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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다니던 시절 성소수자인 한 친구에겐 특이한 버릇이 있었다. 그는 새학기가 시작하기 전 수강 신청을 할 때면 자신이 들으려는 수업의 교수가 교회를 다니는지 늘 체크했다. 구글에 교수의 이름을 검색하기도 했고, 주변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궁금증에 못 이겨 이유를 묻자 친구는 그 교수가 교회에 다닐수록 성소수자를 혐오할 확률이 높아서라고 답했다.

솔직히 처음엔 유난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기독교인이라고 모두 성소수자의 존재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딱히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고 혐오하지 않으리란 법도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친구는 일말의 위험도 남겨두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실수로 퀴어퍼레이드에서 산 굿즈라도 들고 갔다간 무슨 일이 벌어지겠냐고 말했다.

나는 학교를 떠나는 날까지도 그의 걱정이 기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후 몇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대학 내 성소수자 운동은 큰 성장을 이루어 냈다. 하지만 소수자들의 존재가 가시화될수록 이를 억누르려는 혐오의 목소리도 기승을 부렸다. 교육자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서강대에서는 한 교수가 성소수자 동아리의 현수막을 훼손하고 이 때문에 경찰 조사까지 받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보다 더 전에는 부산대 길원평 교수가 성소수자의 존재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혐오 대자보를 캠퍼스에 부착해 논란이 일었다.

이 같은 혐오 행위는 지난 10일 2204명의 교수들이 '동성애와 동성혼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며 정점을 찍었다. 그 다음 날, 서강대 학생 2명은 장준규 육참총장 앞에서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징계를 논하는 자리에 참석해야 했다(관련 기사 : 기습시위 몇 초 했을 뿐인데... '징계' 꺼낸 서강대). 연달아 벌어진 두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 인권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동성애 ㆍ동성결혼 개헌 반대 전국교수연합 소속 교수들이 1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동성애(성적지향) 차별금지가 포함된 헌법개정을 절대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성애 ㆍ동성결혼 개헌 반대 전국교수연합 소속 교수들이 1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동성애(성적지향) 차별금지가 포함된 헌법개정을 절대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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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의 혐오 행위는 왜 문제인가

어쩌면 익숙하게 반복되어온 혐오의 풍경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교육자들이 우르르 나서 이 같은 행동을 저지른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특히나 한국 사회에서 대학 교수가 지니는 사회적 지위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학자로서 이들이 얻은 신뢰가 결국 혐오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장 학교에서 이들의 수업을 들어야 할 학생들, 특히 성소수자들을 떠올려 보자. 과연 그들이 안심하고 이 교수들의 강의를 신청할 수 있을까? 아무렇지 않게 대학을 다니고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일이 가능할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의 존재를 부정하고 동등한 권리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사람을, 심지어 교수와 학생이라는 불평등한 권력 관계 속에서 마주해야 하는 일이 누가 달가워 하겠는가.

교수들의 잇따른 혐오 행위는 성소수자 학생들에게 큰 불안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걱정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누군가는 수업에 참석했다가 원치 않는 혐오 발언을 마주하고 불필요한 상처를 받게 될까 우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과연 학생들이 필요한 순간에 성소수자로서의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과제물이나 시험지에 적어내는 일이 가능할까.

어쩌면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이 드러났을 때, 학점이나 교내 활동에 있어서 불이익을 얻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물론 그 교수를 피하면 그만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그 학생이 한 사람의 교육자 때문에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됨을 의미한다.

 조지 타운 대학이나 퍼듀 대학, 산타아나 대학은 학교 규정으로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을 포함한 차별과 혐오 행위를 금지하는 자체적인 규정을 가지고 있다.
 조지 타운 대학이나 퍼듀 대학, 산타아나 대학은 학교 규정으로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을 포함한 차별과 혐오 행위를 금지하는 자체적인 규정을 가지고 있다.
ⓒ 퍼듀대학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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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교육권을 위한 외국의 사례

교수들의 성소수자 혐오 행위는 단지 불쾌한 일탈의 수준을 넘어선다.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교육권이 침해될 위험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해당 대학들이 이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길 요구한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외국의 경우 인종과 종교,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한 교직원이 징계를 받거나 해고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가령 2010년 일리노이 대학교는 케네스 하우웰 교수가 학생들에게 '동성애는 비도덕적이다'라는 내용의 강의를 한 이유로 그를 해고했다. 2015년 캐나다의 세인트 루이스 대학도 성소수자 혐오 표현을 한 교수에게 같은 동일한 결정을 내렸다. 같은 해 마퀘트 대학에서도 똑같은 일이 발생했는데, 심지어 이 학교는 가톨릭 기반 대학교였다.

또한 외국의 경우 혐오 행위를 규제하는 것을 넘어서 대학이 적극적인 성소수자 보호 시스템을 갖춘 경우도 있다. 가령 조지 타운 대학이나 퍼듀 대학, 산타아나 대학은 학교 규정으로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을 포함한 차별과 혐오 행위를 금지하는 자체적인 규정을 가지고 있다. 이들 대학은 해당 규정이 동등한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미국의 인권 단체인 HRC(Human Rights Campaign)는 성소수자들이 차별과 혐오로부터 안전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안전 지대 프로그램(Safe Zone program)'을 배포하고 있으며 많은 대학 구성원들이 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당사자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지원에 나서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부당한 학생 징계를 철회하라 서강대가 장학위원회를 열어 성소수자 차별 반대 시위를 벌인 학생들의 징계여부를 논의하자,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손팻말 시위를 벌였다.
▲ 부당한 학생 징계를 철회하라 서강대가 장학위원회를 열어 성소수자 차별 반대 시위를 벌인 학생들의 징계여부를 논의하자,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손팻말 시위를 벌였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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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교육 기관의 의무를 다하길 바라며

외국 대학들의 사례는 놀라운 수준이지만 국내로 눈을 돌리면 아쉽기 그지없다. 한국의 대학들은 대부분 성소수자를 보호하는 규정을 갖추긴커녕 구체적인 혐오 행위에 대한 대응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매해 반복되는 성소수자 동아리의 자보 훼손 사건이나 공동체를 향한 혐오 표현에 대한 대책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해외의 경우 아예 입학 지원서에서부터 학생들의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을 질문하고 필요한 도움을 전달하려 하기도 하지만 국내에선 성소수자 학생들의 학교 생활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는 경우가 드물다. 심지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서강대에선 육군 내 성소수자 군인 색출·탄압 사건에 맞서 목소리를 낸 학생들의 징계가 추진되기도 했다.

나는 4년 가까이 대학을 다녔고, 매 학기마다 등록금을 납부했다. 학교는 내게 성소수자인지 질문하지 않았고 등록금을 덜 받지도 않았다. 모두가 똑같은 시험과 면접을 보고 그 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왜 학교 생활을 하며 위축되지 않을 권리, 자유롭게 수업을 선택할 권리, 혐오와 차별에서 자유로울 권리는 동등하게 부여되지 않을까.

교직원들과 교수들의 혐오 발언과 캠퍼스 내의 성소수자 차별과 배제에 대한 대학들의 책임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이들이 교육 기관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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