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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북구 산격동 호텔인터불고 1층에 있는 사후면세점 '비채' 대표가 입점업체들의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고 잠적해 상인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대구시 북구 산격동 호텔인터불고 1층에 있는 사후면세점 '비채' 대표가 입점업체들의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고 잠적해 상인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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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사후면세점'을 운영하는 대표가 입점 업체의 보증금과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잠적해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소규모 영세자영업체들인 입점업체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나섰다.

대구시 북구 산격동 호텔인터불고 엑스코 1층에 입주해 있는 점포주들에 따르면, 사후면세점 운영업체인 ㈜비채 대표 신아무개(48)씨가 보증금과 1년 4개월 치의 물품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연락을 끊었다.

사후면세점은 허가제인 '사전면세점'과 달리 관할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영업할 수 있으며, 외국인이 물건을 사고 출국할 경우 공항에서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를 돌려주는 면세 판매장이다. 신씨는 지난 2015년 10월, 사후면세점을 개장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 등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자, 비채는 호텔인터불고에 730㎡의 공간을 임대해 60여 개의 업체를 유치하고 명품전문관과 화장품 전문매장 등의 영업을 시작했다.

입점 업체들은 비채와 2년 단위로 판매위탁 계약을 맺고 200만 원에서 3000만 원까지의 입점 보증금을 납부한 뒤 물품을 공급해 왔다. 입점업체 중에는 경상북도 우수업체 브랜드인 '실라리안'도 포함돼 있다.

비채는 입점업체들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아 판매하면서 판매액의 20-30%를 수수료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간을 임차해준 호텔 측에는 '판매금액의 8%를 임차료로 지급하고 1달에 5000만 원 미만의 매출액이 발생할 경우 500만 원의 임대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입주업체들에 따르면, 입주 당시에는 점포주들에게 판매대금이 꼬박꼬박 입금이 됐지만 지난해 5월부터 갑자기 입금이 되지 않았다. 이유를 묻는 점포주들에게는 신씨가 "다른 사업을 준비 중이어서 조금 늦어진다"거나 "호텔을 인수하고 전문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해 바쁘게 일하느라 입금이 늦어졌다"고 말해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채는 최근 호텔에도 임차료를 지급하지 않아 단전이 되면서 사실상 영업이 중단됐다. 물품대금이 지급되지 않고 영업도 중단되자, 입점업체 절반 이상은 물품을 빼내가면서 현재 매장은 텅 비다시피 썰렁하다.

대구시 북구 산격동 호텔인터불고 1층에 있는 면세점 간판. 사후면세점을 운영하는 대표가 입점업체들의 보증금을 내주지 않고 잠적해 피해가 예상된다.
 대구시 북구 산격동 호텔인터불고 1층에 있는 면세점 간판. 사후면세점을 운영하는 대표가 입점업체들의 보증금을 내주지 않고 잠적해 피해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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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에 화장품 등을 납품했던 임아무개씨는 "신씨가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중국관광객을 유치해 도와주기 때문에 매출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면서 "부산에도 사후면세점을 또 낼 것이라며 보증금을 부산에 있는 은행 계좌로 입금하도록 해 찰떡같이 믿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우리는 전부 영세 중소기업이고 사업장도 대구뿐 아니라 서울과 부산, 창원, 대전 등 전국에 흩어져 있다"며 "판매대금이 입금되지 않아 매장에 와 보니 텅텅 비어 있고 호텔에서도 명도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스포츠안경을 납품했다는 이아무개씨는 "보증금 500만 원을 내고 2016년 1월 입점했다"면서 "1년 이상 판매대금이 입금이 되지 않아 전화를 하니까 대표가 자꾸 미루더라. 매장에 와 보니 손님이 한 사람도 없어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매장을 오픈할 때 신씨와 공동대표였던 정치인 S씨가 주도적으로 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며 "개장식 때는 정치인도 오고 계약서에도 호텔 이름이 들어가 있어 믿고 납품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황당해 했다.

현재까지 입주업체들이 받지 못한 보증금과 판매대금을 합치면 10억 원 정도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입주업체 대표들은 지난 16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피해 규모에 대한 확인작업에 나서는 한편, 신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대구의 한 호텔 1층에 마련된 사후면세점 대표가 보증금과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잠적해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매장에는 입점업체들이 제품을 수거해가 텅 비어있다시피 하다.
 대구의 한 호텔 1층에 마련된 사후면세점 대표가 보증금과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잠적해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매장에는 입점업체들이 제품을 수거해가 텅 비어있다시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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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 대표인 신씨는 현재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대신 매장을 지키고 있던 직원은 "지난해 7월 정부가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하자 중국 관광객들이 끊기면서 어려워졌다"며 "대표가 부도를 내지 않고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신씨와 함께 사후면세점 공동대표로 있었던 S씨는 "나도 신씨에게 수억 원의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피해자"라면서 "신씨가 투명하게 회계처리를 하지 않는 등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지난해 1월 관계를 정리했다"고 말했다.

공간을 임대해준 호텔 측 관계자도 "이 큰 공간을 내줄 때는 수수료를 많이 받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우리도 임대료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면서 "제품이 빠지면서 유령처럼 놔둘 수 없어 다른 업종으로 바꾸려고 하니까 비채 측이 수긍을 해주지 않아 명도소송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오마이뉴스>가 취재를 진행하자 신씨의 고문변호사라고 밝힌 임아무개씨는 "취재보도를 거부한다"면서 "귀사는 해결하려고 방법을 모색중이니 당분간 지켜봐 달라. 만일 기사가 나갈 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태그:#사후면세점, #입주업체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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