벌 원한다고 할 학생 얼마나 될까?"

- 경찰의 내사종결 방침이 흘러나온 뒤부터 학부모들이 탄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송 교사의 징계 절차(신분상 처분)에 들어가기 전에 이 부분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았나?
(도 교육청) "유족은 학생들의 치기 어린 장난이 빚어낸 사건이라고 얘기하는데, 학생들이 세 차례 써낸 진술서를 보면 하루이틀 쌓인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 사건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처벌 의지가 갈수록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경찰이 내사종결 공문을 보내기도 전에 이미 학부모들이 탄원서를 돌리기 시작했다. 학교 운영위원장이 전교생 상대로 탄원서를 돌리니 처음 신고했던 두 분의 학부모도 안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전북청 조사가 끝난 후에도 (처음 피해를 주장했던) 여학생 7명 중 2명은 "선생님 보기 싫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전북청이 부안교육지원청에 보낸 내사종결 통고문에 '관련 학생들에 대한 적극적인 학생 지도(보호) 요망'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상식적으로 이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보라."(전북교육청)

(이와 관련,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최초 피해를 호소했고,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조사를 받은 학생들의 심신 상태 등을 고려해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정말 조그마한 마을이다. 이런 곳에서 탄원서를 연명해서 쓰는데 누구는 쓰고 누구는 안 쓰고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자신을 가르치던 선생님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데도 처벌을 원한다고 써낼 학생이 얼마나 될까? 이렇게 작은 공동체에서 어린 학생들의 목소리는 그냥 잠겨버린다. 교권 실추, 교권 침해 얘기들을 많이 하지만 상대적인 개념이다. 여전히 교사는 학생들에 대한 평가권을 가진 힘 있는 존재다.

2차 탄원서가 만들어진 과정은 송 교사의 부인이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8월 11일)을 보고서야 알았다. 교사 부부가 학부모를 직접 찾아갔더라. 탄원서 작성이 과연 자발적이었는지 의문이다. 무고를 밝혀달라는 탄원서의 인권적 측면을 존중한다. 하지만, 다른 학교에서 탄원서가 피해 학생을 고립시키는 방편으로 악용된 사례도 있다."(인권센터)

- 유족들은 인권센터 조사에 대해 강압적, 일방적이라고 한다.
"인권센터라고 아이들 입장만 듣지 않는다. 교사를 직접 조사해서 본인이 인정한 부분들만 기재했다. 심의위 결정 전에는 교사의 소명도 받았다. 나중에 도교육청을 비난하는 성명을 낸 전북교총의 대리인도 심의위원으로 참석했는데, 그분도 결론에 동의했다.

인권센터가 송 교사를 두 번 조사했는데, 각각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1차 조사에서는 학생들의 진술 내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했다면, 2차 조사에서는 본인이 왜 그랬는지에 대해 회한을 많이 느끼셨던 것같다. 유족은 송 교사가 조사받은 뒤 속상해하는 모습만 봤지만, (우리끼리는)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조사 과정이 모두 녹음돼서 보관되어 있다."(인권센터)

"교사는 1명, 학생은 6명... 분리시켜야 하는데 누굴 택해야 할까?"

- 송 교사에게 3개월 1일 동안 직위해제 및 대기 발령을 받았다가 나중에 '전근 가라', '학교로 감사 나온다'는 얘기를 하니 심적인 압박감이 컸던 것같다.
"직위해제는 징계가 아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차원에서 내린 조치다. 교사는 1명이고, 학생은 6명인데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나?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 관련법이 이런 사건에 휘말린 교사에게 불리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행정기관에서 징계 전 단계로서의 대기발령이 보통 두세 달 걸린다. 최종적으로 징계 처분이 날 때까지 2년을 끈 사례도 있다. 다만, 직위해제 기간이 너무 길었다고 하니 앞으로는 조사 기간을 줄이는 것도 고민해 볼 수 있겠다."(전북교육청)

"감사 통보를 한 것은 이번 사건에만 국한된 것이었는데, 처음부터 다 뒤지는 것으로 오해한 게 아닌가 싶다. 다른 학교로 전보 조치를 내린 이유는, 이런 사건이 터졌는데 교원이 학교에 계속 남아있다가는 학부모들 등쌀을 견디지 못한다. 교사 보호차원에서도 이런 조치를 취한다. 심지어 송 교사 자신도 전보 조치에 동의한다고 사인까지 했다."(부안교육지청)

- 송 교사 유족들은 순직 처리, 적어도 교육청의 책임있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교육청과 인권센터 모두 이번 일로 적잖은 내상을 입었다. 돌아가신 분에게는 깊은 애도를 표하지만, 책임소재 따지는 건 별개의 문제다. 공공기관이 한 번 사과하면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조사 과정에서 정말 문제가 있었는지 진상을 가릴 필요가 있다. 차라리 유족이 고소·고발을 해줬으면 한다.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우리가 가진 자료도 모두 내놓겠다. 만약 수사해서 새로운 게 나오고, 행정적으로 개선할 점도 나오면 그때 가서 처리하겠다."(전북교육청)

- 이번 사건으로 교육현장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생기더라도 교육청으로서는 똑같은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교사들에 대한 계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범죄가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듯이 교사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학생들에 손댔다가 처벌받은 사례를 설명해드려도 그것이 본인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각인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교원들의 경우 1년에 두 차례 인권교육 이수를 의무화했지만, 학교 일정 등을 이유로 서류상으로만 받은 것으로 기록될 때도 많다. 교육장에 오는 교원들도 '나를 누가 가르쳐?'라고 생각하는 분이 적지 않다.

체벌만 해도 '하면 안 된다'는 얘기한 지가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잔재가 남아있다. 교원들에 대한 교육은 교육대로 가고, 징계는 징계대로 '투트랙'으로 갈 수밖에 없다."(전북교육청)


태그:#송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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