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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2월 서울의 한국씨티은행 지점 모습.
 2013년 12월 서울의 한국씨티은행 지점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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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개 영업점을 90개로 줄이는 데 앞장선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올해 상반기 8억 원이 넘는 상여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행장은 올해 상반기에 이런 상여금까지 포함해 총 11억 원에 가까운 보수를 받았다.

지난 14일 한국씨티은행(아래 씨티은행)이 공개한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박 행장은 10억81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기본 급여 2억4000만 원과 성과에 따른 상여금 8억4100만 원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씨티은행은 반기 보고서를 통해 상여금 지급 이유에 대해 "디지털, 모바일을 통해 비즈니스 혁신을 이끌고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BIS비율을 높게 유지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은행은 "급변하는 금융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의 장기 전략을 제시하고 단계적인 절차로 이행한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는데 이는 지난해 보고서엔 없었던 내용이다.

상여금 오른 이유는 점포 폐쇄 담은 '소비자 금융 전략' 덕분?

이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 발표한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과 관련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씨티은행은 고객의 80%를 디지털 채널 적극 이용자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전략을 제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씨티은행지부는 "126개 지점을 25개만 남겨두고 사실상 폐점하기로 한 전략"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었다. 노조는 내부자료를 공개하고, 은행이 소비자금융 전략에 의해 자산관리(WM)센터 5개 지점을 포함한 25개 지점만 남기고 모두 폐쇄한다는 계획을 안내했다고 밝혔었다.

실제 박 행장의 상여금은 1년 만에 2억8200만 원이나 올랐는데 이런 점포 폐쇄 전략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박 행장은 지난해 상반기에 급여 1억9200만 원과 상여금 5억5900만 원 등 총 7억51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는데 올해에는 이보다 3억3000만 원이나 더 받은 것이다.

이 같은 박 행장의 보수는 다른 시중은행장들보다도 2배 가까이 높다. 올해 상반기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3억3400만 원의 상여금을 포함한 총 6억43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또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6억1100만 원,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5억5400만 원, 조용병 전 신한은행장은 5억1900만 원 등의 보수를 지급 받았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시중은행장 가운데 가장 적은 5억 원 이하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 줄었는데 은행장 보수 늘고 직원 보수는 줄어

또 작년보다 보수가 크게 오른 박진회 씨티은행장과 달리 씨티은행 직원들의 소득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은행 직원 1인당 평균보수는 지난해 상반기 5000만 원에서 올해 상반기 4900만 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신한, 국민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의 직원 평균보수는 소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상반기 급여는 그 전해의 성과를 반영해 지급하게 되는데 2015년에 비해 2016년에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이 늘자 이를 직원들에게 일부 돌려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씨티은행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2015년 2793억6700만 원에서 지난해 1567억7100만 원으로 감소했고, 직원들의 소득도 줄었다. 하지만 박 행장의 보수는 오히려 크게 늘었다.

현재 씨티은행은 올해 초 발표한 소비자 전략에 따라 영업점 폐쇄를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전체 126개 영업점 가운데 90개 지점을 올해 안에 정리한다는 것이 은행 쪽 방침이다. 당초에는 101개 지점을 없앨 예정이었지만 금융노조와 여당이 적극 반발하자 조금 덜 줄이기로 한 것이다. 씨티은행은 7월 말 기준 35개의 지점을 정리했고, 이달 말까지 추가로 22개 지점을 폐쇄할 계획이다.

금융권 일부에선 박 행장의 높은 상여금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호재 금융노조 씨티은행지부 부위원장은 "점포폐쇄 전략으로 고객이 급격히 줄거나 수익이 악화한다면 은행장은 전략 실패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소비자에게 불편을 끼치고, 그 공과로 상여를 추가적으로 받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씨티은행의 점포폐쇄 문제에 대해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전형적인 기업 이기주의의 표본"이라며 "은행 성장에 기여한 소비자에 대한 배려는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박 행장의 고액 상여금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반기보고서) 공시에 있는 내용을 근거로 적정하게 책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그:#씨티은행, #박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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