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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9일 태안성당에서 혼인미사를 올리고 대전에서 신접살이를 하고 있는 아들 내외가 또 한 번 어버이를 보기 위해 지난 주말 태안에 왔습니다. 나는 아들보다 며느리가 더 반갑더군요.

점심을 음식점에서 함께 하고, 오후에는 태안의 명소인 '쥬라기공원'과 '연꽃청산수목원'을 관람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진도 좀 찍었습니다. 나와 아내, 아들과 며느리, 이렇게 네 식구가 함께 하는 시간이 참 행복했습니다.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신혼의 아들 내외와 함께, 내가 미리 짜놓은 일정대로 우리 지역 관광 명소들을 찾아보는 일은, 나를 좀 더 젊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날 27일 오후 아들 내외는 대전으로 돌아가면서 9월 중에 한 번 대전에서 야구 구경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나는 물론 야구 구경도 좋지만, 아들 내외와 함께 하는 그 시간 자체가 고맙고 지레 즐겁게 느껴집니다. 그날이 내게 잘 와주기를 기대합니다.
        
2017년 8월 26일 오후 태안군 남면 '연꽃청산수목원'에서 며느리와 함께
▲ 며느리와 함께 그네도 타고 2017년 8월 26일 오후 태안군 남면 '연꽃청산수목원'에서 며느리와 함께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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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며느리를 흔히 '새아기·새애기'라고 부릅니다. '새로 생긴 자식'이라는 뜻이지요. 직접 부를 때는 '새아가'라고도 합니다. '새아가'라는 이름이 '색시'의 또 다른 이름인지, '새아기야'의 준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말을 절약할 겸 그냥 '애기'라고 부릅니다.

이름을 부르는 것은 며느리에 대한 시아비의 예의가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천주교 세례명인 '아녜스'로 부를까 하다가 그냥 애기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며느리도 그런 시아비의 호칭이 싫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함께 어울릴 때는 내 팔도 잡아주고, 딸아이 같은 행동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새로 생긴 자식'이라는 말이 실감되곤 하지요.

마흔 살 나이에 결혼하여 자식들을 얻고, 일흔이 다 된 나이에 며느리를 보았으니, 며느리가 귀엽고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노년을 살아가는 재미 하나가 덩두렷이 내 앞에 있는 것 같습니다.

2017년 8월 26일 오후 태안군 남면 '연꽃청산수목원'의 억새밭에서 며느리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 억새밭에서 며느리와 함께 2017년 8월 26일 오후 태안군 남면 '연꽃청산수목원'의 억새밭에서 며느리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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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일찌감치 취직해 더 이상 부모가 뒷바라지를 하지 않게 된 것도 고맙고. 일찍 짝을 만나 결혼해 우리 부부에게 '새로 생긴 자식'을 보게 해준 것도 여간 고맙지 않습니다.

내가 이제 능력이 없어 재산을 쌓지 못해 자식들에게 물려줄 재산이 없으니 지레 미안한 마음이기도 합니다만, 우리 부부에게 각자 연금이 있어 노년을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있으니, 하느님께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닙니다. 자식들에게 부모 봉양의 짐을 지우지 않는 것이 큰 다행이라는 생각이지요.

하지만 좀 더 세월이 흐른 후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들과 며느리에게 말했습니다.

"훗날 내가 죽으면 혼자 된 엄마를 너희가 모셔야 한다."

그랬더니 아들은 "그류"라고 대답하고 며느리는 "네"라고 하더군요.

"우리 사돈댁도 새 아들이 하나 생긴 것이니 참 기쁘시겠지. 우리 사돈댁도 내외분이 노년이 되시면 너희가 더 잘 살펴드려야 하고…."

이 말에 며느리가 살짝 미소를 짓더군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둘이 하느님 안에서 변치 않고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겠지요.

하여간 나는 사는 날까지, 며느리가 엄마가 된 후에도 며느리를 '애기'라고 부를 생각입니다. "애기야"라고 며느리를 부를 때는 더욱 사랑스러워지고, 노년을 사는 재미가 좀 더 진해지는 것 같습니다. 내 자랑 같은 글이 역시 좀 쑥스럽고 미안합니다만….

2017년 1월 1일 양가 상견례 후 태안군 남면 몽산포항 해변에서 며느리(자리)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 몽산포항 해변 2017년 1월 1일 양가 상견례 후 태안군 남면 몽산포항 해변에서 며느리(자리)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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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며느리, #새아기, #시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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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 『향수』가 있고, 2012년 목적시집 『불씨』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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