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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5년형을 선고 받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5년형을 선고 받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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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5일, '세기의 재판'이라 불렸던 삼성 뇌물죄 재판 1심에서 사법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죄를 비롯한 5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임원 두 명에게도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당초 특검은 이재용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하고 뇌물 혐의 금액을 433억 원으로 보았으나 이번 1심에선 64억 원만 뇌물로 인정했고, 형량 역시 대폭 줄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법원은 뇌물,횡령, 재산국외도피 등 기소된 5개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형량은 유죄판단 시 받을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과거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호남고속 운전기사는 회사에 고작 2400원을 미납했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횡령 혐의를 인정해 '해고 정당' 판결을 내린 사실을 상기해보면, 그리고 이재용과 삼성 수뇌부 인사들이 사회 상층계급 인사들로서 '3대 세습'을 위해 자행한 그 죄질 및 범죄 사실이 사회 전체에 미친 악영향을 고려하면, 특검이 구형한 징역 12년도 적은 형량이다.

그런데 5개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징역 5년을 선고한 것은,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사법 불평등'의 현실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인가? 그야말로 촛불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일시적으로 '떠밀려', 혹은 삼성 수뇌부가 저지른 범죄사실이 덮어주고 싶어도 봐주기에는 너무 심각한 수준이라 어쩔 수 없이 내린 판결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이재용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우리의 모습이 처량해지는 날이다. 이는 그동안 '삼성 예외주의'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강력하게 지배해왔는가를 웅변한다. 최근 공개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문자메시지를 보면, 그동안 삼성이 우리사회의 실질적 지배자로서 어떻게 여론을 조작하며 기득권과 지배를 강화해왔는가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8월 25일 삼성 직업병 피해자 단체 '반올림'의 기자회견문에 나와 있듯 아직 우리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사용자 책임을 회피한 죄, 무노조전략으로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노조파괴를 자행한 죄, 노동자 건강권을 박탈하고 산업재해를 은폐한 죄, 직업병 문제를 외면하며 산재 피해자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을 준 죄, 언론장악으로 민주주의 기본 사회질서를 파괴한 죄" 등은 묻지도 못했다. 오히려 이렇게 삼성이 대다수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향해 저지른 범죄야말로 진정 중대범죄일 것이다. 이 대목에서 오늘 1심 판결에 대한 반올림 논평문의 일부를 인용해본다.

"故 황유미님(삼성 직업병 피해자)의 아버지 황상기님은 '이재용과 삼성수뇌부가 재판을 받는 것은 직업병 문제 때문은 아니지만, 삼성직업병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억울한 판결이다. 이재용이 박근혜, 최순실에게 준 수백억 뇌물은 피해자들 치료하고 보상해주었어야 할 돈이고,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다. 이 돈으로 뇌물을 주고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받았던 것이다. 온 나라를 혼탁하게 해 온 삼성재벌총수에게 겨우 징역 5년이라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고 아쉬움을 표했다.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님의 어머니인 김시녀님은 판결소식을 듣고 '이재용 15년, 최지성·장충기 10년은 받아야 마땅하다. 우리가 아는 것만 해도 삼성에서 일하다 병들고 죽어간 사람이 수백 명이다. 삼성은 살인기업이다. 지난 겨울 온 국민이 촛불을 들어 이재용을 구속까지 시켰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작금의 촛불혁명이 점진적이지만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 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겠지만, 이 분들이 아직까지 외면받고 고통 받고 있는 이상 '명실상부한 촛불혁명'은 여전히 요원한 과제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겨울 시작된 촛불혁명의 정신은, 죄를 저지른 자는 자신의 계급이나 권력의 보유 여부에 관계 없이 누구나 죄질에 걸맞은 합당한 죄값을 치러야 하며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억울함을 겪지 않는 사회를 지향한 데 있었다. 우리는 이 점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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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시민. 사실에 충실하되, 반역적인 글쓰기. 불여세합(不與世合)을 두려워하지 않기. 부단히 읽고 쓰고 생각하기. 내 삶 속에 있는 우리 시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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