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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미 간 일련의 설전과정에서 북한의 위협타격 대상으로 거론된 괌은 '미국의 군사전략적 요충지'보다는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세계적 관광지라는 설명이 더 어울리는 섬이다. 서태평양 마리아나 제도의 또 다른 섬 사이판 역시 아름다운 해변으로 잘 알려진 유명 휴양지이다.

그러나 이 섬들은 그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부터 상상하기 어려운 처절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16세기 들어 서구에 알려진 이후 오랜 시간 스페인의 통치를 받으며 원주민들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피할 수 없었고, 특히 20세기 들어 제국주의 전쟁의 격전지가 되면서 처참하게 찢기고 부서졌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지금도 그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 뒤로 곳곳에 깊은 상흔이 남아 있다.

제주 해녀의 슬픈 역사 그리고 4.3

우리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지 제주 역시 오랜 세월동안 찢기고 짓밟힌 통한의 기억들이 깊은 슬픔으로 남아있다. 지난 2016년 11월 유네스코에 그들의 기술과 문화(Culture of Jeju Haenyeo)가 한국의 19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해녀 역시 통한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을 통해서 살펴보면, 제주해녀문화는 탐라인들이 제주에 정착하게 되면서 생존수단으로 자연스럽게 생겨났을 거라 추측된다. 고려사에 가장 오래된 해녀의 기록이 남아있는데, 초기에는 당연히 남녀구분없이 채취 작업이 이뤄졌다.

그러나 제주의 남자들이 뱃일과 각종 국가의 군역에 동원이 되고, 공물로 전복을 바치라고 요구하는 국가의 독촉에 많은 제주여성들이 주로 이 작업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17세기에 들어서 인조는 제주인들의 육지출입을 금하는 출금령을 내린다. 국가의 과도한 세금을 견디지 못한 제주인들이 육지로 몰래 도망오는 일이 잦아지게 되면서 내려진 명령이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제주의 남자들은 군역을 비롯한 나라일에 동원이 되고 해녀들이 세금으로 바치는 전복공물을 도맡았다. 조선 영조때 제주도에 귀양을 온 조관빈이 쓴 글에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해녀들은 추위를 무릅쓰고 잠수하여 전복을 따는데 공물로 바칠 양이 차지 않으면 관청에 끌려와 매를 맞는다. 그래서 무리하게 물질을 하다가 낙태를 하는 수도 있다고 한다."

국가라는 이름의 수탈로 힘겨운 삶을 이어가던 제주민들 역시 우리 현대사 속 이념 전쟁의 참화를 피할 수 없었다. 1947년 삼일절 기념식에서 어린 아이가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치이는 사고가 생기고, 당시의 미군정 경찰은 이에 항의하던 군중을 향해 발포하여 6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는다. 이를 기점으로 발화된 제주민중의 항쟁을 진압하게 위해 이승만 정부는 1948년 10월 11일 군 병력을 투입했고 이 과정에서 진압군에 의해 1만 4천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당시의 계엄군에게 수많은 제주민들이 학살되었고, 휴전 이후 1954년에 이르러서야 이 잔혹했던 사건은 막을 내렸다.

이후의 독재권력은 민간인 학살을 둘러 싼 진실을 은폐하려 했지만 결국 사건 발생 50여년 만에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바다를 사이에 두고 처절했던 전쟁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던 제주 역시 온갖 풍상(風霜)을 온 몸으로 안으며 지금의 슬픈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한반도에 두 번 다시 전쟁은 없다

21세기의 전쟁은 이제 타격대상의 원근(遠近)여부가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 전쟁이 발발함과 동시에 이루어질 몇 차례의 공방만으로 전 국토가 초토화 될 수도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인들은 언론을 통해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그들은 마치 RPG게임의 전략을 설명하듯 전쟁 발발시 진행될 시나리오를 가열차게 설파한다. 그 과정에서 죽어나갈 수많은 생명들은 심지어 고려조차 않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최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덩케르크'에서 프랑스 해안에 고립된 젊은 병사들을 구하러 자신의 고기잡이배를 끌고 나선 영국의 한 어부는 말한다. "왜 정치인들의 탁상머리 다툼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어야 하는가?" 그의 아들 역시 이미 전사했고, 아버지는 아들 또래의 다른 자식들을 구하기 위해 전선으로 향한다.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지만 최근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주변국들의 긴장상태는 장기화 될 것이다. G2로 떠오른 미국과 중국은 끊임없이 충돌할 것이고 러시아와 일본 역시 이에 가세할 가능성이 높다. 그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한반도의 지정학적 딜레마이자 비극이다. 그래서 우리가 더욱 주도적으로 평화의 키를 쥐고 있어야 한다.

'코리아패싱' 운운하며 현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국제정세를 끌고 갈 힘을 비축하는 것 역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행할 많은 과제 중에 전쟁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비롯해서 수차례에 걸쳐 "한반도에 또 다시 전쟁은 없다."고 선언했다. 세계의 지도자들이 한 목소리로 "지구상에 이제 더 이상 전쟁은 없다."고 선언해야 한다. 확인할 순 없지만 이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행성일지도 모르는 지구를 결딴낼 어떠한 권리도 우리 인류에겐 없다. 호모사피엔스의 선택지에서 전쟁은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그것이 지구라는 별을 터전으로 살고 있는 우리 인류에게 주어진 마지막 의무이다.


태그:#괌 포위사격,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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