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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자유 글쓰기

글을 쓰겠다고 맘먹기가 어려워 그렇지 사실 쓰기 시작하면 금세 별거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런데 그 글을 써보겠다고 맘먹기까지가 말처럼 쉽지 않다. 왜 그럴까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자.
 글을 쓰겠다고 맘먹기가 어려워 그렇지 사실 쓰기 시작하면 금세 별거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런데 그 글을 써보겠다고 맘먹기까지가 말처럼 쉽지 않다. 왜 그럴까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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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겠다고 맘먹기가 어려워 그렇지 사실 쓰기 시작하면 금세 별거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런데 그 글을 써보겠다고 맘먹기까지가 말처럼 쉽지 않다. 왜 그럴까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자.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글 쓰는 행위를 아무나 할 수 없는 특정인의 전유물로 생각한다. 글쓰기 강의에서 수강생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열에 일고여덟은 글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아주 특별한 사람(잘난 사람)의 특별한 행위로 생각했었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평상시의 생활이 글을 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읽는 것과 거리가 멀다면 '글'이라는 낱말조차 무척 낯설다. 읽지도 않는데 하물며 '쓴다'는 것은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글 한번 써보라고 권유하면 반응은 한결같다.

"아휴! 글과는 담쌓고 사는데, 글은 무슨, 얼어 죽을!"

안 쓴다고 해도 될 걸 굳이 '얼어 죽을'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동원하여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나의 이 연재글을 찾아서 읽고 있는 당신은 약하게나마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 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실 얻을 게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재미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글쓰기에 관한 이 실용적인 글을 읽을 턱이 없으니까.

글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해도 글을 쓰기로 맘먹기까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다. 무작정 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서 썼더니, 무척 잘 써졌고, 급기야 책으로까지 냈고, 그리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런 신화를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아니 과연 단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 싶다.

특히 시나 소설 같은 문학이 아닌 바엔 더더욱이 어느 날 갑자기 쓰고 싶은 충동을 느껴 쓰기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어떤 계기가 주어져서 글쓰기를 시작했다가 "할 만하네" 싶어 계속 쓰고, 쓰다 보니 재미를 붙여 취미로 발전한다. 그러다 어떤 사람은 취미를 넘어 아예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전문 글쟁이로 변신한다.

다른 분야의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스로 만들든, 누군가에 의해서 주어지든, 그 일을 어쩌다 한 번 해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또 할 만하다고 여기게 되어 관심을 갖게 되고, 그 관심은 그 일을 계속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로 맘먹기까지는 한 번이라도 글을 써보게 하는 계기가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계기는 밖에서 누군가에게서 주어지는 경우가 가장 좋다. 거부할 수 없는 약간의 강제성이 부여된 글쓰기라면 더욱 좋다. 싫더라도 숙제하듯 억지라도 글을 쓸 것이고, 이왕이면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려 할 것이다. 그 계기를 준 사람에게 적어도 부끄럽지는 않은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이건 능력과는 무관하게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바람이나 욕심이다. 수치심을 느끼길 좋아할 사람은 없다. 이럴 때 자신이 글을 써본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써야 해서 쓸 뿐이지만 오직 창피함까지 물리쳐야 하는 이중고와 씨름한다.

그런데 이 수치심을 면하려는 의지는 신기하게도 의외의 능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다 쓰고 나서 읽어보면 정말 내가 쓴 글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잘 써진 경우가 많다. 이러면 그때부턴 자신이 글 쓰는 재질을 타고 났다고 생각하며 약간 우쭐할 수도 있다.

글쓰기를 시작할 땐 어떤 계기로 시작했다가 의외로 괜찮을 글을 쓰고 난 후의 우쭐함 같은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 일을 계기로 또 쓰게 되고, 쓰기를 거듭하다 보면 어느새 글이 나 자신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늘 달고 살게 된다.

물론 글쓰기가 도무지 체질에 맞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어쩌다 한 번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평양 감사도 제 싫으면 할 수 없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맘에 들든 안 들든' 일단 끝까지 써보는 것

그럼 누군가에 의해서 글을 써볼 계기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 스스로 만들면 된다. 써보고 싶은 충동 같은 게 있으면 좋겠지만 충동을 느낄 때까지 기다릴 것 없다. 그냥 한 번 써보는 거다.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지금 무조건 컴퓨터 앞에 앉거나, 컴퓨터가 가까이 없으면 핸드폰 '메모' 앱에라도 톡톡 써보자. 종이와 연필이 가까이 있다면 손글씨로 쓰는 것도 좋다.

그런데 약간의 강제성이 없어서 자칫 시작만 하고 곧 포기하거나 쓰다가 중도에 그만둘 우려가 상당히 높다고 생각되면 걱정할 것 없다. 스스로 강제성을 만들면 된다. 가족이나 주변의 지인들에게 글을 쓰고 있는데, 다 쓰고 나면 한 번 봐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이럴 경우 가끔 지인들에게 보여주겠다고 한 것이 부담감으로 작용하여 되레 글쓰기를 방해할 수 있다. 이해한다. 바깥에서 주어지든 스스로 만들든 강제성은 부담감이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무조건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단 끝까지 가보는 것이다. 맘에 들든 안 들든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한 줄이든 열 줄이든, 한 장이든 내가 의도한 만큼의 양을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인들에게 보여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다 쓰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 약속이니까 당연히 보여주어야겠지만, 만에 하나 약속을 어긴다 해도 시쳇말로 죽을죄를 짓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당신이 쓰고자 하는 글쓰기가 어디 공모전에 낼 글인가, 아님 누군가가 어떤 일을 위해 활용해야 하는 글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대로 대응하면 되겠지만, 지금 우리가 시작하는 글쓰기는 먹고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다. 그래서 한 번 써보는 것이다.

자, 그럼, 무작정 쓴다고 하더라도, 이제 문제는 무얼 쓸 것인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도 고민할 것 없다. 지금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소재로 삼으면 된다. 주제와 같은 것은 생각도 하지 마라. 문법 따윈 더더욱 생각하지 마라. 이런 것들은 일단 글쓰기에 입문하고 난 다음에 생각해도 충분하다. 지금은 두서없더라도 머리에서 떠오르는 대로 써보자. 뭘 쓰겠다고 의도하지 마라. 정말로 머리가 생각하는 대로 손은 글자를 쓰는 역할만 해보라.

그런데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한 가지 주제로 수렴되게 마련이다.

글쓰기를 시작할 때 뭘 의도하고 쓰게 되면 될 일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자꾸 그 주제가 생각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할 때는 '자유 글쓰기'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글자로 써보자. 이 연재 처음에 말했듯이 카톡 하듯 써보자. 그것이 바로 당신이 글쓰기에 입문하는 가장 빠르고 좋은 지름길이다. 지금 당장 시작해보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조성일의 글쓰기 충전소'에도 포스팅했습니다.



태그:#자유 글쓰기, #일단 뭐든 써라, #글쓰기, #자서전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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