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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26일 1면에 ‘한국 경제, 정치가 만든 창살에 갇혔다’는 제목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 선고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26일 1면에 ‘한국 경제, 정치가 만든 창살에 갇혔다’는 제목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 선고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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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씨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각각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습니다.

재판부는 삼성 승계 문제와 관련해 '삼성물산 합병은 이재용 지배력 강화와 관련이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도 삼성의 승계작업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특경가법상 횡령', '특경가법상 재산 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혐의는 일부 유죄, '국회 위증' 혐의는 유죄를 받았습니다.

실형이 선고되었지만, 일각에선 징역 5년이란 1심 선고 형량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일보와 경제지들의 생각은 달라 보입니다.

'정치가 만든 창살에 한국 경제가 갇혔다'는 중앙일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가 나온 다음 날인 26일 중앙일보는 1면에 <한국 경제, 정치가 만든 창살에 갇혔다>는 제목으로 '형량이 과도하다'는 내용의 비판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중앙일보는 '결정적 물증 없이 유죄 선고 논란'이라며 마치 이재용 부회장이 부당한 판결을 받은 것처럼 보도합니다. 또한, '재계, 정권 요구 거부 힘든 게 현실'이라며 경영권 승계는 쏙 빼고 권력에 희생당했다며 억울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중앙일보는 2면, 3면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 관련 기사로 채웠습니다. 중앙일보는 4면에 <창업 79년 초유의 오너 부재.. 미래 결정할 대형투자 스톱>라는 제목으로 '수조 원의 대형 투자가 중단되고 글로벌 이미지도 나빠진다'라며 마치 글로벌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식으로 보도합니다.

경제지, 일제히 이재용 옹호 기사 쏟아내

한국경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로 애플,구글 등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로 애플,구글 등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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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신문들도 일제히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징역 5년이 안타깝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1면에 <이재용 1심 징역 5년..'기업한 죄' 충격 빠진 재계>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소제목으로 '대통령이 불러서 갔는데 뇌물죄라니'의 문장을 넣어, 마치 이재용 부회장은 죄가 없고 억울하다는 투로 기사를 서술했습니다.

서울경제도 1면에 <이재용 징역 5년.. '뉴 삼성' 꿈, 결국 길 잃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고 '글로벌 기업 삼성은 법치에 갇혔다'고 보도합니다.

한국경제는 5면에 <삼성, 리더십 공백 장기화.. 글로벌 신인도. 브랜드 가치 급락 우려>라는 기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징역으로 '애플, 구글 등 경쟁사들 반사이익 희색'이라고 보도합니다. 마치 이 부회장의 선고가 한국 경제를 무너뜨린다는 뉘앙스입니다.

이처럼 경제지는 마치 이재용 부회장의 징역형으로 한국 경제가 흔들리고 무너질 수 있다며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삼성 주가, 이재용 1심 선고에도 큰 영향 없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이후 계속 상승했으며, 1심 선고에도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이후 계속 상승했으며, 1심 선고에도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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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의 1심 선고로 한국 경제가 흔들린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쉬운 예로 삼성그룹의 주가를 살펴봤습니다. 가장 크게 요동친 주식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호텔신라'였습니다. 그마저도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하고 관여하는 삼성전자는 전날 대비 1.05% 소폭 하락했고, 삼성물산도 1.48% 하락에 그쳤습니다.

'호텔신라'와 '호텔신라우선주'는 이 부회장의 1심 선고로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가 삼성 경영권의 공백을 메우게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 심리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재용 부회장과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가 관여하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호텔신라를 제외한 다른 삼성그룹 주식은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삼성생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각각 1.69%, 5.42%, 2.79%, 0.72% 상승하며 마감됐습니다. 중앙일보와 경제지가 한국 경제가 무너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주식과 경제 상황을 보면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마피아식 경영은 옹호가 아닌 청산의 대상이다

대한민국 경제에서 대기업은 처벌의 대상이 아닙니다. 대기업을 마치 자신의 개인 재산처럼 마음대로 경영하는 재벌 오너 일가의 범죄 행위가 처벌 대상입니다.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은 범죄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사법 정의'입니다. 징역 5년은 삼성그룹 오너 최초의 1심 징역형 선고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형량이 낮은 부분이 2심에서 제대로 선고될지를 주목해야 합니다.

아직도 재벌오너 일가의 범죄 때문에 대기업이 무너진다는 '마피아식' 경영을 옹호하는 언론이 있기에 경제사범의 형량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언론이 해야 할 보도는 경제를 흔드는 '공포감 조성' 기사가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재벌 오너가 없어도 대기업은 문제없다는 팩트를 알려주는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삼성주가, #이재용 1심 선고, #중앙일보, #경제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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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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