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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는 사회복지팀(사회사업팀)이라는 부서가 있다. 이곳에서는 사회복지사가 다양한 어려움을 가진 환자들을 돕는 일을 한다. 그러나 사회복지팀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병원 안에 이런 일을 하는 곳이 있는지 몰랐다고 한다.
 병원에는 사회복지팀(사회사업팀)이라는 부서가 있다. 이곳에서는 사회복지사가 다양한 어려움을 가진 환자들을 돕는 일을 한다. 그러나 사회복지팀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병원 안에 이런 일을 하는 곳이 있는지 몰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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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서 절박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촘촘한 의료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 사회복지팀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의료사회복지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에 의료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을 소개하고 확충이 필요한 이유를 3차례에 걸쳐 이해하기 쉽게 싣고자 합니다. - 기자 말

월요일 아침, 다른 날보다 일찍 출근을 했는데 사회사업팀에 있는 전화기마다 벨이 울린다. 나는 사회사업팀 의료사회복지사다. 근무복도 갈아입지 못하고 바로 일을 시작했는데 아침부터 수간호사 선생님께서 의뢰하신 환자는 총체적인 어려움을 가진 분으로 사회사업상담이 만만치 않다.

환자는 암 4기. 암이 척추로 전이되어 거동이 불편하고 결핵까지 있어 응급실로 오셨다. 기초생활수급자이고 가족이 없다. 교도소 출소자로 치료과정에 대해 설명할 보호자가 필요하지만 보호자가 전혀 없는 환자로 긴급한 상황이다.

동 주민센터에 연락해서 보호자를 찾아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환자가 거동이 어려워 간병서비스 연계를 해야 하는데 활동성 결핵균이어서 간병지원을 하기가 쉽지 않다. 간병인에게도 결핵균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간병지원을 하는 분께 협조도 구하고 교육도 시키면서 환자와 간병인을 동시에 지지해야 한다. 퇴원계획을 하는 데도 말기암 환자이면서 거동이 불편하니 집으로 갈 수도 없고 전원할 수 있는 병원도 찾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환자와 함께 퇴원 후 삶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 것 같다.

오늘은 이 환자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만 해도 할 일이 태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겨우 근무복을 갈아입고 해결과제를 향해 전화를 걸려고 하는 순간, 두 번째 환자가 사회사업팀으로 오신다.

간호학생의 부축을 받으며 초췌한 얼굴과 굳은 표정으로 대장암 환자라고 하면서 '수술 안하고 집에 간다'고 큰소리를 친다. 겨우 의자에 앉게 하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환자는 노숙자로 사별하였고, 주민등록이 말소된 채 찜질방에서 생활하던 중 새벽녘에 배가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하자 찜질방 이용자들이 119에 연락해 응급실로 오셨다. 급히 수술을 해야 하는데 환자가 돈이 없으니 한사코 수술을 하지 않고 퇴원하겠다고 병동에서 난동 아닌 난동을 부려 환자도 설득하고 병동도 안정시키기 위해 사회사업실로 모시고 온 것이다.

주민등록 재등록을 위해 진단서를 가지고 주민센터에 방문하거나 협조를 얻어야 하고, 건강보험 자격회복을 위해서는 건강보험공단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정말로 보호자가 없는지 구청이나 주민센터에 확인해야 하고 치료비 지원 방법도 찾아야 한다. 그뿐 아니라 환자가 노숙인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듣고 이해하고 자활의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심리적 지지 상담을 하게 될 것이다. 가족이나 사회적 지지체계가 미약하다면 기초생활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퇴원 후에는 보건소 등 지역사회연계망을 통해 환자에게 사회적 지지체계를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수준의 사회복지서비스 있지만, 모르면 이용 불가능

같은 시간, 함께 근무하는 동료 사회복지사에게 의뢰된 환자는 어린 두 딸을 가진 한부모가정의 어머니다. 남편과 교통사고로 사별했는데 가해자가 무면허자여서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했다. 사별한 후로는 친정, 시댁, 형제자매와 모두 연락하지 않고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암 진단을 받아 주위 사람들이 더욱 안타까워하고 있다. 암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일을 하지 못하니 소득이 중단되어 치료비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 환자가 입원을 하면서 집에 있는 어린 자녀들을 보호하는 일과 학교를 보내는 일이 큰 문제여서 본인의 수술보다도 아이들을 더 걱정하고 있다.

환자에게는 입원 중 긴급복지지원을 통해 의료비를 지원하여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돕고 갑작스런 질병으로 생계에 어려움이 생기지 않도록 긴급생계지원도 요청할 예정이다. 입원기간 자녀들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도움을 요청하고, 치료계획을 확인하여 치료 후에 복직이 가능한지 여부를 평가해서 그렇지 못할 경우 장기적인 생활안정을 위해 주민센터에 기초생활보장을 신청하도록 도울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회보장제도에 의해서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대상에게 다양한 수준의 사회복지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는 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내용을 알고 신청을 해야만 이용 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서비스에 대해서 알지 못하거나 대상자가 직접 신청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하다.

갑작스럽게 질병을 진단받고 긴급하게 치료를 진행해야 하는 환자와 가족의 경우에는 이용 가능한 서비스가 있어도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암과 같은 중증질환이나 희귀질환, 갑작스런 사고 등으로 병원을 찾게 되는 절박한 상황에 있는 환자들은 더욱 그렇다.

환자에게 필요한 서비스 제공 돕는 의료사회복지사

갑작스럽게 질병을 진단받고 긴급하게 치료를 진행해야 하는 환자와 가족의 경우에는 이용 가능한 서비스가 있어도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
 갑작스럽게 질병을 진단받고 긴급하게 치료를 진행해야 하는 환자와 가족의 경우에는 이용 가능한 서비스가 있어도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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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는 사회복지팀(사회사업팀)이라는 부서가 있다. 이곳에서는 사회복지사가 다양한 어려움을 가진 환자들을 돕는 일을 한다. 그러나 사회복지팀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병원 안에 이런 일을 하는 곳이 있는지 몰랐다고 한다. 서울에 있는 몇 개의 대형병원을 제외하면 전국에 있는 종합병원 이상 병원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수는 평균 1.6명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마디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다. 사회복지사들은 절박한 상황으로 인해 삶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더욱 많은 환자와 가족을 돕고 싶지만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현재로서는 어려움 많다.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한 각계각층의 이해와 요구가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촘촘한 의료안전망을 만들어서 한 사람이라도 질병으로 인해 삶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전제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병원 내에 사회복지팀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에 적극 찬성한다. 이것이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정책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과정에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병원 내에 사회복지사 인력이 확충되어 도움이 필요한 환자와 가족들이 치료가 필요한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도움으로써 그들이 다시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황복순씨는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사회사업팀장이자 의료사회복지사입니다.



태그:#의료사회복지사, #문재인 정책, #환자 지원, #의료복지,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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